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과 연루 유착…불똥 튈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대가성, 강제성?
 
자체 결론 내렸지만 ‘특검 판단’ 다를 수 있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청구가 법원으로부터 발부되면서 뇌물죄 혐의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에 뇌물죄 의혹을 받은 ‘SK’ ‘롯데’ ‘CJ’ 등은 ‘좌불안석’ 상태다. 삼성 방패가 뚫리며 특검팀의 창이 이들 기업을 정조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대가로 총수의 사면·복권, 기업의 현안 해결 등에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이다. 또 특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들의 수사가 특검팀과 별개로 검찰수사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돼 법원과 특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요서울은 유력 수사 대상 기업과 현 정권과 연루돼 괜한 불똥이 튈까 불안에 떨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가 법원으로부터 발부되며 이 부회장이 지난 17일 구속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 전담 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할 대상으로 지목된 이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영정상화에 매진하던 ‘SK’ ‘롯데’ ‘CJ’ 등은 이번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좌불안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 그룹 총수들 역시 이 부회장과 동일하게 뇌물죄 혐의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SK, 롯데, CJ가 다음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유력 수사 대상과 별개로 국회의 ‘정경유착’ 청산 움직임이 활발해 괜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 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CJ·롯데·SK 유력 수사 대상
 
CJ그룹은 ‘K컬처밸리’ 투자와 이재현 CJ 회장의 ‘사면’의 유착관계 의혹을 받으며 유력 특검 수사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이 회장은 탈세 및 횡령 혐의로 2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8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특검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 회장의 사면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특검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CJ가 돕는 대가로 이 회장을 사면해 준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 CJ는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2015년 12월 단독 응찰했고 1조 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계획과 별개로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13억 원을 출연한 바 있다. 특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이재현 회장을 도울 길이 생길 수 있다’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점들을 종합해 특검의 수사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으로 월드타워가 재개점이 됐다는 의혹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대통령과 독대 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대가로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받기로 한 것으로 의심받는 것이다.
 
롯데는 신 회장이 대통령과 독대한 후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했다. 또 지난해 5월 70억 원을 추가로 냈다가 돌려받은 바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다시 얻기 위해 신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청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관세청은 롯데가 재단에 출연한 직후인 4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을 공식화했으며 논란에도 관세청은 지난해 말 면세점 추가 선정을 강행해 월드타워점이 재개장했다.
 
SK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음 수사 대상으로 유력 거론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계열사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수감 2년 7개월 만인 2015년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에 포함돼 출소했다.
 
최 회장은 당시 기업인 가운데 유일한 사면 대상자였다. 이후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 원을 출연했다. 이에 사면 결정에 앞서 SK가 사면을 위한 로비를 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어 특검이 이 점에 수사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특검수사가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한화·KT·포스코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KT·포스코 불똥 튈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비선 실세’ 최순실 측에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씨를 조사했다. 특검은 최근 특수폭행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씨를 구치소로 찾아가 최 씨의 딸 정유라가 탔다는 명마 ‘블라디미르’의 출처 등에 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마선수 출신인 김 씨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 정 씨와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딴 바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최순실 측근인 차은택 측의 광고 계열사 포레카 강탈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권 회장 연임을 결정한 포스코 이사회는 관련 의혹을 검증하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자체 결론 내렸지만 특검의 판단은 다를 수 있어 포스코 측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황창규 KT 회장은 차은택 측근을 임원으로 임명하고 최순실씨 소유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지원하는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8억 원의 기금을 출연한 후 이사회에서 사후 의결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유력 수사대상은 아니지만 불똥이 튈까 경계하고 있다.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전자 외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다음 수사는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오는 28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기업의 수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수사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승인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간 연장이 승인될 경우 3월 30일까지 수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되지만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이달 28일에 수사가 종료된다.
 
특검에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사건들은 검찰로 넘겨진다. 그러나 뇌물죄 혐의에 연루된 기업들은 최근 국회 권력이 급속도로 야권 중심으로 재편되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논의와 ‘정경유착을 뿌리 뽑자는’ 의견 등으로 검찰 수사로 넘어가도 안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재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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