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되면 혼자 살겠다는 아내와 정치인 남편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바른정당 대선 예비후보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에세이집 ‘가시덤불에서도 꽃은 핀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남 지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중 아직은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책에 실린 가족사 등의 내용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만큼 정계와 언론 등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요서울에서는 남 지사의 에세이집 ‘가시덤불에서도 꽃은 핀다’ 내용을 중심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족사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정치 사찰로 인해 아내는 신경쇠약에 우울증까지
국익 위해 개인·정당 이익까지 포기한 사람으로 남고파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014년 7월 제 34대 경기도 도지사에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한 달여가 지난 8월 중순경 언론에 느닷없이 이혼 사실이 알려졌다. 남 지사 장남의 후임병 폭행·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던 때라 이혼 사실이 더욱더 주목을 받았다. 

당시 언론들에서는 남 지사 아내인 이모씨가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남 지사의 선거운동 현장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다 투표도 함께 하지 않았다며 불화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남 지사 측에서는 구체적인 이혼사유를 밝히지 않았었다.

"정치인 아내로 사는 것
힘겨워했다"


“1989년에 결혼해서 2014년에 헤어졌으니 25년의 세월을 부부로 함께했다. 보통의 부부들과 달리 남들의 주목을 받는 부부가 갈라서는 일이 하루아침에 결정된 것은 아니다. 몇 년 동안 고민해왔던 일이다. 전처는 자유로운 삶을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남들의 시선에 갇혀야 하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의 아내로 사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했다. 전처는 내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치인의 아내로 사는 것을 힘겨워했다”

남경필 지사는 책을 통해 전처가 정치인의 아내로 사는 것을 힘들어했다며 아내가 처음으로 이혼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은 2006년이라고 밝혔다. 당시 경기도지사에 나서려고 했던 남 지사는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경우 당선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지만 “도지사의 아내 역할은 도저히 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도지사가 된다면 나는 혼자 사는 편을 택하겠다”는 말을 듣고 가정의 평화를 선택했단다.

하지만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남 지사가 이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사퇴를 주장하면서 정권에 밉보였고 이후 사찰 여파가 아내에게까지 미쳤다고 남 지사는 설명했다. 

결국 당시 유치원 사업을 거쳐 보석 사업을 하던 아내 사업 전부에 사찰이 들어왔고 신문이며 방송에 왜곡되고 과장된 일들이 진실인 양 연일 대서특필되면서 아내는 신경쇠약에 걸렸고 우울증까지 생겨 몸무게가 30kg대까지 빠졌다고 전했다.

남 지사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갈등과 위기를 극복해 왔는데 2014년 경기도지사 출마 이야기가 다시 나오면서 위기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25년은 
내 이름으로 살고 싶다“


“내가 태어나서 25년 동안은 우리 엄마 아빠 딸로 살았고, 스물 다섯에 결혼해서 25년 동안은 정치인 남경필의 아내로 살았다. 다행히 아이들도 다 키워서 둘 모두 입대시켰으니 이제 앞으로 25년은 내 이름으로 살고 싶다”

남경필 지사는 정치권에서 2014년 경기도지사 도전 이야기가 다시 나올 때만 해도 출마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달아 도지사 출마를 포기할 수도 없었고 상황이 출마 쪽으로 돌아가 어쩔 수 없이 출마를 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으로 25년은 내 이름으로 살고 싶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남 지사는 “당신 이야기 들으니까 그 심정이 나도 조금 이해되네. 그럼 우리 각자 기도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 선거에서 떨어지면 계속 함께 살고 당선되면 이혼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심정에 대해 남 지사는 “결과는 당선이었다. <중략> 그리고 예정된 수순대로 우리는 이혼 절차를 밟았다. <중략> 도지사에 당선되었는데 이혼이라니, 두 사람이 아니고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일이었다”며 이혼 기사가 나간 날 남 지사는 대외 일정을 모두 접고 혼자 시간을 보냈다고 적었다.

당시 남 지사 부부의 이혼 기사에는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남 지사는 책을 통해 “둘이 서로 법정에 가서 얼굴 붉힐 일이나 의견 대립할 일도 없었다. 우리는 협의이혼 절차를 밟았고, 재산분할이라든가 자녀 양육권 같은 것도 이견 없이 원래 계획했던 대로 같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정리했다”고 밝혔다. 

"코리아 리빌딩 통해
행복 만들어줄 것"


남경필 지사의 에세이집 ‘가시덤불에서도 꽃은 핀다’에는 이혼사 외에도 고교시절 처음 술을 마시던 일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아들과 함께 떠난 배낭여행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남 지사의 정치사도 담겼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야기부터 모병제, 핵무장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남 지사는 ‘내가 정치하는 이유, 내가 하고 싶은 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의 정치 목표를 밝혔다.

남 지사는 대통령을 하는 것이 정치 목표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의 목표는 정치하는 동안 10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코리아 리빌딩’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 지향점을 ‘개개인의 행복을 만들어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일장수 같은 정치인이 아니라 청소부같은 정치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용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단다.

이 밖에 남 지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뉴 리더십’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대가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한다”며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새 정치, 즉 협치와 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책 말미에 남 지사는 “국익을 위해 개인과 정당의 이익까지 포기한 사람”이라고 묘비명에 새기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정치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그의 소망이자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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