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한 달 새 지지율이 3배나 뛰었으니 말이다. 물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들은 그의 상승세를 지난 2011년 전국을 강타한 바 있는 ‘안철수 신드롬’ 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가 갑자기 뜨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를 지지하는 층을 분석해보자.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중도 층 중 다수를 비롯해 일부 보수 및 진보 층이 안 지사 쪽으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이 골수 진보 성향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자’ 안 지사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의 ‘경극(京劇) 코스프레’ 때문이다. 노래 좋아하는 관객, 춤 좋아하는 관객, 연기 좋아하는 관객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혼합 연극이 바로 경극 아닌가. 안 지사는 그동안 ‘경극 코스프레’ 전략으로 보수 진보 중도 모두에게 추파를 던졌다. 이 ‘묘수’가 반 전 총장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절묘하게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른바 ‘촛불집회’ 정국에서 안 지사는 처음에는 다윗처럼 행동했다가 나중에는 변신하는 ‘꾀’를 썼다. 다른 대선주자들과는 달리 그는 4차 때까지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기 싫었기 때문이다. 다윗이 사울을 직접 죽일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자 보수 진영과 중도 층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반면 진보 진영은 당황했다. 이를 의식한 안 지사는 5차 집회에 참석하면서 ‘탄핵세력’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덕분에 진보 진영의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 3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 역시 안 지사는 ‘신의 한수’를 두었다. 그는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결정한 것은 그것대로 존중하겠다”고 했다. 이 말에 보수는 귀가 번쩍 뜨였다. 사드 배치에 사실상 반대 입장인 문 전 대표와 다른 스탠스이기 때문이었다. 사드에 관해 대체로 긍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는 중도 역시 안 지사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잘 뜯어보면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역시 사드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레토릭만 달리 구사했을 뿐, 사드배치를 사실상 반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사드 배치 협정 그 자체는 존중하겠다는 말이다. 진보 진영이 짜증낼 필요가 없어진다. 3마리 토끼 다 잡았다.
‘대연정론’도 그렇다. 지난 4·13 총선에서 중도 진영은 여야 ‘협치’를 명령하며 보수인 듯 진보인, 진보인 듯 보수인 국민의당에게 몰표를 주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에 실망한 일부 보수와 진보 층도 그랬다. 조만간 있을 지도 모를 조기대선에서도 이들은 ‘협치’를 하겠다는 주자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 안 지사의 ‘대연정론’에 귀가 솔깃해지는 이유다.
이 쯤 되면 안 지사는 차기 대통령 감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물론 민주당 경선을 통과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그의 행보에 진정성이 있어야 되는데, 세 마리 토끼 모두 아직은 그를 미심쩍어 한다. 안지사가 펼치고 있는 행보가 ‘경극 코스프레’라는 사실을 눈치 채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의문은 이렇다. ‘노무현의 남자’라 자처하는 안 지사가 언제부터 보수까지 넘볼 수 있는 중도가 되었으며, 언제부터 법치를 중시했냐는 것이다. 안 지사는 자신의 ‘NL 주사파’ 운동권 전력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젊은 날의 열정’만으로는 설득이 안 된다. 그것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떻게 주체사상을 신봉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결별했는지에 대해 솔직히 밝혀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결백을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 안 지사는 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1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법치를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 죗값을 치르지 않았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정도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주사파’ 전력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문제는 앞으로 그의 대권 검증 국면에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아니 이미 네티즌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는 중이다. 그의 국가보안법 위반 문제는 시대적 ‘피해자’로 볼 수도 있지만, 불법 정치자금 전력은 청렴도를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칫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안 지사는 더 이상 관객을 유혹하는 ‘경극 코스프레’를 지속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보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일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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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훈 편집국장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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