대통령을 꿈꾸는 지도자는 누구나 성공한 대통령, 나아가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87년 개헌 이후 직선제 대통령들은 나름대로 노력은 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기간에 비례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박정희18년>이승만12년>김대중5년). 이는 현행 5년 단임의 임기로는 성공한 대통령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역설한다.

성공한 대통령의 요인을 분석해 보면 △긴 재임기간 △레임덕이라는 용어가 없었음 △행정이 모든 부분의 위에 있었음 △대통령 본인 및 가족의 부패가 없었음 △목표를 설정, 일관되게 나갔음 등을 들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의 성공이 어려운 요인을 분석해 보면 △짧은 임기 △단임제에 따른 조기 레임덕 발생 △SNS 등 반대 선동 △친북좌파의 반체제 공세 △종편 등 언론의 포퓰리즘적 폭로 △세계경제의 침체 △복지수요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임기 3년차부터는 레임덕 현상이 발생하며, 장기적인 국가계획 추진이 어렵다는 점이 대통령의 성공을 가로막는다.
 
‘87년 체제’ 이후 3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현행 헌법에도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이 생겼다. 대통령제에서는 야당이 다수로 국회를 지배하는 경우 국정이 마비된다. 이제 개헌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공감대도 폭넓게 형성돼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개헌 역사는 거짓말과 속임수의 역사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은 임기 초에 개헌한다고 약속했지만 모두 헛공약으로 끝났다. 김영삼이 그랬고, 김대중이 그랬다. 이번에도 “현행 헌법에 따라 대선을 치르고 임기 초 개헌 하겠다”는 유력 후보가 있지만, 그것이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현재의 정당과 의석분포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여소야대 대통령이 될 것이다. 국무총리 인준부터 파행으로 갈 것이고, 여야 대결은 극심한 국정혼란으로 이어져 성공한 대통령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된다. ‘대선 전(前) 개헌’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는 특정 정당의 유불리(有不利)를 떠나 나라의 장래를 위한 시대의 요청이다.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장이 “개헌 방향성과 관련해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입장이 모이고 있기 때문에 대선 전(前) 개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개헌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 통일까지 내다보고 이뤄져야 한다. 개헌 방향에는 대(大)전제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와 면책특권 제한 등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 둘째, 지역주의 해결을 위해 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등 선거제도 개편과 정치관계법 등의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그동안 민주정치를 가로막고 있는 위헌법률과 잘못된 정치관례들을 찾아서 바로잡아야 한다.

그 실례(實例)를 들어보자. 먼저 위헌법률인 국회선진화법은 폐기해야 한다. 인사청문회제도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후보자를 국회가 비공개로 인사예비검증을 하고 통과한 사람만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특별검사제도를 검찰과 중첩하여 두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 최소한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된 후에 개헌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우선 헌법 전문(前文)에서 국가의 정체성과 저항권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총강에 ‘대한민국의 국기는 태극기이며, 국가는 애국가이고, 국어는 한국어이다’는 조항과 ‘북한의 반(反)국가단체성’을 명시해야 한다. 정부형태는 국회 헌법개정특위에서 협치가 가능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는 직선제 대통령이 통일·외교·안보를 맡고 총리가 내치(內治)를 맡아 책임정치를수행토록 하는 제도이다. 국회의 내각불신임권과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부여돼야 한다. 2안으로 남북 대치나 국제적 불안정 상황 등을 고려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4년 중임 대통령제(총리제→부통령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본권 조항은 디지털 시대에 맞게 강화하고, 안전권과 생명권을 신설해야 한다.

평화로운 집회·시위의 자유만 보장해야 하며, 정치적인 노조활동과 경영에 간섭하는 노사협정 금지 규정을 둬야 한다. 대법관·헌법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방자치제도는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의 범위 내에서 지방분권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 탄핵 심판의 시기와 결과가 유동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대선 전 개헌 카드가 힘을 얻고 있다. 개헌에 찬성하는 여야 의원들이 가결선인 200명이 넘는다. 만약 국회 헌법개정특위에서 여야 합의가 안 될 경우 개헌 찬성 의원 200명의 서명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민 여론이 개헌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선 전(前) 개헌과 반(反) 개헌 세력 간의 쟁패가 자칫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의 선거공학적인 대결구도로 변질되면 안 된다. 두 세력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쟁패가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치열한 다툼이 될 때 헌정질서가 바로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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