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동교동 자택에서 양동민 부의장을 비롯한 재일한국민족통일운동연합(한통련) 인사들과 30년만에 재회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해외민주인사들에게 “민족적으로, 국민적으로 자랑으로 여긴다”며 한통련 회원들이 지난 73년 자신의 도쿄(東京) 납치사건때 ‘김대중 선생 구출대책위원회’를 결성, 구명운동을 벌인 것과 관련,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통련은 김 전대통령이 지난 72년 10월 유신이 선포되자 일본에서 동포들을 규합해 초대 의장을 맡은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의 후신. 그러나 출범 1주일 전인 73년 8월 중앙정보부가 김 전대통령을 강제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민통 회원들은 즉각 조직적으로 구명운동을 벌였다. 이후 박정희 정권은 78년 재일동포 유학생 김정사를 한민통의 지령을 받은 간첩으로 조작해 한민통을 ‘반국가단체’로 낙인찍고 80년 5월 신군부가 김 전대통령을 한민통의 초대의장이라는 이유로 내란음모죄를 적용, 체포했다.

당시 한민통은 제2차 구명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김 전대통령은 1980년 군사재판 과정에서 이 단체와의 관련을 부인했다. 또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 단체에 대한 이적규정을 철회하지 않아 한통련 인사들은 고국을 방문할 수 없었고, 김 전대통령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한통련 관계자들의 방문엔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의 최병모 대표및 임종인 집행위원장도 동행했다. 한편 이날 만남은 한통련 인사들의 방문에 맞춰 김 전대통령이 이들과 만남을 원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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