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의상은 걸그룹 인지도 빨리 올리려는 기획사 전략
청소년의 모방심리 자극, 의상 선택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걸그룹 대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무대 의상 논란이 불거졌다. 얼마 전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의 한 멤버가 안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할 만큼 짧은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걸그룹은 미성년자 멤버의 의상으로 망사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입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강압적으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야 하는 멤버들의 인권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가수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1. 지난달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 31회 골든 디스크’에서 ‘러시안 룰렛’을 선보이던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이 지나치게 짧은 의상으로 공연 내내 불편을 호소하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당시 무대는 바닥에 앉고 손을 높게 들어야 하는 격렬한 안무가 많아 아이린의 원피스 속 검은 속바지가 계속해 노출됐다. 아이린은 이에 춤을 추면서도 계속해서 치마를 내리는 행동을 보였다. 팬들은 공연 내내 치마에만 정신이 쏠릴 정도로 무대에 집중하지 못했다.
방송에 비춰진 아이린의 모습에 누리꾼들은 “원피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길이였다”면서 “외모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무대에 집중할 만큼 편안한 의상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팬들의 지적을 의식한 듯 이후 레드벨벳은 한층 길어진 치마를 입고 무대에 나섰다.

#2. 지난달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CLC에서 2000년생인 미성년자 멤버의 의상 문제가 구설에 올랐다. 18세 미성년자인 멤버 은빈이 망사 스타킹이 배 위로 노출되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것. 이 외에도 올해 22살이 된 멤버 유진과 승연은 각각 특정 부위에 손바닥 모양이 프린팅된 자극적인 원피스와 속옷 위에 망사를 입고 목에 벨트를 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사진이 퍼지며 CLC 코디네이터를 향한 누리꾼들의 불만을 키웠다.

이미 걸그룹의 과한 노출과 선정적인 안무는 여러차례 논란이 돼 왔다. 5년여 전 불거진 이 논란에 지상파 3사가 ‘의상 규제’를 시행했고 맨살 노출도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최근 걸그룹들은 다시금 짧은 치마와 맨살 노출을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추세가 이뤄지는 것은 어려운 가요계 현실 현실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범람하는 신예 그룹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고 각인시키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 한 연예계 관계자는 “퍼포먼스와 외모로 승부를 거는 걸그룹 사이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는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라며 “조금이라도 더 튀어 보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걸그룹의 의상 논란에 대해 “대다수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 및 섹시 의상 선정에 있어 이슈를 노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걸그룹 의상 문제을 두고 대중의 의견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멤버들이 소속사의 강압으로 어쩔 수 없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야 한다면 이들이 느낄 수치심과 인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퍼포먼스 중심으로 무대가 꾸며지는 요즘, 가수들의 개성을 획일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의상 규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걸그룹)이 튀기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전략이 자극적인 면을 극도로 높이는 것”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의상을 선정적으로 입게 된다”고 말했다.

걸그룹의 노출은 비단 노출 그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걸그룹을 가장 많이 따라하는 비슷한 또래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하고 판단력이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상품화된 성을 무방비로 수용해 외모지상주의와 잘못된 성 의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함귀용 심의위원은 “가수의 본분이 뭔가. 좋은 음악을 선사하는 게 본분인 이들에게 ‘뇌쇄적’인 것을 강요하는 것이 여성 아이돌의 본분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걸그룹 노출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오히려 ‘섹시카드’에 식상함을 느끼는 대중이 늘고 있는 만큼 기획사도 눈높이를 달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뉴시스 제공 및 방송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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