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경험 청소년 중 일부 ‘랩’ ‘비닐’ 등으로 피임해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21세기 대한민국 현대 사회에서 아직까지 청소년의 성 문화는 금기사항으로 여긴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성적인 관심과 호기심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이중적 성 관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긴 어렵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에 발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6년,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이 13.9세(남성 13.7세, 여성 14.4세)였지만 지난해에는 13.1세까지 낮아져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낮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 사후피임약’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매···부작용 심각
임신 경험 여학생, 인공임신중절 수술 10명 중 8명꼴···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콘돔을 끼면 성감이 떨어진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다 불임이 될 수 있다’ ‘질외 사정의 피임율이 높다고 생각한다’ 등의 전문적이지 않은 속설들이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이는 온라인을 쉽게 접하는 청소년들이 잘못된 성문화를 배우는 데 기초가 됐고 낙태율을 높이는 원천적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손쉽게 피임을 할 수 있는 법’이라며 가짜 정보성 글들이 게재돼 있었다. 글에는 “학생들이 콘돔 사기 쉽지 않죠? 비싸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보니 사는 경우가 드물 것”이라며 “비닐 또는 랩을 이용하면 손쉽게 피임을 할 수 있다”고 잘못된 피임법을 설명했다.

또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비닐·랩 콘돔을 직접 사용하고 불안감을 느껴 질문을 하는 청소년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랩도 콘돔효과가 있나요?” “콘돔 대신 비닐·랩으로 성관계를 해도 성병에 걸리나요?” “콘돔을 못 구해서 랩으로 싸고 (관계를) 맺었는데…” 등의 질문들을 게시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청소년의 성적인 발언·행동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청소년 중 일부는 이미 성관계를 경험했거나 임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중생 임신 경험률
고교생의 두 배

 
전문에서 말한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교생의 성관계 경험률은 4.6%로 밝혀졌다. 남성이 6.3%, 여성이 2.8%였다. 고교 남학생의 경우 경험률이 8.2%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 조사는 인솔교사의 지시 아래 학교 컴퓨터실에 모여 설문지에 응답했다는 특성상 ‘솔직한 답변’에 한계가 있어 실제 수치는 그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또 여성가족부가 2014년에 실시한 ‘청소년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 청소년의 21.4%가 임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학생은 고교생에 비해 성관계 경험은 적었지만, 임신 경험률은 두 배에 달하는 등 고교생보다 임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임신 경험 학생 중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한 여학생은 81%로, 10명 중 8명꼴이었다.
 
10대들 사후피임약
무방비 노출돼

 
왜곡된 성 문화로 ‘사후피임약’을 사는 10대 청소년도 급증했다. 사후피임약은 다량의 호르몬을 투입해 임신을 막지만 두통·하혈 등 부작용이 커 필히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산부인과 방문이 두렵거나 부담스러워 인터넷에서 구입해 적정한 복용량도 모른 채 먹는 것이다.

또 인터넷에서는 의사 처방전 없이 손쉽게 구매를 할 수 있다 보니 올바른 피임에 대한 인식도 약해지는 상황이다.

기자가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불법 사후피임약에 대해 관찰해본 결과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구입하는 것에 비해 3~4배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처방을 받으면 약 4~5만 원가량에 구입을 할 수 있으나 온라인상에서는 10만 원 가까운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사후피임약은 주로 본인이 사용하고 남았거나 해외 직접구매로 유통되는 것들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약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국가에서 대행 구매를 하거나 해외에서 국내로 몰래 들여와 판매하고 있었다.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 출시

 
지난 15일 한 기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콘돔 자판기를 공식 출시했다.

기업은 언론을 통해 별도의 연령 인식 시스템은 없지만, 가게 바로 앞에 설치해 점주가 육안으로 자판기 이용객이 성인인지 청소년인지 판별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서울 신논현, 이태원과 광주광역시의 충장로 세 곳에 설치돼 있으며 완도 등지에서도 문의가 들어와 설치 논의 중이라 전했다.

기자는 21일 이태원에 있는 매장 근처로 향했다. 이 자판기 성인용품점 앞에 설치 돼 있었으며 전면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올바른 성생활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콘돔은 100원에 2개입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라 해서 미성년의 성관계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전한 성관계를 통해 책임감을 키워주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매장 앞을 지나던 A씨에게 청소년 전용 자판기에 대한 의견을 들어 봤다. 그는 “인터넷에는 무분별한 성인 콘텐츠들이 돌아다니고 청소년기에 DVD방 또는 노래방을 이용해 성관계를 한다는 소식을 많이 접한 바 있다. 그만큼 취지는 좋다고 생각된다”라며 “하지만 내가 청소년이라 가정했을 때 성인용품점 앞에 콘돔자판기가 있다면 부담스러워 살 수 없을 것이다. 지하철역사 내 화장실 앞에서도 콘돔을 판매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구매하는 사람을 본 것은 드물었다. 그만큼 기업에서는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당 기업 관계자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자판기 설치 구역을 찾았으나 매출에 이익을 줄 수 없어 설치를 원하는 곳이 없었고 설치를 원하는 점주가 나타나도 건물주의 동의를 얻기가 힘들어 무산되기 일쑤였다"며 "건강한 성인식 개선 및 양지화를 위해 노력하는 성인용품점에 의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자판기는 청소년 성적 자기결정권을 위해 소셜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충남 홍성의 학부모 모임에서 성교육 일환으로 만화방 내에 설치해주기로 합의했다. 빠른 시일 내에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회사에 금전적 이익을 주는 부분은 전혀 없고 최소한의 올바른 성문화가 국내에 뿌리 내려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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