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지’ ‘대연정’ 발언에 역풍 맞아

가파른 하락세 ‘명확한 노선’ 택할 때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돌풍’을 일으키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위기에 봉착했다. 앞서 안 지사는 20%대 초반의 지지율을 보이며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맹추격했다. 그러나 안 지사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10%대 이내로 좁혀졌던 지지율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 안 지사의 상승세만큼 가파른 하락세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부터 문 전 대표와의 빅딜설까지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내리는 안 지사가 명확한 노선을 택할 때라고 압박한다. 바야흐로 안 지사가 중도보수로 이동해 제3의 길을 통한 독자세력화에 나설지 범 친노 후계자 적자로서 입지를 굳힐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일요서울은 지지율 하락과 동시에 갈림길에 선 안 지사의 ‘선택’을 조명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선한의지’ ‘대연정’ 발언 등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0.1% 차로 순위가 뒤바뀌며 2위 싸움이 치열해졌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2일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전국 성인 1008명 대상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조사한 차기대선 다자 지지율 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 따르면 안 지사의 지지율은 전 주 대비 4.4%포인트 내린 14.5%다. 이는 우클릭 발언의 여파로 중도와 보수층을 포함한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일제히 지지층이 이탈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안 지사는 충청권과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호남, 20대와 50대, 민주당·국민의당·자유한국당 지지층, 즉 보수층과 진보층을 통틀어 하락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전 주보다 1.7%포인트 오른 35.2%를 기록했다. 이는 충청권에서 1위를 회복하고 서울, 경기·인천, PK, 호남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두를 유지했다. 다만 TK에서는 여전히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송 대담 프로그램 출연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황 대행 비판 등이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며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했다.

이에 안 지사는 2일 한국신문방송편집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전통적 진영 관점에서 보면 제 이야기는 양쪽(보수와 진보) 모두로부터 비난받을 수 있다”며 “지지율 하락이라는 수난은 응당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안 지사를 비방하는 것은 양측 진영이 한쪽으로 표를 빼앗길 가능성을 관측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측 지지자 관점으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야권 대항마이며, 보수 측 입장에서는 안 지사가 중도보수층을 흡수할 것으로 봐 의식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세론 견고

앞서 일요서울은 1991호 [본선과 경선 사이 안희정의 선택, 탄핵 정국 갈 곳 잃은 보수층 흡수 전략]을 통해 안 지사의 우클릭 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을 보도한 바 있다. 안 지사의 행보가 중도 보수층을 끌어들여 다른 정당 유력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억누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대연정’ 발언 등은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의 대세론을 강화시켜주고 있다는 내용이다. 또 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선다면 안 지사에게 모인 지지자들을 민주당에 묶어둬, 궁극적으로 문 전 대표의 지지로 전환시키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 하락세는 문 전 대표 측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여론 조사결과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는 것. 다만 안 지사 지지표가 황 권한대행 쪽으로도 향하고 있다는 점은 민주당 내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리얼미터 3월 1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안 지사는 2월 4주차 주중집계보다 4.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1.7%포인트, 황 권한대행은 3.7%포인트 상승했다. 황 권한대행이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올랐다. 특히 충청과 수도권, TK, 40대 이상, 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에서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 안 지사의 지지층의 이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 지사 지지율 하락이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 큰 역할은 하지만 황 권한대행의 어부지리도 관측되는 대목이다.

독자 세력구축 나서나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역할이 기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안 지사가 중도보수로 이동해 제3의길 통한 독자세력화를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지율 하락세를 타개할 전략으로 비문재인계로 향한 구애를 그 이유로 꼽았다. 안 지사는 중도보수층의 흡수로 지지율을 급등시킨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안 지사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경선 경쟁자 문 전 대표를 향해 “문재인 후보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국가를 어떻게 이끌 것이냐에 대해 저와 방법이 달라 보인다”고 밝혔다.

또 그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묶어서 당 외연을 확대시키고, 당 동질감을 높이는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 문제”라며 “(그런 점에서) 문 후보는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가 비문계 결집을 통해 지지층 흡수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자,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지지층 결집을 통한 독자세력 구축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독자세력 구축을 위해서는 ‘킹메이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인물로 여전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안 지사 지지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내리지 않고 있어 김 전 대표가 외치는 ‘제 3지대’와 안 지사의 ‘독자세력 구축’이 일맥상통하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안 지사의 범친노 후계자 적자 역시 독자세력 구축을 위한 하나의 카드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의 당선 이후 친노 측 유력 후보는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안 지사가 제일 유력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