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광성, 공항 CCTV에 고려항공 직원과 함께 포착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김정남 암살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2등 서기관 현광성(44)이 사건 당일 실제로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나와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배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채널 뉴스아시아와 NHK는 김정남이 살해당한 지난 13일 현광성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출국하는 북한 남성 용의자들을 배웅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고 23일 보도했다.
 
채널 뉴스아시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 고위 소식통은 김정남 사건에 연루된 현광성 2등 서기관이 고려항공 주재원인 김욱일(37)과 함께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있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확인했다.
 
앞서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날 말레이시아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현광성이 김정남 사건 전체를 지휘 감독했다’고 전했다. 또 경과를 북한대사에 보고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NHK도 여러가지 정황을 감안해 현광성이 이미 말레이시아를 떠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과 공항에서 접촉하는 등 어떤 접점이 있는지를 경찰이 정밀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그간 김정남 살해를 실행한 여성 용의자 2명과 북한 국적 리정철(리종철)을 체포 구속하는 한편 사건 직후 출국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의 신병인도를 북한에 요구했다. 아울러 경찰은 현광성과 김욱일이 김정남 암살에 연루됐다고 의심하고 이들에 대한 사정 청취 등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북한대사관에 요청했다.
 
경찰은 현광성과 김욱일의 조사 이유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현지 매체는 경찰이 13일 촬영한 공항 CCTV 영상을 분석해 현광성 등의 모습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 경찰은 현광성이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 4명과 현장 부근에서 만나거나 연락을 취했을 것이라고 판단해 증거를 찾기 위한 수사를 확대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대사관 직원은 23일 오전 기자들에게 말레이시아 경찰이 현성광의 사정 청취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우리 외교관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모두 거짓말이다. 비방과 중상으로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하는 자세를 보였다.
 
북한대사관 측은 또한 직원 2명이 전날 공항 부근 경찰서를 방문한 것에는 "경찰서에 가서 30분을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했다"며 "우리 대사관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한 사람을 체포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받았을 뿐이다. 사건 수사에 협조 등을 요구받지도 않다. 이에 대해선 항의할 방침"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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