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갑씨 “김대중 전대통령은 친북좌익세력1호”민주·통합신당의원들 “전직 국가원수 모독이다”발끈“김대중 전대통령은 친북좌익세력 1호다.”지난 22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때아닌 김대중 전대통령 이념문제가 논란이 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논란은 보수단체들의 인공기 소각시위, 대구U대회 북 기자단 충돌 등에 대한 경찰의 강경대응을 놓고 증인으로 출석한 보수인사들의 증인신문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당과 통합신당의원들과 보수인사들간에 삿대질과 고성이 오갔던 이날 경찰청 국감장을 스케치했다. 22일 오후 2시, 오전일정을 마치고 재개된 행자위 경찰청 국감장은 독일인 의사 폴러첸씨, 민주참여네티즌연대 이준호 대표, 북핵저지 시민연대 박찬성 목사, 서정갑 예비역 대령연합회 회장, ‘북한기자만행 규탄대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정환씨 등 대표적인 보수인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의원들의 질의가 시작되면서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인공기 소각논란과 관련 “경찰이 인공기 소각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적국의 상징인 인공기는 보호하면서 성조기나 태극기를 불태워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경찰의 대응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보수단체의 주장이 계속되던 도중 엉뚱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색깔문제가 터져 나와 장내가 어수선해졌다. 문제의 발언은 한나라당 신경식 의원과 예비역 대령연합회 서정갑 회장의 질의응답과정에서 비롯됐다. 신 의원이 “친북인사 명단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현정권의 친북인사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을 하자 서 회장이 “북한의 적화야욕을 막는 넓은 의미의 수단으로 200명의 친북좌익세력 명단을 수집했다. 그러나 이를 발표하면 명예훼손으로 몰릴 수 있어 올 2월에 김대중 대통령만 공개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또 “처음엔 친북좌익세력 1호로 김 전대통령을 명기했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 ‘대한민국이 김대중을 고발한다’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신의원이 “현정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적장의 공갈에 굴북한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대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돌출발언이 이어지면서 국감장은 싸늘해졌다. 김옥두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과 통합신당 의원들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심상치 않는 분위기가 감돈것. 한나라당 질의 순서가 끝나고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질의시간이 되면서 결국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으로 변질됐다. 통합신당 이강래 의원은 “김대중 전대통령은 친북좌익세력 1호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다그치자, 서 회장은 “북한의 테러기관인 조광무역에다가 돈을 송금한 것은 국가반역이요, 친북세력 1호다”라며 맞받아쳤다.

이에 이 의원은 “내가 7년을 모셨던 분이지만, 단 한 번도 친북좌익행적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이것은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발끈했다. 이어 등장한 통합신당 송석찬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친북좌익세력으로 모는데 당신의 대북관과 통일관은 무엇이냐”고 묻자 서 회장은 “홈페이지를 참조하라”고 답하자, 송의원이 발끈하며 “여기가 어떤 자리인데…”라며 화를 냈다. 그러자 서 회장이 “내가 죄인이냐”며 항의했고, 옆에 있던 전정환씨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삿대질을 하며 “당신이 이나라 국회의원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소란이 계속되면서 급기야 폴러첸씨는 “평양에서 보았던 장면을 다시 보게 됐다”면서 목발과 목보호대 등 자신이 가져왔던 증거물들을 주섬주섬 챙겨 그냥 국감장을 떠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던 장내는 의장의 자제발언 등으로 잠시 뒤 진정됐다. 그러나 이어 등장한 민주당 전갑길, 김옥두 의원이 거듭 서 회장의 ‘김 전대통령은 친북좌익세력 1호’라는 주장에 대해 비판했다. 한편 증인신문이 끝난 후 고성이 오갔던 송의원과 서회장이 화해의 악수를 나눴지만, 민주당과 통합신당 의원들은 여전히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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