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특징 중 가장 핵심적은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특권은 강화하는 반면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능한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렇다. 세계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공과(功過)를 떠나 한 특정인이 모든 권력을 움켜쥐었던 질곡의 독재시대가 분명 있었다. 이제는 모두가 과거시제가 되었다. 그런데, 민주시대인 지금 다른 형태의 독재가 우리 눈앞에서 자행되고 있다. 대통령마저 자기 마음대로 끌어내릴 수 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진 집단에 의해서다. 바로 국회다.

국회의원의 권한과 특권은 너무도 많아 일일이 나열할 수조차 없다. “금배지를 달면 100~200가지 권한과 특권이 따라 온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될 정도다. 귀빈 대접받는 해외 출장,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이 그 중 일부다.

나랏일 하는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권력은 주어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일견 동의한다. 문제는 이들이 국가권력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권분립이 엄연히 분리되어있음에도 입법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마저 자기들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통제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툭 하면 자기 유리한 쪽으로 국회법을 뜯어 고친다. 지난 해 19대 국회는 임기 마지막 회의에서 상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가 결정하기만 하면 1년 내내 청문회가 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는 고스란히 유지된 채 말이다. 행정부와 관료 집단 전체를 국회 앞에서 설설 기도록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또 이들은 사법부마저 굴복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조치와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관련 위원회가 심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궁극의 헌법 가치가 무엇인지, 궁극적인 최후의 판단을 내리는 기관의 상위에 군림하겠다는 속셈이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국회의원들의 독재 행위는 더욱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절차를 제대로 밟지도 않은 채 대통령 탄핵을 국회에서 가결함으로써 극심한 사회 분열과 갈등을 키웠다.

이들은 신문기사와 검찰조서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근거로 삼았다. 게다가 탄핵사유가 표결 하루 전에 공표되는 바람에 국회의원들조차 탄핵사유를 제대로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표결 전 이루어져야할 탄핵사유에 대한 조목별 토의나 설명 등이 없이 번개같이 처리된 것이다.

이들은 또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해놓고 나중에 증거를 조사해 탄핵안을 수정하거나 내용을 첨가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이는 마치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피고에게 구형을 한 뒤 판사가 선고하기 전에 공소장을 수정하고 내용을 덧붙이는 행위와 다를 게 없다.

이런 절차상 문제가 있었음에도 탄핵안이 통과된 데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책임이 크다.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비박계’와 이른바 ‘촛불민심’을 두려워한 의원들이 소신도 철학도 없이 성급하게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던가.

이들의 독재적 행태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엄연히 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황교안 대행이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국중립내각, 국회 추천 총리, 대통령 진퇴 문제까지 무시하면서 황 국무총리를 권한대행으로 일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자기들 말을 듣지 않는다고 쫓아내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특검법도 발의하겠단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자기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뜯어고치고 자기네 입맛에 맞는 법을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독재가 아니고 무엇인가.

탄핵정국의 소용돌이가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된 데는 절차를 무시하고 탄핵안을 서둘러 가결한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다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명백한 위법사실이 드러난 후에 탄핵안이 발의되었더라면 나라가 탄핵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져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사세가 이러한데도 이들은 대권 주자들과 함께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오히려 분열을 선동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영화 ‘300’에서 300명의 스파르타 군대는 페르시아 군을 맞아 3일간 결사적으로 싸우다 전멸했다. 그러나 전쟁 자체는 승리했다. 3일 동안의 전투로 페르시아군의 발이 묶이는 바람에 스파르타와 동맹을 맺은 그리스군은 전열을 재정비 할 수 있었고, 결국 살라미스 해전으로 페르시아 군을 격퇴시켰다. 그들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은 어떤가.

장성훈 편집국장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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