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시기를 둘러싸고 ‘대선 전 개헌론’과 ‘대선 후 개헌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3월 국회가 대선 전 개헌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유력 대선주자가 대선 후 개헌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여부는 대통령 탄핵 결과에 달려 있다 하겠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는 대선까지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대선 전 개헌론이 힘을 얻을 것이다. 반대로 탄핵이 인용될 경우는 시간이 촉박하고 대선전(戰)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선 전 개헌론이 힘을 얻긴 어려울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0년 전인 2007년 1월 9일, 다음과 같이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한 바 있다. “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정치세력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의제가 아닙니다. 누가 집권을 하든, 보다 책임 있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지 당선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국정운영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무현의 정치적 상속자를 자처하는 문재인은 지금 개헌논의를 반대하고 있다.

10년 시차를 두고 개헌 되돌이표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개헌을 국가발전과 사회개혁을 위한 시대적 요청으로 보지 않고 정권획득을 위한 정파적 이해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개헌을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국가대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개헌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국회·검찰·언론·노조·재벌 등 특권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하에서 개헌의 당위성을 살펴보자.

첫째, 견제 받지 않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이 본인 및 친인척의 비리나 권력형 부정부패로 불행하게 되었다. 이는 대통령의 실패가 단지 사람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으며, 대통령제의 수명이 다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불행은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이 땅의 불행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둘째, 무소불위의 ‘제왕적 국회의원’ 특권도 없애야 한다. 현행 헌법에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권은 있지만,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없다. 이것은 3권분립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국회의원에게 과도한 권력이 주어진 의회주의적 헌법 규정을 손봐야 한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없애고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등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필요하다.

셋째, ‘레임덕 현상’을 막기 위해 4년 중임제가 불가피하다. 5년 단임제 하에서는 정권 인수기간인 집권 초와 레임덕이 벌어지는 집권 말을 제외하면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기간은 3년이 채 안 된다. 3년 동안 중장기적인 경제정책이나 교육개혁 같은 국가계획을 밀고나갈 수 없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최소 50% 정도의 국민 지지도를 얻고 가야 한다.

그러나 집권 3년 차가 되면 레임덕으로 지지도가 하락한다. 또한 ‘정귀유항(政貴有恒, 정치는 항상성이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이라는 말처럼 정책은 항상성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통령이 예외 없이 전임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나 정책을 지우고, 한정된 재임기간에 업적을 남기려고 무리한 국정 운영을 반복한다. 결국 모든 폐해는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전가될 뿐이다.

넷째, 생산적인 ‘여야 협치(協治)’를 해야 한다.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지 못해서 박근혜 정부는 52일이란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제 여야의 갈등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국민은 다수의 견제와 감시에 의한 제한된 권력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 간에 권력을 공유하고 나눠 정치의 이전투구를 없애기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권력은 대폭 나누는 분권형 개헌이 국회개헌특위에서 심도 있게 검토되고 있다.

다섯째, ‘대선 후 개헌’ 주장은 호헌론이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임기 중에 개헌을 하겠다”는 철석같은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임기 초에는 권력 누수를 염려하여 개헌을 반대를 했고, 임기 말에는 힘이 빠지고 유력 대선 주자들의 반대로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 3년 임기 단축(연임 가능, 총선과 동시선거) 성사를 위해서도 대선 전 개헌이 필요한 이유이다.

현행 대통령제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대선 이전이나 대선일에 맞춰 국민 투표를 하는 ‘개헌 시간’은 충분하다. 1987년 헌법개정에 걸린 시일은 불과 42일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의 몸집은 커졌고, 패션은 변했다. 20대 국회는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이 아닌 상태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현행 헌법으로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탄핵정국 이후 국론 분열을 막아야 한다. 탄핵뇌관을 떠안고 있는 차기 대통령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를 뼛속까지 개혁하기 위해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 질서는 바로 새로운 헌법에 의해 완성된다.

우종철 자유통일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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