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등 시작…‘갈 곳 잃은 표심 잡아라’

▲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올라선 뒤 상승세를 이었다. 호남민심과 국민의당 지지층, 진보·중도층의 지지세를 흡수한 결과다.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부지런히 좁히던 안 전 대표는 이 시장을 추월해 야권 대선주자 중 3위로 올라섰다. 다음 목표는 2위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3.6%포인트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선 안 지사가 ‘선한 의지’ 발언 여파로 주춤하는 사이 갈 곳 잃은 표심을 공략하면 역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견과 함께, 아직 마음을 굳히지 못한 유권자들의 이탈이 이뤄질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상반된 의견이 제기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2일 발표한 3월 1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지난 조사보다 0.8%포인트 상승한 10.9%로 4위(전체 대권주자)를 차지했다. PK와 호남, 서울, 20대와 50대, 국민의당 지지층, 진보층과 중도층에서 지지율이 상승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는 전주에도 1.3%포인트 상승한 10.1%를 기록했다.

이번 집계에서의 지지율 상승은 안 전 대표에게 의미 깊다. 우선 호남에 보낸 구애가 응답을 받았다는 점이다. 아직 세가 살아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안 전 대표는 그간 당의 최대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하락해 고심해왔다. 이에 지난 설 연휴 직후 본격적으로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선 바 있다.
 
이는 호남지역 대상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7일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광주·전남·전북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0.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 전 대표가 26.0%로 2위를 기록했고, 안희정 충남지사가 15.4%로 3위, 이재명 시장이 7.7%로 4위에 머물렀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양자대결에서는 각각 50.1%, 31.9%를 기록, 18.2%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2.1%),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2.0%), 홍준표 경남도지사(0.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호남에서 아직 지지세가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양자대결에서 문 전 대표와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릿수로 줄인다면 해볼 만하다. 3월 안에 지지율을 15% 이상 끌어올린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평이 많다. 앞의 리얼미터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5.2%로 여야 대권 주자들 중 여전히 지지율 선두를 지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14.6%)와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14.5%)는 2위 자리를 놓고 초박빙 접전 양상을 보였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 ‘사이다 발언’으로 문 전 대표를 위협하던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을 제치고 올라섰다. 최근 호남민심 잡기에 나서 지지층 결집을 꾀했던 이 시장은 1.1%포인트 떨어진 9.0%를 기록했다.
 
안 전 대표의 다음 목표는 안희정 지사가 됐다. 안 전 대표가 안 지사의 지지율을 추월하기 위한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하면 각 층의 지지세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배경에 안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이 한몫했다는 평도 있다.
 
안 지사는 최근 2개월여 동안 눈에 띄는 지지율 상승을 기록해왔다. 한 자릿수 초반의 지지율이 올해 들어 꿈틀대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낙마로 급등, 20%대를 기록하며 대세론을 유지하던 같은 당의 문 전 대표를 위협했다.
 
그러나 최근 ‘선한 의지’ 발언 여파가 지속되면서 2월 말까지 결집했던 보수층을 포함 모든 지역계층에서 일제히 이탈하며 2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충청·TK·PK·호남, 20대·40대·50대, 민주당·국민의당·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진보층에서 이탈폭이 컸던 것으론 나타났다.
 
안 전 대표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 지사가 주춤한 사이 갈 곳 잃은 중도층 표심이 안 전 대표를 다시 향한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여세를 몰아 지지율을 끌어 올린다면 안 전 대표에게 다소 회의적이었던 분위기가 반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지도부도 안 지사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중도층 표심 잡기에 노력하고 있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최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 지사의 대연정과 선의 발언에 대해 원칙 없는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안지사와 안 전 대표 간 지지율 상관관계는 중도층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상황에서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이 인용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국민들 역시 잊고 있던 과거 ‘안철수 현상’을 다시 떠올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지율이 턱없이 낮으면 주목받지 못한다. 그 때까지 지지율을 최대한 올려놓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안 전 대표에게 향했던 중도층 표심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또다시 중도층 표심 이동이 잦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권의 다른 한 관계자는 “아직 확실하게 마음을 굳히지 못한 유권자들이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이들의 이탈을 막고 다른 후보의 지지세를 흡수해야 한다. 특히 탄핵 후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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