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은 패권지향적, 반패권지향 그룹 만들어야”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대권 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경제=진보, 외교=보수’임을 본지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 정 이사장은 지난 2일 노량진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국의 원조로 성장한 내가 반미 할 수야 있겠나”라며 “국방, 대미관계와 관련해서 나는 확실히 보수다”라고 밝혔다.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와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만나서 술을 마시긴 했지만 개인 정운찬이 아닌 총장 정운찬으로 만났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일요서울]과 C4(젊은 보수와 개혁 보수를 추구하는 네 명의 젊은 논객들이 보수의 올바른 프레임 재정립을 위해 만든 방송)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날 인터뷰 내용을 대담 형식으로 정리해 봤다.
<송승진 기자> songddadda@ilyoseoul.co.kr
    - 나는 반기문이 아니다! “끝까지 완주할 것”
- "대선 전 개헌 전적으로 찬성"

- “신정아, 늦은 시각 호텔 바에서 만난 것은 사실”
- “盧 정권 당시 서울대 폐지 압박 많이 받았다”


최종호(이하 최) :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러나 그걸 아직까지 모르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

C4 : 출마 선언을 했나? 몰랐다.

최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정체성이 모호하다. 보수인가 진보인가.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하 정) : 경제정책으로 보면 내가 문재인 후보보다 훨씬 진보적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국방으로 본다면, 적어도 대미관계와 관련해서 나는 보수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 덕분에 우리나라가 국방에 대한 걱정을 덜하며 경제성장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6.25 전쟁을 일으켰을 때 남한을 구해준 미국, 상호방위조약에 의해서 경제성장 지원을 해준 미국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나는 어릴 때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아침에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떡 먹고 저녁에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죽을 먹었다. 미국에서 보내온 옥수수 가루로 산 사람이 미국에 대해 비판을 할 수야 있지만 반미 할 수야 있겠나. 적어도 나를 객관화해서 보면 보수가 아닐 수 없다.

최 : 보수다 분명히 밝혔다. 정운찬 총리는 보수다.

정 : 그렇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경제정책 할 때는 진보로 보이고 외교정책 할 때는 보수로 보이는데... 진보는 날 보수로 보고 보수는 날 진보로 본다. 손해보는 것 같다(웃음)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5년 단임제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반드시 개헌하는 것이고 정치적으로는 패권주의를 타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자유한국당만이 계파주의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 후보님이 자유한국당으로 오시는 게 맞다고 본다.

정 : 개헌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특히 대선 전에 개헌을 했으면 좋겠다. 다만 개헌을 공유로 제3지대를 만들자? 반문 비문 연대를 만들자? 나는 이것에는 전적으로 찬성하기 힘들다. 같이 아이디어를 내세워서 같이 경쟁하고 같이 개헌을 원하니까 같이 추진해보자는 것은 좋다. 다만 개헌을 고리로 정치적 집단을 만드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다만 지금 문재인 후보의 모습을 보니 패권지향적으로 보인다. 이에 반패권지향을 지지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그룹을 만들자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책임 때문에 무거움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에 가서 내가 제대로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겠다.

최 : 윤 변호사 생각은 어떤가. 정 후보님 어디로 가야 할까.

윤기찬 변호사(이하 윤) : 어딜 가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 생각에는 동반성장이 어떤의미인지가 가장 궁금하다. 동반이 포인트인지 성장이 포인트인지. 동반해서 성장하는 게 가능한 것인지

정 :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서 다 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동반성장이다. 더불어서 성장하자면 아무도 이의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데 함께 나누자고 하면 부르르 떠는 사람들이 많다. 동반성장이 있는 사람들 거 빼앗아서 없는 사람에게 주자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것은 경제 전체의 파이를 크게 하되 분배의 룰을 조금 바꾸어서 다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윤 : 그게 가능한가

정 : 가능하다.

최 : 총장님은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거기에 확실한 비전과 계획, 나아가 후속조치가 다 준비돼 있다는 말인가.

정 : 그렇다. 나는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 생각한다

최 : 대통령에 당선되면 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어떠한 세력과도 연정할 생각이 있나.

정 : 그렇다. 서울대 총장 재임 당시 난 이미 연정을 했다. 당시 서울대 교수단이 1800 명이었는데 내가 나온 고등학교 출신이 370명이나 왰?? 그러나 나는 1기 2기 보직교수 30여 명 중 경기고 출신을 두명밖에 쓰지 않았다. 어떤 조직이든지 구성이 다양해야 발전한다. 서로 다른 배경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부딪히면 다른 생각을 배우게 되고 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곧 새로운 생각 창의적인 생각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연정도 똑같다.

