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현상·제동장치 결함 승객들은 불안하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서울 수서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고속철도, SRT(Super Rapid Train)가 지난해 12월 9일 개통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편의시설로 KTX와 경쟁을 벌이는 등 ‘제2의 KTX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아직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잦은 사고로 이용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철도전문가들은 코레일과 똑같은 고속철도 사업영역에서 과다 출혈경쟁은 경영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원인 파악 쉽지 않아…제조사 현대로템에 불똥
운영사 코레일도 답답…승객수 는만큼 불만도 많아

SRT사업이 출범과 동시에 우려를 낳고 있다.
첫 사고는 지난 1월 23일 오전 11시쯤 수서를 출발해 목포로 향하던 SRT 열차가 고장으로 전라북도 익산역에서 40분 가량 운행을 멈췄다. 이 사고로 열차에 탑승한 승객 280여 명이 열차를 갈아타거나 예매권을 환불받는 등의 불편을 겪었다.

SRT 측은 익산역을 지나던 중 제동장치의 공기압력이 떨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사고들

최근 들어서는 객실 진동이 심하다는 이용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열차가 흔들리는 바람에 노트북을 사용하기 어렵다거나 선반에 올려둔 가방이 떨어질 뻔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심지어 울렁증을 느낀 사람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사인 (주)SR도 이런 문제 등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안전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며, 3월까지 승차감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동 유발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단순히 선로와 충격 흡수 장치, 바퀴 밀착력 등 여러 요인을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3월까지 전 차량의 차륜을 깎아내는 석정 작업을 완료하고, 진동이 심한 옥천과 구미남, 대구남과 신경주 등의 구간에서는 서행 운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철도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RT는 KTX와 경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SR은 수서~천안아산 구간만을 KTX와 달리하고 나머지 경부,호남선을 KTX와 같이 사용하는 코레일의 자회사인 주식회사이다.
SRT의 주주는 코레일(41%), 한국산업은행(12.5%), 중소기업은행(15.0%),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31.5%) 등이다. 

100% 중복되는 고속철도 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즉 자회사인 SRT가 수익이 많이 나면 모회사인 코레일은 경영이 악화되는 이상한 구조다.

중장기적으로는 서로 출혈경쟁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이에 따른 외주화가 심해지는 등 부작용이 예측되는 지점이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KTX와 SRT의 복수경쟁은 철도 운영과 유지 보수 등 모든 면이 통합 운영되는 현재 통합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TX 철도노조도 “이처럼 복수경쟁체제를 하는 이유가 철도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철도민영화를 통해 차량과 시설유지 보수의 외주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대로템 불똥

불미스런 사고 소식이 이어지면서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으로 불똥이 튀었다. SRT차량 제작사는 현대로템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SRT와 함께 현재 원인 조사 중이다. 차량의 문제이기보다는 환경적 영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또, 현대로템이 제작한 철도의 잦은 고장과 이번 SRT 진동문제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서는 SRT차량의 제작 결함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앞서 현대로템이 제작한 고속철도 차량(KTX-산천Ⅱ)이 잇따라 품질 논란에 휩싸인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1일 오후 1시 50분 경 전남 목표에서 서울 용산으로 향하는 KTX-산천 차량이 전원고장으로 문이 열리지 않아 40분 정도 늦게 출발해 승객 230여 명이 차량을 갈아타는 불편을 겪은 일이 발생했다.

현대로템은 KTX-산천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탓에 운영사인 코레일에 69억여 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는 지난해 9월 한국철도공사가 현대로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현대로템이 69억3184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전례가 있다.

한편 유지와 보수를 담당하는 SRT와 코레일은 현재 선로와 차량 전반을 놓고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열차 바퀴 관리가 부족했던 탓으로 보고 바퀴 표면을 깎는 삭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사고와 관련해 코레일 관계자는 “SRT가 개통하고 눈이 많이 왔던 기간에 결함이 발생해 전수조사를 통해 보수작업을 마친 상황”이라며 “최근 진동소음 문제와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SRT는 지난해 12월 개통한 이후 하루 평균 4만 명 이상의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설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1월 28일에는 승객수가 6만8959명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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