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월9일 주최한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정치권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했다. 김황식 전 총리는 “미숙한 갈등해결 문화를 가진 정치권이 선진 한국의 가장 큰 걸림 돌”이라고 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정치권이 기업을 괴롭히는 법률, 전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법률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중국은 안 되는 게 업는 나라, 한국은 되는 게 없는 나라니 중국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1월 18일 열린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30대 그룹 CEO 간담회’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불평이 터져 나왔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기업이 “뭘 안 주면 (정치권은) 안 준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토로 했다. 특검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삼성전자 등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입건한 데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
기업인들의 규탄대로 정치권은 우리나라를 “되는 게 없는 나라”로 흔들어댄다. 요즘 관심의 대상이 된 정치권의 상법 개정안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독소 조항들이 많다. 우선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라는 것부터 문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구미 선진국들은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지 않고 도리어 확대해 준다. 미국의 경우 포드 자동차 창업주인 포드 가문은 7%의 지분으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40%까지 행사할 수 있다. 창업주를 비롯한 장기 주식 보유자에게는 1주당 1표 이상의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제도 덕분이다.
‘차등의결권“제도는 단기 투자자보다는 장기 투자자를 우대하며 기업경영진의 장기적 안목과 창의성을 북돋아 준다. 덴마크는 2009년 기존의 ’차등의결권‘을 늘려 1주당 10표 행사로 제한했던 규제마저 없애버렸다. 프랑스도 2014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두 야당의 상법개정은 저와 같은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 또한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투표 의무화’ ‘근로자 이사(理事)제’ 등 기업의 의욕을 꺾고 “기업을 괴롭히는” 규제들이 잠복해 있다.
그 밖에도 정치권은 기업을 죄악시하고 적대시하여 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증오심을 유발하며 반자본주의적·반기업적 선동도 서슴지 않는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1월10일 재벌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재벌 적폐를 청산해야 국민이 잘 사는 나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재벌경제는 함께 이룬 결과물을 독차지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았다.”고 했다. 마치 6.25 남침 당시 붉은 완장을 차고 설치던 자들이 재벌이 “인민의 것을 착취”했고 “인민의 적”이라고 선전 선동하던 끔찍한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 결여 탓이고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재벌을 두들겨 패는 악습 때문이다.
한국을 “되는 게 없는 나라”로 전락시킨 책임은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재벌 기업에 있지 않다. “미숙한 갈등해결 문화를 가진 정치권”,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법률”, “뭘 안 주면 안 준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는 등의 “4류 정치”에 기인한다. 문 전 대표는 재벌을 때리기에 앞서 자신이 “잘 사는 나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문 전 대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인들의 의욕을 북돋아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트럼프는 법인세 감면과 규제완화 공언 등으로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다우존스‘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문 전 대표가 배워야 할 정치인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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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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