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북풍(北風)’이 ‘벚꽃 향기’에 취해 있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강타했다. 정치권 내부는 문 전 대표에게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강경 보수론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연일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있어 이번 ‘북풍(北風)’은 문 전 대표에게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북풍(北風)’은 대선 때마다 ‘단골 이슈’였다. 그때마다 보수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급상승한 반면 진보 진영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치권은 이번 선거에서도 ‘북풍(北風)’이 범(凡) 여권 후보들에겐 ‘전가의 보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야권 후보이면서도 문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른편에 서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정치권 내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관망한다. 게다가 ‘정권교체’에만 집중됐던 국민들의 시선도 점차 ‘안보불안’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문 전 대표가 그의 ‘불안한 안보관’으로 인해 또 다시 고배를 마시게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벚꽃 향기’ 취해 있던 文, ‘북풍(北風)’에 ‘화들짝’
‘국정 농단’→‘안보 불안’ 시선 이동하나?


'벚꽃 대선'의 따뜻함을 만끽하던 야권에 뜻밖의 찬바람이 불어 닥쳤다. 북한 발(發) ‘안보 불안’ 이슈, 이른바 북풍(北風)이 국내 대선 판이 차려지기도 전에 정계에 휘몰아친 것.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살해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다.

부진함을 면치 못하던 범(凡) 여권은 ‘안보 이슈’를 적극적으로 띄우며 판세 뒤집기를 시도하는 반면 기세등등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다. 그중에서도 ‘안보 불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문 전 대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역대 대선 ‘북풍(北風)’이 ‘좌지우지’

문 전 대표의 ‘안보 불안’ 이미지는 중요한 고비 때마다 그의 발목을 잡아왔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선 총괄 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한 비공개 대화록이 있다고 폭로했고,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당시 문재인 후보는 선거 막판 고배를 마셔야 했다.

‘북풍(北風)’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987년 대선 당시엔 북한의 공작원 김승일, 김현희에게 대한항공 858편이 폭파되면서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결국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1992년 대선 당시에도 ‘최대 간첩단’ 수식어가 붙은 중부지역당 사건과 관련해 김대중 당시 평민당 후보의 비서가 관여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3당 합당 이후 보수 여권의 후보가 된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한국의 대선판 다시 말해 보수·진보 이념 대결에 있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길목이 대북관이었고, ‘북풍(北風)’은 보수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특히나 이번 대선은 ‘북풍(北風)’이 어느 때 보다도 매섭게 불어 닥칠 것이라고 정치권은 말한다.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야권 유력 대선주자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안보 불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드 배치 ▲북핵 문제 ▲천안함 사건 ▲북한 인권법 처리 등 ‘안보’와 직결되는 이슈마다 문 전 대표의 ‘불안한 안보관’은 여실히 드러났다.

과거 북핵 문제와 관련해 문 전 대표 측은 “북핵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대화와 협상에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북핵 정책은 실패했다. 제재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 2자든, 3자든, 4자든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문 전 대표 측의 발언 직후 정치권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 대화의 산물이 핵이다”, “오로지 대화만을 고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등의 비난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특히 문 전 대표의 ‘불안한 안보관’은 송민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낱낱이 드러났다고 정치권은 말한다. 회고록에는 문 전 대표가 2007년 11월 당시 청와대에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처리 입장을 결정하기에 앞서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자”는 말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즉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찬반 여부를 사전에 북한과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

이후 정치권 내에서 “피해자가 강도에게 ‘신고해도 되냐’ 물은 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문 전 대표는 돌연 “기억이 잘 안 난다.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당시 보수 시민단체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문 전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文, ‘안보 포퓰리즘’ 비난 직면

이처럼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안보관이 매번 도마 위에 오르자 최근에는 ‘안보’에 관한 종전의 입장을 ‘급선회’, 북풍(北風) 차단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또 다른 비난이 문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사드 배치’를 두고도 문 전 대표는 몇 차례 말을 바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016년 7월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직후 “재검토와 공론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과 올해 1월에는 “한·미 간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겨 국회 비준을 포함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라고 말했다.

심지어 문 전 대표가 영입했었던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은 얼마 전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굴하지 말고 미국과의 기존 합의는 존중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를 적극 찬성하기까지 했다.

문 전 대표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도 말을 바꿨다.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문 전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을 “미스터리”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한·미 합동훈련 기간 중에, 그처럼 깊숙이 침투해, 감쪽같이 공격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쉬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5년 3월 25일 천안함 폭침 5주기 때 문 전 대표는 “천안함 폭침 때 잠수정이 감쪽같이 몰래 침투해 천안함을 타격한 후 북한으로 도주했다”면서 기존 입장과는 180도 다른 주장을 폈다.

문 전 대표의 오락가락하는 안보관이 계속되자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여론 추이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안보관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다. 문 전 대표의 말 바꾸기는 일종의 안보 포퓰리즘에 가깝다”면서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은 어쩌면 중국과 북한이 좋아할 만한 방향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꼬기도 했다.

국민의당 ‘사드 찬성’ 선회…
고립되는 文


이와 같이 문 전 대표의 ‘안보 불안’ 이미지가 날이 갈수록 국민들에게 진하게 각인되는 시점에 설상가상으로 북풍(北風)이 불어 닥치고 만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일본과의 친교를 과시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문 전 대표에게 북풍(北風)이 어느 때보다도 시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에게 북풍(北風)은 순풍(順風)인 모양새다. 이들은 사드 추가 배치 카드까지 꺼내들며 ‘문재인 대세론’ 흔들기에 나섰다. 심지어 지난해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마저 사드 찬성 입장으로 선회함에 따라 문 전 대표는 정치권 내에서 더욱 고립되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한국형 핵무장’ 필요성을 언급했고, 같은 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권력은 종말에 이르러 가장 포악해진다”며 안보 위기론을 강조했다. 나아가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회의석상뿐 아니라 대선기획단이 발족하면 문 전 대표의 대북관과 이념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결국 문 전 대표의 지지표를 갉아먹고 반대로 우리 쪽은 중도보수층까지 결집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안보는 보수’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자강 안보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북풍(北風)으로 인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문 전 대표와 ‘친노 적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율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천515명을 대상으로 13일부터 15일까지 전화면접, 자동응답 방식 혼용으로 진행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0.2% 포인트 빠진 32.7%였지만 2위 안희정 충남지사는 2.6% 포인트 오른 19.3%였다. 외연 확장력이 부족한 문 전 대표와 달리 안 지사는 중도층과 보수층의 지지를 고루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풍(北風)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행에도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풍(北風)이 황 권한대행을 대권 가도로 떠밀어 주고 있다는 것.

실제로 황 권한대행이 연일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그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14일 발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다자대결에서 황 권한대행은 17.4%를 기록하며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13일(현지시각)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만장일치로 규탄하고, 한·미·일 3국이 이와 관련한 공조를 강화키로 하면서 안보 정국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풍(北風)이 조기 대선 정국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끼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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