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세계증시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증시의 화려한 랠리 속에 우리 코스피도 드디어 2100선을 돌파했다. 미국의 경우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과 경기부양 기대감이 증시를 부추기고 있고 경제지표들이 대체로 주가상승을 돕고 있다.

국내 증시도 지난해 기업실적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조선업 등 구조조정의 핵심에 있는 기업들이 털 것(적자)을 거의 다 털어 몸이 좀 가벼워진 분위기다.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두 자리 수나 증가했고 올해는 거기에 더해 추가 개선이 가능하다고 하니 투자심리가 회복될 만도 하다. 반도체 경기의 빅 사이클이 여전히 시장 중심에서 주가를 지지해 주고 있다.

또한 올해 중국 경기가 조금만 뒷받침된다면 석유화학이나 철강 등 전통산업들의 실적 또한 그리 나쁠 건 없다. 다만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코스닥 시장이나 중소형주를 보면 뭔가 재료와 돌파구가 막혀 있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사실 증시에서 단언적인 전망은 금물이다. 특히 강세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증시 앞에서 가져야 할 최선의 태도는 모두가 좋다고 말할 때 그 반대쪽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일이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입을 모아 주가가 오를 일이 하나도 없다고 우길 때 반대로 주가가 오를 만한 근거를 찾는 게 지나고 보면 현명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때인가? 미국을 보자면 이제는 아무래도 주가 조정의 시점이나 그 폭에 대해 고민을 좀 해 봐야 할 때인 듯하나 한국만 보자면 그저 모호한 상황이다. 트럼프 정책은 미국 증시에는 우호적이지만 한국 증시에는 지극히 불리한 내용 일색이니 더욱 헷갈리는 게 정상이다.

석유화학·철강 등 실적 기대

앞으로 증시가 얼마나 더 오를지에 대한 해답은 사실 쉽지 않다. 주가는 늘 이성적인 판단을 벗어나기 일쑤이고 어찌 보면 그런 탐욕과 공포가 주식시장의 속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반드시 고민해 봐야 할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재료가 지금 주가에 얼마나 투영되어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우리 증시는 별로 오른 것이 없다지만 미국 증시는 사실상 이미 적지 않은 길을 달려왔다. 지난 2009년 2월 바닥을 기준으로 보자면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DJIA)지수는 지금까지 장장 3.2배나 올랐다.

S&P500지수도 지난 금융위기 저점에 비하면 무려 3.5배, 2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금융위기, 즉 사람들이 너무 심한 과열이라고 말했던 서브프라임 사태 바로 직전에 찍었던 주가고점과 비교해 봐도 지금 미국 주가는 50%나 올라 있는 상태다.

더욱이 주가평균을 기업이익으로 나눈 지표(주가수익비율)라든지 순자산가치로 나눈 프리미엄(주가순자산비율), 즉 주식시장의 가치평가 지표들 가운데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은 없다. 미국 기업이익은 최근 3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자기자본이익률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오히려 크게 후퇴한 상태다.

즉 기업이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는데 그 와중에 주가는 프리미엄을 받고 오히려 상승했다는 얘기다. 리레이팅이 꾸준히 일어난 것이다.


결국 세계 증시의 중심이면서 또 세계 증시를 이끄는 미국 증시는 지금 기업이 만들어 내는 이익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이처럼 기업 수익력에 비해 그간 주가가 탄력적으로 오를 수 있었던 것은 2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바로 사상 초유의 낮은 금리와 향후 기업의 실적 개선, 즉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바로 이 두 가지였다. 그런데 금리는 이제 속도의 문제일 뿐 올라갈 확률이 높아졌다. 특히 경기가 추가로 좋아진다면 금리는 더 오를 것이다.

트럼프표 정책 추진력 잃으면 위험

경기 즉 기업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앞서 주식시장의 가치평가에서 보듯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선 반영돼 있다. 그러니 경기지표가 조금만 흔들리거나 혹시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 등이 추진력을 잃을 경우엔 오히려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기대가 큰 만큼 그게 현실화되지 못할 때에는 실망감도 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증시에 대한 향후 전망은 다소 조심스럽다. 물론 미국 증시가 현재 수준에서 조금 더 오를 여지는 남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조정에 한번 들어가면 아래 쪽으로 만만치 않은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주가가 좀 더 강한 랠리를 펼치면 펼칠수록 그 후유증도 점점 더 커진다고 봐야 한다. 주가 조정의 빌미는 주가 자체의 과열이 만들거나 경기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시장금리 상승이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미국증시가 심하게 꺾인다면 한국증시는 이에 어떻게 반응할까? 어쩔 수 없이 함께 조정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세계 증시는 하나로 묶여 있고 특히 주가가 떨어지는 약세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 주가는 오른 게 없어서 억울하다고 항변해도 소용이 없다. 외국인들이 일단 세계 주식을 조금씩 다 덜어낼 테니 말이다. 미우나 고우나 그래도 미국 증시가 살아있어야 우리증시도 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 세계 증시는 여전히 돈의 힘이 지배하고 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귀원  donghee0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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