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즉시 출마, 기각=일단 대기’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출사표를 던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 이후 보수 세력 내 이미 형성된 ‘황교안=박근혜의 수호천사’라는 공감대는 더욱 끈끈해졌다. ‘황교안=박근혜의 적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 황 대행의 팬클럽 격인 온라인 지지세력 ‘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 일명 ‘황대만’도 본격적인 활동에 기지개를 켰다. 반면 야권은 분열되고 있다.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 이후 국민의당은 민주당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바른정당은 총리 탄핵에는 동참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심지어 야권의 무리한 ‘특검 연장 법안 직권상정’과 ‘총리 탄핵’ 시도는 오히려 황 대행이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순교자’ 이미지까지 얻는 계기가 됐다. 이렇듯 정치권의 모든 상황이 황 대행에게 출사표를 쥐어주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황 대행 측에 이미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른 구체적인 대권 플랜이 나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황 대행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당선 여부 무관, 출마 자체로 파급력 ‘막강’
- 정치 경험 전무, ‘제2의 반기문’ 될까 우려도…


현재 정치권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시계 제로’ 상태다. 특검 연장은 불발됐고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종선고를 앞두고 있다. 심지어 야권은 총리 탄핵까지 논의 중이다. 이 틈을 타고 황교안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태극기 민심에 한 발 더 다가갔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황 대행이 ‘특검 연장 거부’를 시작으로 ‘큰그림’의 드로잉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한다. 황 대행의 최근 행보들이 그가 결국 대선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

‘특검 연장 거부’ 이후 야권 분열, 보수 결집

우선 황 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자 마치 그가 의도하기라도 한 듯 야권 내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한 술 더 떠 야권은 황 대행이 본인들과 궤를 달리했다는 이유로 탄핵하겠다며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정치권에는 ‘무리한 시도는 역풍을 부르게 된다’는 공식이 있다. 야권이 특검 연장을 불승인한 황 대행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구체적 사실이 없음에도 탄핵하겠다는 것은 촛불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황 대행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하며 보수 세력 내에서 박근혜의 ‘수호천사’ 나아가 ‘순교자’ 이미지까지 얻었다. 지난 3월 1일, 끝이 보이지 않는 태극기 물결이 탄핵 무효를 외치는 함성과 함께 광장을 흔들어놓았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선고가 가까워짐에 따라 보수 결집력은 상상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 대행이 ‘태극기의 주인’이 된다면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마냥 촛불의 따뜻함에 취해있을 순 없을 것이다.

황 대행이 연일 안보 문제를 언급하면서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야권에 맞서는 동시에 보수층의 결집을 부추기는 점도 그의 ‘큰그림’ 중 하나라고 정치권은 말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탄핵 시위를 반대하면서도 의사 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이른바 ‘샤이 보수층’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주도권을 쥔 야권이 산적한 대내외 국정 현안보다 탄핵 정국 조성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까지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팬클럽 격인 ‘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 일명 ‘황대만’이 지난 1일 대규모 첫 만남을 갖고 황 대행의 대선 출마를 조직적으로 촉구했다. ‘황대만’은 최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까지 흡수하면서 몸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태극기 집회’의 중심에는 ‘박사모’가 있다. 그런 ‘박사모’를 ‘황대만’이 흡수한 것은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문재인의 촛불과 황교안의 태극기의 양강 구도로 이번 대선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黃 출마, 헌재 탄핵 심판 결과에 달려 있다?

한편 만약 황 대행이 출마를 강행한다면 구체적인 플랜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황 대행은 즉각 총리직을 사임하고 자유한국당에 들어가 60일간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 전 자진 하야를 할 경우에도 황 대행은 즉각 자유한국당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이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차기 정부로 미룰 것을 합의할 경우 보수층과 ‘샤이 보수층’이 황 대행 당선을 위해 세력을 총결집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을 기각할 경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의 수호천사’ 황 대행의 대선 출마에는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은 “민심을 저버린 헌재의 판결”이라며 촛불 세력을 부추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보수의 재집권 가능성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황 대행의 대선 출마는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행이 보수 세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면서 자유한국당을 접수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훗날 범 여권이 대통합을 하게 될 때에도 황 대행은 명실상부한 보수의 일인자로 군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황 대행은 흙수저 출신이라 스토리텔링도 좋고 나이도 60세로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어서 차차기 주자군으로 분류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밝혔다.

반면 황 대행 출마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황 대행이 대선 주자로 나서면 혹독한 검증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과거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 때 불거졌던 병역 문제 논란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선 주자로선 큰 부담이다.

또한 황 대행은 반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평생을 보냈고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야당이 벼르고 달려드는 가혹한 검증 공세를 참고 버텨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의 배경이다. 이에 황 대행이 출마를 강행한다 하더라도 ‘제2의 반기문’이 될 공산이 크다는 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어찌 됐든 황 대행이 출마를 하든 안 하든 그의 ‘선택’이 자유한국당 내 대권 주자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황 대행이 직접 경선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사실상의 지지활동을 통해 특정 주자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이목이 황 대행에 집중되고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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