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교원그룹은 ‘빨간펜’ ‘구몬학습’ 등 유명 학습지를 발간하는 ‘교원구몬’을 계열사로 갖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계열사로는 교원, 교원여행, 교원하이퍼센트, 교원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교원그룹의 사업영역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교육과 생활, 여가 등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영위한다. 이 가운데 상조사업은 장평순 회장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미래 사업이다. 이런 토털 라이프 케어 사업에 방점을 찍은 계열사가 교원라이프다. 최근 장 회장의 외아들이 교원라이프의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수업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평순 회장의 아들 장동하(35) 씨는 지난해 7월 교원라이프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2008년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을 거쳐 2012년 교원그룹 전략기획본부 신규사업팀 대리로 입사하면서 교원그룹에 합류했다. 이듬해 계열사 교원구몬 마케팅팀 과장, 이후 사업본부 차장 등의 승진 코스를 밟았다.
 
장 대표의 누나인 장선하(36) 씨도 교원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선하 씨는 지난 2012년 초 교원의 호텔사업부문 차장으로 입사해 현재까지 이 부문을 맡고 있다.
 
올해로 두 남매가 교원그룹에 합류한 지 5년이 됐다. 그동안 두 사람은 초고속 승진을 이었다. 장동하 대표의 경우 지난해 7월 입사 4년 만에 교원라이프 대표이사에 올랐다. 장선하 씨와 그의 남편인 최성재 씨는 교원의 호텔사업부문을 사실상 경영하고 있다. 최 씨는 호텔사업부문장이다.
 
재계는 장 회장이 지난해부터 자녀들의 경영수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 나이가 아직 66세인데다 두 남매도 비교적 나이가 어린 편이지만, 그룹이 사업다각화를 꾀하는 상황이어서 경영의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남매의 경영수업은 쉽지 않았다. 특히 남매가 입사한 이후 소속 계열사의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교원구몬의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2012년 6552억 원·795억 원·815억 원 ▲2013년 6268억 원·682억 원·673억 원 ▲2014년 6105억 원·617억 원·595억 원 ▲2015년 6084억 원·628억 원·595억 원 등을 기록했다.
 
주력 사업인 학습지 시장의 경우 출산율 저하와 교육매체의 다양화 등으로 갈수록 축소되는 상황이다. 특히 경쟁업체도 난립하고 있어 사업다각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장 회장이 밀고 있는 상조사업이 정체된 그룹의 분위기를 띄우지 못하는 데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상조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분류된다. 교원라이프는 여느 상조회사와 마찬가지로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0개 상조회사 중 111개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흑자를 내는 상조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2015년 교원라이프의 매출은 15억3800만 원, 영업손실 27억100만 원, 순손실 18억8300만 원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가 매출을 넘어선다.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더라도 절대적인 매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익을 크게 남기긴 어려운 형편이다.
 
장선하 씨가 맡고 있는 호텔사업 분야도 경쟁자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상조업체와 달리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호텔도 많아 자본 동원력에서 상대하기 버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호텔사업 역시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대기업 운영 호텔들이 저가형이나 테마형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차별화를 내세우기도 힘들게 됐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뉴시스>

더 큰 문제는 그룹 오너 2세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든 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시장은 물론 장 회장의 신임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장 회장이 보유한 회사의 지분은 물려받겠지만, 전반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두 남매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다른 기업의 오너 2·3세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과 비교될 수 있다.
 
앞서 재계 관계자는 “교원그룹은 아직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는 한참 이르지만 경영수업 과정에서 재계에 회자될 정도의 행보는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 “어떻게 보면 재계 오너 2세들은 특정 구설수에만 오르지 않아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앞으로 얼마든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설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남매가 입사한 해인 2012년 그룹 지주사 격인 교원과 정수기·비데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계열사 교원L&C가 합병을 단행하자 ‘꼼수 승계’라는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교원L&C 지분 70%를 보유했던 장 대표는 합병으로 단숨에 지주회사 격인 교원의 주요 주주로 올랐다. 교원 측은 ‘교원L&C가 영업조직이 없어 매출을 올리기 어려워 효율성을 위해 합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합병 후 효율성은 더 떨어졌다. 매출은 3년 연속 하락했다. 애초에 그룹의 일감을 지원받아 성장해 자생력이 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거액배당도 구설의 대상이다. 그룹의 실적은 하락하는 상황에서 매년 거액의 배당을 하고 있어서다. 교원의 지분은 장 회장 일가가 100%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배당금은 전부 이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호텔사업의 경우 사내 교육 및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 고객이 내부 임직원이며 저렴하게 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면서 “물론 일반적인 사업도 하고 있다. 호텔 객실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상조사업에 대해서는 “상조회사에 대해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신뢰다. 이 부분에서 오너 2세가 대표로 있기 때문에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원그룹 측은 현재 경영수업을 받는 게 아니라 실무를 배우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임원도 아니기 때문에 경영수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무적인 부분에서 책임경영 차원에서 일을 하는 것이지 경영수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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