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항일 유격대의 전통적 미풍을 내세워 실천 강조
상하일치와 군민일치로 軍 내부·군-민간인 결속 다져


지금까지 북한(北韓)의 ‘조선인민군’에 대한 고찰(考察)은 병력(兵力)과 보유 무기 등 주로 눈에 보이는 유형전력(有形戰力)을 언급해 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無形)의 정신전력(精神戰力)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첨단 전자장비가 위세를 떨치는 현대전에서도 병사들의 자질, 즉 정신전력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도 냉전(冷戰)의 잔재가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북한군의 무형전력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귀순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북한군의 무형전력을 분석한다. 북한은 조선인민군의 뿌리를 항일유격대에 두고 있다. 북한이 1932년 4월 25일 만주에서 항일 유격대인 조선인민혁명군을 결성한 날로 군 창건 기념일을 변경한 것도 현재 군(軍)의 모태는 바로 항일 유격대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군은 각종 첨단 무기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대전에서도 과거 30년대에 형성됐던 항일 빨치산의 생활 규범이 군 무형전력(정신전력)을 강화하고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은 군관(장교)과 전사(병졸) 간의 상하일치(上下一致)와 군과 민간인 간의 군민일치(軍民一致)가 항일 유격대를 지탱한 양대 지주였다면서 모든 군관, 병사들이 이같은 전통적 미풍을 살려 행동으로 옮기도록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다수의 적을 소수의 빨치산(partisan)으로 물리치기 위해서는 일치단결을 통해 전투력을 극대화해야 했고 “물을 떠난 물고기는 살 수 없다”는 말이 보여주듯 민간인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서는 활동 근거지조차 확보할 수 없었던 항일 유격대의 생존 전술이 지금의 상하일치와 군민일치로 연결된 것이다.

상하일치의 원칙은 상급자가 솔선수범함으로써 하급자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는 복종을 유도하고 계급 아닌 동지의 입장에서 하급자를 대우함으로써 장교와 병졸 간의 인화단결을 이루는 데 일차 목표가 있다.

북한군의 상좌(우리의 고참급 중령에 해당, 북한에서는 연대장급) 이상 지휘관과 참모들은 1년 중 15일간은 의무적으로 전방 사단에서 경계 근무를 해야 한다. 이 때 이들은 좌관급(영관급)이든 장령급(장성급)이든 계급장을 떼어 내고 전사 복장을 하며 일반 전사들과 똑같이 내무 생활을 한다.

영관급이나 장성급이 일반 병 대우를 받으면서 전방 참호에서 보초를 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북한군에서는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 소대장이나 중대장 등 하급 지휘관들도 환자 발생 등 근무자 유고 경우에는 그들을 대신해 경계 근무를 서도록 하고 있고 훈련이나 작업이 있을 때에는 ‘부하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도록’ 강요되고 있다.

평상시에도 지휘관들은 전사들과 함께 식사하고, 함께 운동하고, 함께 목욕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럼없이 어울려 지내면서 긴밀한 유대를 맺는 한편 계급이 낮은 전사에게라도 반드시 경어를 사용, 계급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혁명과업 수행을 위한 동지(同志)’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들은 ‘이신작칙(以身作則)’(자신의 몸으로써 스스로 모범을 보인다)을 기본 자세로 ‘아래를 알고 군인 대중의 지혜와 힘에 의거해 부대를 관리해야 한다’는 북한군의 통솔 지침에서 나온 것이다.

귀순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이신작칙의 통솔법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의무 경계 근무를 위해 전방 부대에 일시적으로 배속된 장성급 지휘관이 소대원의 발싸개를 세탁해 주는가 하면 손수 옷을 다림질해 주고 단추까지 달아 주는 등 ‘혁명적 동지애를 발휘’해 이들이 원대복귀하는 날에는 전 부대원들이 눈물로 전송할 정도로 전사들을 감동시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듯 부대원의 일치단결을 중시하는 북한은 군기 단속에 있어서도 개인보다는 단체에 책임 비중을 더 크게 두고 있다. 군기 위반자는 반드시 처벌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한 전사가 과오를 저질렀을 때 소대, 중대급까지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상호 감시와 함께 단체심을 함양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특히 구타는 ‘반혁명적 범죄’로 간주, 당사자는 물론 지휘관에게도 ‘강직(降職)’ 등의 중벌을 부과하는 등 엄격히 다루기 때문에 현재 북한군 내부에서 구타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상하일치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는 북한군은 군민일치를 통해서는 군과 민간인과의 융화를 꾀하고 있다.

평양시의 아파트 건설 현장, 댐 건설장 등 대규모 건설공사에서부터 모내기, 추수 등 농촌 봉사 활동에 이르기까지 각종 대민(對民) 지원활동에 군이 수시로 참여한다.
최근들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우리 초소-우리 학교 운동, 우리 마을-우리 초소 운동 등은 각급 학교, 공장, 기업소, 마을들이 인근의 군 부대와 자매결연 형태로 유대 관계를 형성, 상부상조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군민일치를 실현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지난 1991년 12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김정일(2011년 사망)이 사령관으로 추대된 이후 이 운동에 모범 사례를 보인 학교, 마을 등에 친필 감사문을 빈번히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 언론이 이같은 일이 있을 때마다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은 ‘군민일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김정일 최고사령관’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의 상하일치와 군민일치 방침은 최소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전력을 강화하는 데만큼은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사들이 지휘관들에게 거의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김일성(1994년 사망) 부자의 얼굴만 봐도 눈물을 흘릴 정도의 맹목적 충성을 바치고 있는 북한 군의 실정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대다수 귀순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은 그같은 평가를 사실로 뒷받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휘관들의 솔선수범을 밑바탕으로 한 상하일치와 군을 친혈육처럼 인식하게끔 하려는 군민일치 방침은 평상시 북한군의 정신전력을 강화하고 일단 유사시에는 전투력의 극대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윤광제 작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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