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경 부회장의 엔터사업, 중국 ‘한한령’ 돌발 악재되나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오리온이 오는 6월 인적분할을 앞두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식품 제조 및 판매를 맡는 ‘오리온’와 신사업 투자 및 자회사 관리를 하는 ‘오리온홀딩스’로 인적분할하고, 다시 지주사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사업은 크게 ‘제과’와 ‘비제과’ 부문으로 나뉜다. 신설되는 사업회사인 오리온이 제과 부문을, 존속되는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가 비제과 부문을 맡는다. 향후 오리온은 15개 해외제과사 지분을 보유한다. 오리온홀딩스는 자회사들을 관리하는 한편 투자회사 역할을 맡아 식품 등 신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제과 부문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그룹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오리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62억 원으로 전년대비 9% 증가했다. 그룹 역사상 최대치다. 순이익은 2408억 원을 기록해 36%나 늘었고, 소폭(0.2%)이지만 매출도 2조3863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오리온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었던 부분은 ‘내수시장에서의 성과’다. 2016년 전체로 보면 국내법인 매출은 2015년 7074억 원→2016년 6794억 원으로 4개 법인(한국·중국·베트남·러시아)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1787억 원과 262억 원으로 각각 3%, 42.8% 증가했다.
 
이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내 제과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법인 매출은 전년대비 7.2%나 떨어진 바 있다.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사업회사인 오리온이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그룹에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해외법인의 활약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24.1%의 매출 성장으로 베트남 진출 11년 만에 연 매출 2000억 원을 넘어서는 실적을 올렸다. 중국 법인은 오리온의 주력제품군인 파이와 스낵, 비스킷, 껌 등의 성장이 다소 정체됐음에도, 현지화 기준 4.3%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인적분할 결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룹에 유리하다”면서 “각 사업부문별로 전문경영인을 둬 사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주력이 아닌 사업부문에 집중해 키우거나 축소하기에도 용이하다. 또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액면분할, 현물출자 등으로 오너 측의 지분율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비제과 신사업 관심↑
 
시장의 관심은 비제과 부문으로 쏠린다. 비제과 분야는 그동안 계속해서 오리온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오리온은 지난 2013년부터 이 부문을 축소해왔다. 최근 스포츠토토온라인, 메가마크(건설사) 등 자회사를 흡수합병하거나 주요 종속회사에서 탈퇴시키는 등 지배구조에 칼을 대기도 했다.
 
이번 분할을 마무리하게 되면 오리온홀딩스는 쇼박스, 메가마크, 하이랜드 등 17개 비제과 부문 업체를 관리하며 신사업 투자도 한다. 불필요한 계열사 정리와 함께 사업다각화를 동시에 노리는 셈이다.
 
당분간 비제과 부문의 성장 견인은 쇼박스가 맡을 전망이다. 쇼박스는 영화 투자·배급사로,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남아 신설법인 오리온과 동일한 자회사 지위를 지닌다.
 
비제과의 유일한 상장사인데다 실적도 좋다. 최근 쇼박스는 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부상했다.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한국영화 배급사다. 오리온그룹은 2001년 동양 그룹에서 분리된 이듬해 쇼박스를 설립해 영화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천만관객 이상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암살’과 최근 흥행작인 ‘내부자들’ ‘검사외전’ 등을 배급해 4년 연속 ‘영화 한 편당 관객 수 1위’ 투자배급사로 올라섰다.
 
특히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자녀인 이화경 부회장이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비제과 부문 견인은 물론 그룹 내 존재감도 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수년째 경신하면서 그룹 매출액 기여도가 5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그룹 내 쇼박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한한령’ 걸림돌 우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중국 진출에 나선 쇼박스에게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은 최대 걸림돌이다. 쇼박스는 중국 내 영화 개봉과 중국 제작사 화이브라더스와 협업 등을 통해 이익을 증대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감정이 좋지 못한 점이 돌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크게 문제되진 않았지만 사드 배치가 실제로 이뤄지면 중국의 압박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예측되는 부분이다.
 
영화법 개정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10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대기업의 영화 배급업과 상영업을 겸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영관과 배급사를 모두 갖고 있는 CJ, 롯데 등은 한 쪽을 포기해야 한다. 만약 CJ와 롯데가 영화 투자·배급업만 영위하게 된다면 유통에 정통한 가장 강력한 경쟁자 두 곳이 생기는 셈이다. 현재 두 회사는 상영관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상당하기 때문에 멀티플렉스 등 극장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제과시장마저 위축된다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겠지만, 전문분야는 어디까지나 제과 생산·판매다. 인구고령화로 주 소비층이 급감하고 제품군의 다양화, 새 경쟁제품 유입 등 국내 제과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비제과 부문에서는 식품 쪽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신사업을 찾을 계획”이라며 “한한령의 경우 문화사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쇼박스는 중국 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와 협업을 하고 있는데, 제작되는 영화는 중국영화이고 우리는 투자만 하기 때문에 한한령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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