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의 거침없는 독설이 화제다. 홍 지사는 여야 대선 후보 중 1등을 달리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자기 대장이 뇌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폄하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홍 지사는 최근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특유의 거침없는 언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보수 진영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총리 다음으로 홍 지사를 대선 후보로 지지하고 있다. ‘사이다 정치인’과 ‘독고다이’라는 엇갈린 평을 받는 홍 지사를 조명했다.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 문재인-안희정 ‘노이즈 마케팅’ 그 끝은
- 대법원 상고, 황교안·친박 ‘음모론’ 솔솔


‘모래시계 검사’, ‘거침없는 독설가’, ‘저격수’, ‘돈키호테’

홍준표 경남지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후 2심에서 무죄를 받기까지 민감한 현안에 대해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자칫 사법적 판단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족쇄’가 풀린 이후 홍 지사의 거침없는 발언은 정치권에 화제가 되고 있다. 홍 지사는 여야 대선후보 중 1, 2위를 달리는 민주당 문재인, 안희정 후보를 겨냥해 특유의 독설을 날렸다.

문·안 공격에 홍준표 저격수 나선 민병두
홍 지사는 무죄 판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 판결 결과가 대선 출마에 걸림돌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지금 민주당 1등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며 “바로 옆에 비서실장이 그 내용을 몰랐다면 감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전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공세였다. 이어 홍 지사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해 “그 당의 2등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다”라며 싸잡아 공격했다.

홍 지사의 독설은 민주당 진영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당장 동대문을 19대 총선에서 홍 지사와 맞붙어 승리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저격수로 나섰다. 민 의원은 홍 지사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홍 지사의 유죄를 확신할 수 있는 제보를 가지고 있다”고 압박했다.

또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을 통해 “검찰에서 요청하면 협조할 생각”이라며 “최종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이 확정될 때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고 공격했다. 여권에서는 ‘갈 곳 없는 보수층’을 겨냥해 지지율 흡수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노이즈마케팅’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 지사의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3일에는 친박을 ‘양아치 친박’으로 몰아세우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홍 지사는 이날 “대통령을 팔아 사욕을 채운 극히 일부의 양아치 친박이 있다”며 “나는 탄핵사태가 생기고 난 후 제일 먼저 그 사람들이 나와서 입에 거품을 물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나왔다. 그런 일부가 양아치 친박”이라고 공격했다.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등 핵심 친박 인사들을 겨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탄핵 심판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감싸는 발언으로 ‘투트랙전략’을 구사했다. 같은 날 홍지사는 “박근혜는 허수아비였다. 정치적으로는 탄핵할 수있지만 사법적으로 탄핵하는 것은 좀 그렇다”라고 옹호발언을 내놓았다. 헌법재판소에 대해서 “임기가 얼마 안 남아서 임기 중에 탄핵심판 결정을 해야겠다고 하는데 세상에 그런 재판이 어디 있나”라며 “‘촛불시위만으로 탄핵 가부를 결정하겠다’, ‘여론조사에서 탄핵 지지가 70% 넘으니 탄핵하겠’다고 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인민재판”이라고 원색적인 비판을 했다.

당원권, 친박 관계, 막말 등 난제 ‘수두록’

홍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대선정국에서 보수층 내지 ‘박근혜 동정론’과 ‘친박 비판론’을 동시에 껴안아 범 보수층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로 홍 지사의 거침없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최근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2월27일 MBN.매일경제 의뢰로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홍 지사는 10개월 만에 3.6%를 받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보다 오차범위 내지만 앞섰다. 홍 지사의 지지율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14.8%)이어 보수 후보중 2위를 기록했다. 홍 지사의 직설 화법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에 어느 정도 통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홍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는 평이다. 일단 검찰이 2심에서 무죄를 받은 홍 지사에 대해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당원권이 정지된 홍 지사로선 최소 5개월이 소요되는 소송 기간을 감안하면 자유한국당으로 출마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무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당원권 정지상태로 선거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이 없어 공직 후보자로 추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 당규상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를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할 있어 당원권 회복은 최종심과 무관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친박 주류의 반발이다. 홍 지사는 친박 핵심을 ‘양박’으로 공격하면서 탈당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양박’ 발언 외에 홍 지사는 2월16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친박계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홍 지사는 “성완종 사건의 본질은 2011년도 친박들의 대선자금 문제다. 그 대선자금 문제를 묻기 위해서 수사하지 않고 희석시키기 위해서 내 사건을 만들었다”며 “일부 양박들하고 청와대 민정의 주도하에 내 사건을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홍 지사측에서는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한 배후에 친박과 황교안 대행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보내고 있을 정도다. 사실일 경우 홍 지사의 당원권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권 가도 최대 아킬레스건은 ‘막말’?

홍 지사가 당원권을 회복하고 친박 주류와의 관계를 해소한다고 해도 대선 주자로서 걸림돌은 또 있다. 홍준표식 막말이 대선 가도에서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문재인 막말’뿐만 아니라 지난해 경남 도의원 단식농성 당시 ‘쓰레기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11년에는 한 신문사 여기자의 질문에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라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바도 있다. 홍 지사가 탄핵 정국에 존재감은 부각되고 있지만 아울러 우려의 시각도 나오는 배경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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