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논란·대우조선 부실 관리감독 등 험로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2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낙하산 인사 논란, 대우조선해양 부실 관리감독 지적 등 각종 험로를 걸은 이 회장은 올해 대대적 인사를 통해 ‘정책금융 역할을 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책은행이자 기업의 유동성 지원인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당면한 현안을 신속히 처리하기엔 은행 안팎에 암초가 도사리는 형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은 부서장급(지점장 포함) 이상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워크샵(경영전략회의)을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했다. 이 회장의 지시였다. 그간 당일 행사로만 진행됐던 이 회의는 2000년대 들어 처음 양일에 걸친 회의였다고 한다. 이 회장이 올 한 해 산업은행의 각 부서별 조직구성과 경영전략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꾸려나갈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이는 정기 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본점 부실장의 절반 이상을 교체할 정도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시행했다. 특히 대우건설·KDB생명 매각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업무를 총괄했던 부서장이 교체된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 매각 등 산업은행의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업무 성과뿐 아니라 시스템 안정화, 재무구조 개선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올해 인적 쇄신 및 스킨십 확대를 두고 올해 안에 자신의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회장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데다, 일부에서 정책 금융 수장으로서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취임 당시 노조가 ‘회장으로서의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산은 회장에 임명된 건 현 정권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요직을 두루 거쳐 금융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견해도 일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산은의 역할인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사실상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라고 설명했다.
 
당시 조선, 해운, 철강 등 국내 기간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어서 이 회장의 기업 구조조정 능력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회장의 취임 일성도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이었다. 특히 그간 산은 수장들이 부실관리 및 구조조정 능력 부족 등으로 뭇매를 맞아온 만큼 국책은행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회장의 기업 구조조정 능력에 대해 ‘여전히 물음표’라는 시각이 많다. 오히려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2분기 갑작스레 3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데 대해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고 밝혀 국책은행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기도 했다.
 
그만큼 올해가 이 회장에게는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쌓인 난제를 해결한다면 낙하산 오명도 지울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숨어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비판의 목소리가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지와 평가의 반전 여부가 올해 판가름 나는 셈이다. 오는 2019년 2월 임기를 마치는 이 회장이 올해 경영 수완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 힘들 수 있다.
 
이 회장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의 역할을 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가장 중대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확보다. 올해 안에 갚아야할 회사채는 94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400억 원은 당장 두 달 뒤인 4월 21일까지 상환해야 한다.
 
아직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로부터 발주한 드릴십 2척의 인도가 연기되면서 1조 원 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대우조선과 채권단이 소난골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은 “어떤 경우든 더 이상 혈세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선박 수주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은 소난골과의 협상이 타결되길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다.
 
요동치는 정치 상황도 부담 요소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방문, 선거를 앞두고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선판에서 주요 공약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최근 시중은행의 여신한도를 복원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지만, 올해 시중은행의 대기업 여신 축소는 지속될 전망인데다 추가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대우조선의 유동성 확보에 대해 관계당국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은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금융위원회가 ‘더 이상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 박는 바람에 오히려 유동성 해결에 걸림돌이 된 모양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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