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WBC까지 포기하며 주전자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 돌입
부진 후폭풍, 박병호 마이너리그행 유력하지만 반전 기회도 남았다

 
김현수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을 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볼티오머 오리올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등이 합류하며 코리안 선수들의 위상을 높인 바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이들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이미 이대호는 국내로 복귀했고 홈런왕 박병호 역시 방출대기 상태까지 몰리며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에 돌입했다. 올해 새로 합류하는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시 스프링캠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연초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긴장감은 매서울 정도다. 올 시즌 추신수를 비롯해 모두 8명 정도의 선수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주전 자리를 확고히 한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오승환 정도만이 한시름 놓았다.

이런 가운데 다른 선수들보다는 다소 여유로운 김현수는 올 시즌에도 오른손 외야수 조이 리카드와 플래툰 시스템 적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좌투수 극복이
주전 자리를 좌우


 
지난해 첫 시즌을 마친 김현수는 괜찮은 기록을 남겼다.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 6홈런, 22타점, 출루율 0.382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주전 자리를 확실히 꿰차지 못하면서 올 시즌 역시 도전자 입장이 됐다.

특히 지난해 좌투수를 상대로 23타석(18타수 무안타)만 들어서며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소속팀 볼티모어는 이번 오프 시즌에 왼손 외야수 세미 스미스를 영입하면서 김현수의 대체재로 구상하고 있다. 결국 김현수는 주전 자리 확보를 위한 치열한 싸움에 돌입하게 됐다.

김현수 역시 “확실한 건 나는 주전이 아니다. 엄청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합류를 스스로 포기할 정도로 위기감을 경험하고 있다.

결국 김현수는 스프링캠프를 시작으로 좌투수 약점을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의 빅리그 도전기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추락한 홈런왕
처음부터 다시


 
지난 시즌 빅리그 진출 성공이 기대됐던 박병호의 추락은 뼈아픈 순간이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 장타력(홈런 12개)은 인정받았으나 정교함(타율 0.191)과 크러치 능력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월 말 오른손 중지 손가락 수술을 받아 일찌감치 시즌을 마쳤다.
박병호

이 같은 부진의 후폭풍은 거셌다. 지난해 9월 28일 귀국해 4개월 만에 미국에 건너갔지만 올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인 지난 4일 40인 엔트리에서 빠졌고 구단으로부터 지명할당 조치를 당했다.

박병호는 지명 10일 동안 이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마이너리그로 내려간다 해도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우선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잔여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단은 박병호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시킬 확률이 매우 높다.

더욱이 비슷한 실력의 선수들 중에서 박병호를 우선적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병호는 이번 위기에서 실력과 건강에 이상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는 출국 직전 “2016시즌을 다시 보니 타격 타이밍이 정말 맞지 않더라. 타이밍에 가장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며 “다른 선수에 비해 운동할 시간이 많아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병호의 경쟁자는 포지션이 겹치는 1루수 키네스 바르가스를 비롯해 지명타자 조 마우어, 로비 그로스만으로 좁혀진다. 이들과 함께 시범경기서 1루수와 지명타자 포지션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여 지난 시즌 이대호처럼 경쟁자들을 제치고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다시 진입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황재균

올해 첫 도전장을 내민 황재균과 최지만 역시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다시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최지만은 LA 에인절스에서 지명할당된 뒤 FA를 선언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계약 역시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된 스플릿 계약이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황재균도 처지는 마찬가지. 두 사람은 시범경기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할 경우 올 시즌 내내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뉴욕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는 전통의 명문 구단들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 역시 넘쳐난다는 게 쉽지 않은 도전임을 암시한다.
최지만

먹구름에
MLB진출 열풍도 시들

 
이처럼 올 시즌 먹구름이 끼면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4명 정도가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마무리 오승환, 김현수, 추신수, 강정호 정도가 합류할 것으로 내다 봐 최종 누가 개막 25인에 합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류현진을 필두로 KBO 스타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였지만 한동안 ‘열풍’ 같았던 메이저리그 진출 행령이 잠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한국 야구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먼저 자유계약선수(FA) 시장 규모가 달라지면서 선수들이 해외진출에 대한 의지가 다소 꺾였다. KBO리그는 이미 일본 프로야구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액수가 올라갔고 선수들도 굳이 적은 돈을 받고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는 것을 택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번 겨울 FA를 선언한 차우찬(LG 트윈스)도 당초 미국 진출에 무게를 뒀으나 잔류를 결정하며 사실상 꿈을 접었다. 그는 “어느 정도의 기준선이 있었는데 제시하는 조건이 훨씬 못 미쳤다”며 아쉽지만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스타급 선수들이 이미 대부분은 진출해 마땅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한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타우트는 “이미 모두 다 갔다. 민병헌(두산 베어스)이나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정도가 기대되지만 좋은 조건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투저타고의 행보를 보이는 한국야구가 투수 중심으로 하향평준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몸값은 높아졌지만 실력은 예년만 못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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