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전 아나운서들의 대조적인 행보 눈길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사진=뉴시스>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지난 2월 11일 정월 대보름날 두 개의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각각 열렸다. 한쪽은 촛불을 들고 탄핵을 촉구했고 다른 한쪽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다. 두 집회 모두 올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운집한 가운데 KBS에서 아나운서로서 활동했던 두 여성이 각기 다른 집회장소에서 목소리를 높여 주목을 끌고 있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와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가 바로 그들이다.
 
 
고민정 “정권교체에 힘 보태겠다”
 
지난 4일 고민정 전 아나운서는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14차 촛불집회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함께 나타났다.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 <사진=뉴시스>
  고 전 아나운서는 이날 문 전 대표의 북콘서트 행사 진행을 맡은 자리에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히고 촛불집회에 함께 참석한 것.

지난 2004년 KBS 공채 30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고 전 아나운서는 최근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KBS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가정경제를 책임진 상태에서 직장을 그만둬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면서도 “가슴 뛰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이후 각 행사장마다 문 전 대표와 동행하는 고 전 아나운서는 지난 11일 오후 15차 촛불집회에도 어김없이 참석해 “특검수사 연장”과 “탄핵 빨리”를 외쳤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어둠의 자식들”
 
이와 대조적으로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태극기 집회에는 KBS의 간판 아나운서였던 정미홍 전 아나운서가 참석해 “촛불을 꺼버리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아나운서는 지금 국가의 근본이 무너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인데 가만히 안위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만사를 제치고 태극기 집회에 꼬박꼬박 참석해 열띤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정 전 아나운서는 11일에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12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열강했다.

그는 이날 연단에 올라 “촛불이 저 쪽에 모여 있다”며 “저들은 어둠의 자식들이고 밤이면 바퀴벌레처럼 나와서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다”고 촛불집회 참가자를 어둠에 비유했다.

정 전 아나운서는 “우리는 태양의 자식들”이라며 “우리는 빛나는 햇빛 아래서 아름다운 태극기를 흔들며 희망과 기쁨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하니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정 전 아나운서는 “촛불이 꺼져 가니 야당이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저 촛불은 이미 꺼져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 전 아나운서는 기자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태극기 집회를 촛불집회에 대한 박사모의 맞불집회라고 폄하하는 것은 저들의 논리다. 참석자 중 박사모는 지극히 일부”라며 “태극기 집회의 처음 주체세력이 박사모였던 것은 맞지만 지금은 탄핵정국이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게 점점 드러나면서 분개한 국민들이 태극기 집회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저도 대통령이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박사모라서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게 아니다”며 “탄핵이 공정하지 못하고 법과 질서에 어긋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치사회여야 하는 대한민국이 법을 무시하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의혹 보도를 증거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통과되고 탄핵소추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태극기 집회는 대한민국 수호 세력”
 
그는 “지금 태극기 집회는 보수파 집회고 촛불집회가 진보파 집회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맞지 않는 말이다”며 “현 상황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반대한민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헌법가치와 정신을 수호하고 있는 세력과 헌법의 정신과 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집단의 대립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세력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집단의 대립을 놓고 보수니 진보니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그러면서 정 전 아나운서는 “대통령을 탄핵해야만 하는 이유 15개 중 10개 이상이 근거 없음으로 나온 만큼 헌법재판관들이 절대 법의 정신에 어긋난 판결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정 전 아나운서는 국민들에게 현 시국에 대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열심히 알렸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진정방송(www.tnjtv.co.kr)을 만들었다. ‘진정방송’은 ‘진실과 정의의 방송’의 줄임말이다.

정 전 아나운서는 “지금 항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울어진 배처럼 현 언론의 지극히 편파적인 보도가 대한민국을 위급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빨리 바로 세워서 올바르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주요 메인 언론매체들이 본분을 완전 상실해서 애국심이나 양심이 없는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검찰과 특검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언론이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비난했다. 그동안 태블릿 PC와 관련해 촉발된 국정농단의 실체 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보도가 거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정정보도를 하는 언론이 하나도 없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그는 “언론인들이 양심과 윤리와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정 전 아나운서는 “역사 이래 갖은 폭동과 폭력시위는 많았지만 태극기를 들고 나와서 헌정질서를 바로 잡자고 하는 세력이 뭉친 이번 태극기 집회와 같은 대규모 집회는 처음 있는 일이다”며 “우리나라가 아직 뿌리까지 썩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고무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현재 나라의 근본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국민들은 안일한 태도로 안주하지 말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 모두 나와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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