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3월이 시작됐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빠르면 3월10일 늦어도 13일 최종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탄핵이 인용되건 기각되건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60일 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야권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자연인 신분이 된 박 대통령의 신병처리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예정이다. 반면 기각된다면 조기대선정국은 소멸하고 하야정국으로 나라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질 전망이다. 시간을 번 보수세력이지만 정권교체 열망은 인용때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2017 대선정국은 한바탕 요동칠 전망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인용시 한국당, 보수결집 바른당 조기통합 요구 봇물
- 朴 대통령 자연인 신분 검찰 조사 …‘칩거정치’ 예고


[후폭풍 하나: 기각시 보수결집 통합요구 봇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정국은 ‘탄핵정국’에서 ‘조기대선정국’으로 급선회하게 된다. 5월 중순 즈음 치러질 조기대선은 일단 야권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당장 ‘경선=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그동안 촛불집회에 가장 적극적이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오를 공산이 높은 게 현실이다. 다만 민주당 경선에서 막판 안 지사가 문 후보에 역전을 할 수 있을지와 이재명 후보가 탄핵 바람을 타고 2위인 안 지사 자리를 탈환할지는 민주당 경선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아울러 문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 문 전 대표를 한 자릿수까지 추격하던 안 지사의 지지층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 흡수될지 여부도 조기 대선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문재인, 안철수, 보수후보 3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야권 진영의 표분산으로 문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보수 정당의 입지는 줄어들 공산이 높다. 범여권 일각에서는 탄핵에 반대한 한국당이 지리멸렬하고 찬성한 바른정당으로 보수층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진영 논리로 치부되고 있다.

박 대통령 정권 탄생에 기여한 두 정당은 탄핵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 국회 탄핵으로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분당했지만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난다면 격분한 보수 세력은 두 정당 모두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 ‘배신자’로 싸잡아 공격할 공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보수진영의 태극기 세력이 헌재에 맞서 일시적으로 결집현상을 보일 수 있지만 그 분노는 외부보다 내부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범여권에서 대두되는 대선직전 보수정당간 이합집산이나 보수 단일화 논의는 예상보다 빨라질 공산이 높다는 관망이다. 이럴 경우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조기대선정국에 문재인 35%, 안철수 15%, 심상정 10% 등 진보진영 표가 분산되는 사이 보수후보 20%에 ‘샤이박’ 20%가 더해져  정권연장을 할 수도 있다는 ‘51대 49’ 싸움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편 탄핵이 인용되건 기각되건 보수 후보가 누가 되느냐도 변수다. 현재 황교안 권한 대행총리가 가장 앞서고 있지만 홍준표 경남지사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탄핵이 인용될 경우 현재 거론되는 보수 후보군이 야권 후보들에 비해 열세에다 선거준비기간도 짧아 자력으로 승리할 공산은 매우 낮다.

[후폭풍 둘:박 대통령 거취 정국의 ‘핵’]
헌재심판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의 신병도 초미의 관심사다. 결과에 따라 조기대선정국을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탄핵이 기각된다면 박 대통령의 신분이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검찰수사는 유야무야될 공산이 높다. 이미 특검 수사때부터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압수수색’이나 ‘대면조사’를 불응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용될 경우에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는 박 대통령으로선 더 이상 검찰 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이럴 경우 조기대선정국을 맞이해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사 유보를 할 수 있다. 이미 1997년 대선 직전 김대중 당시 후보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되자 법무부 장관이 ‘대선 후까지 수사 유보’를 발표했던 전례가 있다.

그러나 DJ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고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에서 탄핵당해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야권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이를 제외하고 현재 거론되는 박 대통령 신병처리 시나리오는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 구속 수사이고 둘째는 전직 대통령 예우차원에서 불구속 수사, 마지막은 새정부 출범후 정치적 사면을 들 수 있다.

검찰 구속 수사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주장하는 안이다.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죄로 구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은 탄핵인용과 동시에 ‘구속’이라는 수모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수갑을 차고 파란 수의를 입은 박 대통령의 모습은 촛불 세력에게는 ‘환호’의 순간이지만 태극기 세력에겐 절망감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탄핵 인용과 더불어 보수진영을 똘똘 뭉치게 하는 자극제가 될 것은 자명하다.
이미 박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때 ‘대전은요’ 한 마디로 뒤진 선거를 뒤집어 재차 선거의 여왕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지방 유세중 괴한으로부터 커터칼 피습을 당한 뒤 수술을 받고 처음으로 한 말이 “대전은요”라고 말해 지다시피한 선거를 역전시켰다. 이번 조기대선정국에서도 검찰 수사에 반발해 ‘칩거정치’를 하다 강제로 집밖으로 끌려나오면서 회한의 ‘단답식 화법’을 구사할 경우 그 후폭풍은 예단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열세였던 이회창 전 총재가 권철현 비서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눈물의 삭발식’을 부탁해 막판 역전을 기대했지만 박 대통령은 일언지하에 거절한 바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면 57만표차이로 진 이 총재가 승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조기대선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검찰수사에 나서면서 ‘아버님 어버님 죄송합니다’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한 마디 할 경우 대선판이 또 어떻게 흐를지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여야가 박 대통령의 구속 수사가 가져올 후폭풍을 예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불구속 수사에 합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해 박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구속수사’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야권 후보에서도 선호할 수 있는 방안이다.

또한 검찰수사에 따른 사법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차기 대통령을 준비하는 후보들에게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유죄로 판명이 날 경우 어떻게 예우할 것인지도 민감한 사안이다. 과거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받고 수형생활을 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박 대통령을 그렇게 대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범여권 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겪은 태극기, 촛불세력의 갈등 해소와 새정부 출범이후 국가적 혼란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박 대통령 특별사면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김영삼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을 단죄한 뒤 임기말 국민대화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선택한 방식과 유사하다.

[후폭풍 셋: 기각시 보수 재정비…다자구도로]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각하내지 기각 가능성도 남아있다. 보수진영에서 ‘탄핵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각하될 소지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 심판이 들어간 이상 기각내지 인용 둘 중의 하나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에도 정국은 요동칠 전망이다. 

대통령은 자진사퇴하지 않는 이상 국정운영에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정권교체와 탄핵찬성을 바라는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탄핵정국’이 ‘하야정국’으로 재편되면서 12월 대선까지 박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기대하기 힘들다.

임기말이라 공직기강이 해이해질 공산이 높아 박 정부는 공직자 사정정국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또한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에 나서 사회적 혼란이 예고된다. 일부 보수 강경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계엄령 선포’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대선은 12월로 미뤄져 보수 세력이 전열을 재정비할 시건을 벌 수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무사히 뗀 황교안 총리 대행이 ‘포스트 박근혜’를 대체할 인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심에서 무죄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대선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조차 탄핵이 기각될 경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야권의 경우 경선은 뒤로 미뤄졌지만 ‘경선 승리=본선 승리’라는 공식은 더욱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 전선이 강화돼 제3의 보수 후보 출현 등 변수도 존재한다.

반면 기각시 범여권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당장 보수 연대론이나 재통합은 물건너 갈 공산이 높다. 이미 바른정당소속 국회의원들은 박 대통령 탄핵 기각시 ‘의원직 총사퇴’를 공언한 상황이다. 탄핵 반대를 주장한 한국당으로 보수 세력이 결집할 수 있지만 자칫  ‘TK정당’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다. 이럴 경우 2017년 12월 대선은 문재인, 안철수, 바른정당후보, 한국당 후보 등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