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조직력에 승부수 띄운 손학규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민의당의 경선 규칙(룰)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경선 룰을 주관해온 당내 대선기획단은 지난달 28일까지 정하기로 한 경선 룰의 기한을 넘겨 3월 2일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안철수-손학규·천정배의 의견 차가 더욱 벌어지자 손을 놓아버린 분위기다. 국민의당 경선 룰 TF팀장인 이용호 의원은 결국 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철수 전 대표 측이 완전국민경선의 현장투표 방안에서 투표소와 현장 관리의 공정성을 당이 담보하겠다는 공식 문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이런 문제 제기는 적절치 않기 때문에 후보 진영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협상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요서울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국민의당 경선 룰 협상 과정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안철수, “현장투표 여러 문제점 있을 수 있어” 모바일 안 되면 여론조사라도···
손학규, 안철수 측 여론조사 수용 불가… “민주당 따라가선 안 돼”


경선 룰 합의 초기 안철수 후보는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를 섞어서 진행하자고 제시했다. 하지만 손학규·천정배 후보의 적극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안 후보 측은 모바일투표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여론조사 50%, 현장투표 50% 비율로 경선을 치르자고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공방전을 지속하다 지난달 28일 현장투표 40%, 공론조사 방식의 배심원제 30% 방식을 내놓았다.

그러나 손 후보 측은 여론조사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공론조사식 배심원제가 아닌 숙의배심원제 20%를 하자고 말하며 “공론조사식 배심원제를 실시해야 한다면 한 장소에 모여서 해야 하고 배심원 구성을 무작위로 뽑을 경우 10% 정도가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용호 의원은 “안 후보 측의 공론조사식 배심원제는 60%이고 손 후보 측은 10% 제안하니 중간선인 30% 정도를 하자”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현장투표에 여러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장투표 운영 방안을 문서화해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안 후보의 문제 제기 적절성을 부정하고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하며 “중재안으로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30%를 최대로 하고 각 캠프 안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손학규 ‘패배의 기억’
모바일 경선 ‘강한 거부감’

 
손 후보는 안 후보가 제시하는 모바일 투표,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28일 경선 룰 회의에서 ‘현장투표 90%, 공론조사 10%’를 주장했지만 안 후보 측이 수용하지 않아 결국 결렬됐다. 손 후보 측은 현장투표가 손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손 후보 대리인인 윤석규 전략특보는 지난 22일 TF 첫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안 후보 측의 발표가) 공정성, 흥행 두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하나 더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하는 것을 보면 전 세계에서 단 한 곳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편법이 있고 민주주의 원칙인 평등성 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흥행만 따라가는 경선 룰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어 “저희는 그런 것을 따라서는 안 되겠다. 저희는 새로운 개혁정당으로서 민주 정치를 철저히 지키는 경선이었으면 한다”며 모바일 경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손 후보 측의 모바일투표 배제가 2007년 경선에서 정동영 국민의당 국가대개혁위원장에게 패배한 기억 때문이라고 말한다. 당시 선거인단에 의한 패배는 아니었으나 본인에게 불리한 룰을 이번 경선에서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라는 것이다.

천 후보 측 또한 손 후보 측과 같이 결선투표를 결합한 현장투표 100% 방식을 주장한다. 천 후보 측 대리인인 부좌현 전 의원은 “강력한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 합당하고 객관적인 경선 룰이 마련돼 흥행에도 성공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 민주계 개입설
‘강 건너 불구경’중인 박 대표

 
국민의당 경선 룰 협상의 핵심 쟁점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채택 및 모바일 투표 도입 여부, 선거인단 모집 방안 등이다.

하지만 안-손-천 측의 주장들을 살펴보면 모바일 투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공론조사 및 여론조사의 실시·비율 문제로 볼 수 있다.

또 경선 시기를 두고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손 후보 측은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본 이후 국민의당 내 후보 선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안 후보 측은 “가능하면 빨리 선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양측은 장외 여론전을 벌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4일 ‘국민의당 의원-지역위원장 합동연수’에서 경선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과 관련해 “경선 룰을 갖고 마찰이 있는 것은 괜찮다. 그 정도가 나와야만 당이 살아 있고 건강한 것이고, 기사도 나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또 박 대표가 손 후보를 밀어 구 민주계의 협력을 이끄는 배후 세력이 아닌가 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박 대표는 손 후보, 안 후보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 손학규 전 경기지사(후보)께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때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저거 봐라. 손학규의 진면목이 저기에 있다’고 평가했다”며 “안철수 전 대표(후보)께서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게 양보했지만 얼마나 선거운동을 해줬느냐”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이 같은 마찰이 국민의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는 구심점이라는 계산으로 비친다.

하지만 현재까지 협상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경선 흥행요소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선거인단을 모집하지 않고 현장투표에서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탓이다.

민주당이 지난 2일 선거인단 모집 12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것과는 다른 상황이 국인의당 내에서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여론조사를 20%로 하느냐, 30%로 하느냐로 좁혀지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으나 손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당 대선기획단 산하 경선 룰TF는 오는 5일 오후 7시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최종안을 추인받을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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