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최장 ‘마라톤 변론’ 두고 “열렬 성원” vs “막말 대행진”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 밟아…朴 대통령과도 연 닿아있어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80여일간 숨 가쁘게 달려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지난달 27일 ‘마지막 재판’을 끝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최종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본인의 파면여부가 달린 탄핵심판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대리인단을 꾸렸다. 애초 10명 안팎이던 대리인단은 19명까지 불어났고, 이들은 대통령에 대한 ‘철벽 방어’에 나섰다.

이중 김평우 변호사(72)는 뒤늦게 합류했으나 탄핵 반대 최선봉에 서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필리버스터급’ 변론으로 한쪽 진영에서는 열렬한 지지를, ‘아스팔트 피바다’, ‘내란 발발’ 등 막말 논란으로 다른 진영에서는 거센 비판을 받는 등 양측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김 변호사는 ‘무녀도’ 등을 쓴 고 김동리 작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일요서울은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김 변호사를 조명해봤다.

막말의 달인?
‘당뇨 변호사’ 타이틀도


돌출 행동과 발언으로 대리인단 측 서석구 변호사(73)가 과거에 주목을 받았다면, 요즘 대리인단 중에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김평우 변호사다. 그는 지난달 16일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변론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막바지에 탄핵 반대 열차에 탑승한 셈이다. 헌재가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면서 대통령 측에 다소 불리한 시점에 합류한 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조바심도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본격 주목을 받은 건 ‘당뇨 소동’ 때문이었다. 지난달 20일 15차 변론에서 재판부에 “제가 당뇨가 있으니 음식을 먹고 변론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이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출석에 응하지 않고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채택을 취소하면서 오후 12시 1분쯤 변론을 마치려고 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준비서면 등을 준비했다”며 변론을 계속하겠다고 했고, 재판부가 변론 내용을 묻자 김 변호사는 “제가 사실 당뇨가 있으니 조금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조금 먹어야 되겠는데 그 시간을 주실 수 있는지 좀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그럼 그 부분은 다음에 하자”고 답변하자 김 변호사는 “아니다. 전 오늘 하겠다. 준비를 해왔으니 제가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부터 변론을 하겠다”며 변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판 진행은 저희가 하는 것이다. 다음번에 기회를 드릴 테니 오늘 변론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다”며 재차 끝내려 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준비해왔는데 왜 못하게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지금까지 12시에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가.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냐”고 고성을 질렀고, 이 소동은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이슈가 됐다.

지난달 22일 열린 16차 변론에서 그는 다시 한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날 그는 1시간 35분가량 ‘필리버스터급’ 변론으로 헌재와 국회를 겨냥해 작심한 듯 독설을 날렸다. 김 변호사는 국회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것을 두고 “국회가 동서고금에 없는 섞어찌개(탄핵 사유) 13가지를 만든 것”이라며 “북한식 정치 탄압이다. 국회가 야쿠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헌재재판관을 직접 거명하며 “국회의 수석대리인 같다” “법관이 아니다” 등 발언으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제지를 받았다. 그러면서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하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며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고도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거친 언사 속 빛나는 이력
박 대통령과 인연도


거친 언사와는 달리 그의 ‘스펙’은 화려하다. 김 변호사는 경남 사천 출신의 법조계 원로로, ‘무녀도’ ‘등신불’ ‘역마’ 등을 쓴 소설가 고 김동리(1913~1995) 작가의 차남이다. 김동리 작가는 ‘우익 성향의 순수주의 문학’을 중심으로 한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문학계의 거목’으로 알려져 있다. 김 변호사는 유신 체제에서 제9대 국회 부의장을 지낸 고 김진만 전 의원(7선)의 사위이기도 하다.

김 변호사는 경기중·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법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1967년 제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방법원,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판사 등을 거쳤다. 10여년간 판사 생활을 거쳐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1980년 변호사로 활동했다.

1981년엔 미국 뉴욕 휘트맨&랜삼 법률사무소 외국인 변호사를 거쳐 1982년 국내 영미식 로펌의 시초로 꼽히는 법무법인 세종 설립에 참여해 소속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1997~1999), 현대증권 법률 담당 부사장(2000~2001), 세계한인변호사회 회장(2000~2002)을 역임했다. 2006~2008년엔 서강대 법과대학 교수를 지냈고, 2009년에는 제45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으로 당선돼 2년간 활동한 바 있다.

김 변호사의 가계도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도 일부 인연이 닿아있어 눈길을 끈다. 김 변호사 부인 김명희 씨의 남동생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택기(67) 강원대 초빙교수인데, 김 교수의 부인 이양희(61)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 정계의 거목으로 통한 고 이철승(1922∼2016) 전 신민당 총재의 딸이다. 이양희 교수는 2011년 박 대통령이 옛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그 밑에서 비대위원을 지내는 등 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탄핵심판 ‘거짓 졸속’
박사모 등 열렬 지지


김 변호사는 제98주년 3.1절을 맞은 지난 1일 제15차 태극기 집회에 첫 번째 연사로 나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부당성을 설파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무죄이고 국회의 탄핵소추는 그 목적, 절차, 방법에 있어서 세계역사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사기 거짓 졸속의 탄핵소추였음이 증명됐다”며 “(대통령은) 억울한 유폐 생활에서 풀려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핵을 당해야 할 사람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원 자기들이다. 반드시 저들을 탄핵하자”면서 국회와 특검이 최순실 일당의 잘못을 연좌제를 적용, 무고한 대통령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 발언은 한쪽에선 거센 비난과 조롱 등을 받지만 다른 쪽에선 ‘천재 변호사’로 영웅 대접 받는 상황이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특히 지난달 22일 그의 최장 시간 ‘마라톤 변론’에 뜨거운 성원으로 화답했다. 박사모 온라인 카페는 그를 응원하는 댓글로 넘쳤다.

회원들은 “김평우 변호사님 최고!!” “맞는 말씀하셨네요. 김평우 변호사님 같은 분도 있어야 합니다. 대리인단이 조금씩 색깔이 다르게 해서 압박 넣어야 합니다. 김평우 변호사님 계속 변호 잘 해주십시요” “경기고 수석졸업. 서울법대 수석졸업. 사법고시 수석. 천재 변호사님 최고이며 자랑입니다” 등 댓글로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김 변호사의 변론은 마치 한 편의 법정 드라마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당 글에서 조 대표는 “탄핵재판의 판을 뒤흔든 명변론이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역사적, 사상적 측면을 입체적으로, 인간적으로 구성한 한 편의 법정 드라마였다”며 “이렇게 중요한 사안에 이렇게 격조 높은 변론이 등장하였다는 점에서 한국 법치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태극기 집회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대해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무조건 승복하는 것은 헌재에게 복종하는 노예가 되라는 것”이라며 불복을 시사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가시권에 접어든 가운데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격한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탄핵 승복’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고, 일부 대선 주자 등 정치인들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당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그 결과에 모두 승복해야 한다”며 책임있는 태도를 주장한 바 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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