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하나은행·대한항공·포스코 안 건드린 곳이 없다

.<뉴시스>
최 씨 친구, 친척들 취업·승진 시켜줘
해당 기업들 일단 ‘모르쇠·부인 작전’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 최순실 씨가 대한민국을 주무른 정황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측 인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를 방조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 수사 중에 있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기업들에 자금 요구뿐 아니라 인사에도 입김을 가했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비위 사실은 ‘이제는 안 건드린 기업을 찾는 게 빠를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은 기업에서 드러났다.
 
최순실-안종범의 대대적 인사 개입 정황이 포착되는 곳은 포스코다. 지난달 박영수 특별검사 팀은 최순실 씨가 2014년 3월부터 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집중수사에 들어갔다. 최 씨는 본인 회사 더플레이그라운드에서 포스코 광고를 독식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최 씨 측근인 전 포스코 임원 김모씨는 최 씨가 몇몇 포스코 임원들의 정치 성향 인맥 등 개인정보 확인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만약 그들이 전 정권 관계 인사 등이 확인되면 이들은 거의 다음 인사에서 한직으로 발령 나거나 물러났다고 밝혔다.
 
특검 조사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수첩에서도 이들 중 4명의 이름이 나와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포스코인사 개입 정황은 뚜렷해졌다.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권오준 포스코 사장이 안 전 수석에게 강모 박사 외 1명 인사 조치를 보고한 문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 밖에 권 회장은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의 인사 상황도 안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레카는 최 씨와 그의 측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 단장과 강탈하려다 미수에 그친 옛 포스코 계열 광고 회사다.
 
주인 없는 기업이 주 타깃
 
KT에서는 안 전 수석이 차 전 단장의 지인 2명을 채용하도록 황창규 KT 회장에게 압력을 가했다. 또 최근 최 씨가 김성현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통해 KT 스포츠단 사장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안 전 수석은 황 회장에게 이동수 씨와 신혜성 씨를 각각 전무와 상무보로 임명해 줄 것을 요구했고 그 때마다 “대통령 관심 사항이니 신경써달라”고 덧붙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KT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씨가 임명 받은 자리는 회사 내 없던 보직으로 큰 논란이 됐다.
 
최 씨의 KT 스포츠단 사장 인사 개입 설은 조카 장시호 씨가 최근 특검에서 진술해 드러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초 최 씨는 김 전 사무총장에게 “KT 스포츠단 사장을 추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전 사무총장은 씨는 김준교 전 중앙대 부총장을 추천했고, 얼마 되지 않아 김 부총장은 KT 스포츠단 사장으로 선임됐다. 특검은 현재 최 씨가 김준교 사장을 자리에 앉힌 뒤 KT의 돈을 챙기려 했던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김 사장은 지병을 이유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사장은 시각 디자인 전공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중앙대학교 부총장이 됐다. 스포츠와 전혀 무관한 그가 스포츠단 사장이 된 것도 인사개입 논란을 더욱 크게 키우고 있는 이유다.
 
대한항공에서는 안 전 수석이 최 씨 측근 고영태 씨의 친척인 고창수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발령을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서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고창수, 3연임 부탁’이라고 적힌 메모를 확보했고, 안 전 수석이 고 지점장을 제주지점장으로 발령할 것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얻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국회 청문회에서 안 전 수석이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에게 이를 요구했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고 지점장은 그 후 제주지점장으로 근무하다 성추행에 연루돼 징계를 받아 회사를 떠났다. 안 전 수석은 고 지점장이 퇴사하기 전 구명 요청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보고받은 조 회장이 수락하지 않았고 고 지점장은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에서는 최 씨를 도와준 이가 한 달 만에 본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해 논란이 됐다. 이상화 하나은행 본부장은 독일법인장으로 근무할 당시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대출을 도왔다.
 
그 후 이 본부장은 지난 1월, 서초동 삼성타운지점장으로 발령받았고, 다시 한 달 만인 이번 달에는 임원급인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이 금융위원회에 압력을 넣어 정찬우 한국거래소 사장(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하나금융그룹에 인사 청탁을 전달했다고 보고 지난 3일 금융위를 수색했다.
 
금융권에도 개입 정황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인사개입 정황이 드러난 기업들은 대부분 의혹 자체를 부인하거나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식의 반응이다.
 
KT는 인사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이 전무와 신 상무는 이미 회사에 있지 않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그 위치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전 KT스포츠단 사장 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포스코와 하나은행 측 역시 “대답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혹은 “잘 알지 못한다” 등 짧게 대답했다.
 
재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 개입 건뿐 아니라 최 씨와 연루된 기업들은 모두 한 숨 돌렸지만 이 시간 또한 길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잘못된 일은 밝혀야 하지만 기업도 정부 측의 인사 청탁 요구 등을 쉽게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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