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비롯한 총수들 제약 풀릴까

SK, 롯데, CJ 등 ‘안도’…검찰, ‘넘기기 식’ 수사는 없다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지난달 28일 종결됐다. 유력 수사대상으로 거론됐던 SK, 롯데, CJ는 안도하는 눈치다. 검찰이 수사에 당장 착수하는 것이 아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선고를 지켜 본 후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특검이 확보한 자료가 트럭 1톤 분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료 검토만 시간소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여, 수사대상으로 거론된 기업들에게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서는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말한다.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특검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등 활약을 의식했다는 점을 지목한 것. 또 여론의 불신이 높아진 이때 특검팀과 다른 성과를 내기 위해 검찰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요서울은 특검으로부터 수사권을 이관받은 검찰의 수사 향방을 살펴봤다.

90일간의 수사를 마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지난달 28일 끝났다. 수사 종결과 함께 특검팀은 구속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 위증, 증인 출석 거부 등의 혐의가 있는 15명(14명 기소·1명 입건)을 무더기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증인이 선거한 후 허위 진술을 한 경우 1년 이상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증인이 국회의 동행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특검팀의 수사 연장이 불발되면서 유력수사대상에 이름을 올렸던 대기업들은 특검 수사를 받지 않게 돼 한숨 돌렸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검이 출범과 동시에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의 수사를 명확히 해왔던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끝이 났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은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심한 압박을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특검이 SK, 롯데, CJ 등에 칼날을 겨눈 이유는 이들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하고 특정한 대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 원의 자금을 출연한 대가로 최태원 회장이 사면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8·15 사면으로 출소한 최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점이 의혹을 증폭시켜 온 바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독대 후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을 기부한 뒤 돌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면세점 특허권을 두고 대가성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았고 검찰 역시 지난해 11월 롯데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관 후에 대한 이견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2015년 11월 27일 박 대통령과 독대에서 사면을 청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수사대상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들이 특검에서 검찰로 이관된 이후 상황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특검법에 따르면 검찰의 공식 수사 착수는 특검의 수사 종결 후 그 다음 주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검찰이 탄핵심판선고를 지켜본 후 수사한다는 입장과 자료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수사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이 기업들의 재단 출연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특검에 넘긴 바 있다는 점 등으로 기업들을 향한 칼날이 무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검찰이 이전 수사 결과를 부정 또는 일부를 달리 봐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특검의 수사를 받지 않은 기업들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행 특검법 제2조는 수사 대상을 14개 항목으로 규정해뒀다. 특검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의 수사 인력, 기간 등의 제약이 특검과 다르게 없다는 점이 훨씬 더 방대한 수사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검찰이 박 특검팀의 이 부회장 구속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지목했다. 정치권에서의 수사권 분리 주장과 여론의 불신 등이 일고 있는 상황에 성과를 내 오명을 씻기 위한 검찰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기업들의 목을 더 죈다는 주장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 역시 “삼성 수사 결과를 보면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 결과도 예측할 수 있다”며 “검찰이 적절하게 잘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기업들의 검찰수사가 단순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총수들의 출국금지 조치

박 특검팀의 수사종결이 수사 대상인 주요 대기업 총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치지는 않는 모양새다. 특검이 검찰과 대기업 총수들의 출국금지 조치를 풀어주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특검보는 마지막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를 하려다가 못한 대기업 회장들에 대한 출국금지 문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찰과 협의해 적절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청와대의 부당거래 의혹과 관련해 삼성그룹 외 SK·롯데·CJ그룹 등을 수사 대상에 올리며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은 지난해 12월 특검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직후 출국 금지가 떨어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는 등 특검팀의 삼성 관련 수사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삼성 외 대기업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기회가 생기지 못했다.

특검 내에선 출국금지로 인해 국외 활동에 제약이 생긴 총수들의 해외 경영 활동을 위해 출국금지를 해지하고 검찰이 추가 조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게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이 같은 협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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