최 : 아까 보수라고 했다. 보수에서는 사드 당연 배치를 주장하는데. 나도 사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는 사드에 대해 정 총리가 반대했다고 말하는데.

정 : 작년 7월 같다. 내가 사드를 반대했다기보다는 비판적이었다. 우선 길게 보자면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우리의 국방에 관한 것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봤을 때, 사드가 꼭 있어야 한다면 배치해야 하는 것도 맞다. 작년 7월을 기점으로 사드 배치 안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 논의조차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드 배치한다는 것으로 나왔다. 밀실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옳지 않다. 공론에 부쳤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최 :서울대 폐지론 얘기가 있었다. 내가 알기로 노무현 정권 당시 대통령의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 : 많았다. 예산 날짜 늦춘다, 지원 줄인다, 정말 여러 압력이 많았다. 내가 국정감사 받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있던 당인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나마 사실에 근거한 질문이면 되는데 사실무근인 질문을 받으며 안타까웠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총장 당시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가끔 있었는데. 만날 때마다 껄끄러웠다. 예를 들면, 한번은 청와대에서 서울대 교수들이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같이 공헌했다 하여 상을 주고 점심을 먹었는데, 대통령이 나더러 ‘총장님은 오늘 왜 오셨어요?’했다. 사실 한 나라에 좋은 대학 몇 개가 있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

최 : 총리님에 대해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 사람이 왜 안보조차도 진보가 아니고 좌빨처럼 사드 반대하냐는 시선이 많았다.

정 : 아까 말한 것처럼. 미국 원조로 살고 미국에서 유학을 오래 했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한국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믿는 사람인 내가 어떻게 좌며 빨이며 이럴 수 있겠나.

최 : 가족들이 언론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정아 씨 관련한 내용이 특히 그런데…

정 : 당시 홍라희 여사의 배려로 서울대학에 한 170억짜리 미술관을 지었다. 홍 여사와 나는 미술관장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후 내가 김옥람 박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니 “정아 어떨까?”라고 했다. 그 사람이 신정아였다. 신정아 씨는 당시까지(?) 예일대 박사였다. 이후 신정아 씨가 이력서를 가지고 날 찾아왔다. 당시 나이가 34살이었다. 너무 어렸다. 그래서 임명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예일대 박사라고 하고, 참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했다.

그리고는 몇 개월 동안 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메모가 왔다. 보고 싶다, 뵙고 싶다고 해서 북창동에 있는 어느 일식집에서 만났다. 그리고선 나중에 또 한 번 문자로 연락이 와서 한 번 더 봤다. 나는 사실 속으로는 미술관장 추천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만난 것도 있다. 두 번째 만난 장소는 내가 평소에 잘 다니는 서울 시내 모 호텔에 있는 바였다. 정말로 와이드한 오픈 바. 거기서밖에 만나지 않았다.

최 : 그럼 세 번 정도밖에 안 만난 건가

정 : 아니다. 내 말은 그 이외의 장소에서는 만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오픈된 곳에서만 만났다. 만나면 대화하지 않나. 그 당시에는 예일대 박사로 알고 있었으니 내가 신 씨에게 이렇게 큐레이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 교직을 좀 가셔야 되지 않겠나 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학부를 안 나와서는 예일이건 하버드건 프린스턴이건 나와 봐야 취직이 힘들다. 그래서 나는 논문을 많이 쓰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마치 내가 서울대 자료를 오픈한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신 씨의 말에 따르면 내가 술을 마실 때 본인이 일찍 가려고 하자 가지 말라고 핸드백을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됐나? 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최 : 그런데 정 후보가 신 씨를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불러냈다는 말이 있는데…

정 : 총장은 자기 시간이 없다. 매일 회식이 있다. 회식이 끝난 다음에 9시쯤 나오라고 했던 것이다. 9시와 호텔이라는 거 때문에 여러 가지 상상들이 나오는 것 같다.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몇 번 만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 정운찬으로는 아니다.

최 : 완주할 것인가? 2007년처럼 고개만 내밀고 다시 들어가는 거 아닌가

정 :  아니다. 분명히 하자. 2007년 여러 사람이 나오라고 했는데 고민해 보겠다고 했을 뿐 나간다고 하고 안 나간 적은 없다. 대통령 나가겠다는 말 한 적 없다. 어떤 신문에는 ‘특강정치’ 한다고도 기사가 났다. 언론의 전달이 정확했으면 좋겠다.

윤 : 그래서 완주한다는 것인가?

정 :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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