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조직력에 승부수 띄운 손학규
안철수, “현장투표 여러 문제점 있을 수 있어” 모바일 안 되면 여론조사라도···
손학규, 안철수 측 여론조사 수용 불가… “민주당 따라가선 안 돼”
경선 룰 합의 초기 안철수 후보는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를 섞어서 진행하자고 제시했다. 하지만 손학규·천정배 후보의 적극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안 후보 측은 모바일투표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여론조사 50%, 현장투표 50% 비율로 경선을 치르자고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공방전을 지속하다 지난달 28일 현장투표 40%, 공론조사 방식의 배심원제 30% 방식을 내놓았다.
그러나 손 후보 측은 여론조사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공론조사식 배심원제가 아닌 숙의배심원제 20%를 하자고 말하며 “공론조사식 배심원제를 실시해야 한다면 한 장소에 모여서 해야 하고 배심원 구성을 무작위로 뽑을 경우 10% 정도가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용호 의원은 “안 후보 측의 공론조사식 배심원제는 60%이고 손 후보 측은 10% 제안하니 중간선인 30% 정도를 하자”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현장투표에 여러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장투표 운영 방안을 문서화해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안 후보의 문제 제기 적절성을 부정하고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하며 “중재안으로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30%를 최대로 하고 각 캠프 안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손학규 ‘패배의 기억’
모바일 경선 ‘강한 거부감’
손 후보는 안 후보가 제시하는 모바일 투표,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28일 경선 룰 회의에서 ‘현장투표 90%, 공론조사 10%’를 주장했지만 안 후보 측이 수용하지 않아 결국 결렬됐다. 손 후보 측은 현장투표가 손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손 후보 대리인인 윤석규 전략특보는 지난 22일 TF 첫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안 후보 측의 발표가) 공정성, 흥행 두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하나 더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하는 것을 보면 전 세계에서 단 한 곳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편법이 있고 민주주의 원칙인 평등성 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흥행만 따라가는 경선 룰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어 “저희는 그런 것을 따라서는 안 되겠다. 저희는 새로운 개혁정당으로서 민주 정치를 철저히 지키는 경선이었으면 한다”며 모바일 경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손 후보 측의 모바일투표 배제가 2007년 경선에서 정동영 국민의당 국가대개혁위원장에게 패배한 기억 때문이라고 말한다. 당시 선거인단에 의한 패배는 아니었으나 본인에게 불리한 룰을 이번 경선에서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라는 것이다.
천 후보 측 또한 손 후보 측과 같이 결선투표를 결합한 현장투표 100% 방식을 주장한다. 천 후보 측 대리인인 부좌현 전 의원은 “강력한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 합당하고 객관적인 경선 룰이 마련돼 흥행에도 성공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 민주계 개입설
‘강 건너 불구경’중인 박 대표
국민의당 경선 룰 협상의 핵심 쟁점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채택 및 모바일 투표 도입 여부, 선거인단 모집 방안 등이다.
하지만 안-손-천 측의 주장들을 살펴보면 모바일 투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공론조사 및 여론조사의 실시·비율 문제로 볼 수 있다.
또 경선 시기를 두고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손 후보 측은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본 이후 국민의당 내 후보 선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안 후보 측은 “가능하면 빨리 선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양측은 장외 여론전을 벌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4일 ‘국민의당 의원-지역위원장 합동연수’에서 경선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과 관련해 “경선 룰을 갖고 마찰이 있는 것은 괜찮다. 그 정도가 나와야만 당이 살아 있고 건강한 것이고, 기사도 나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또 박 대표가 손 후보를 밀어 구 민주계의 협력을 이끄는 배후 세력이 아닌가 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박 대표는 손 후보, 안 후보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 손학규 전 경기지사(후보)께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때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저거 봐라. 손학규의 진면목이 저기에 있다’고 평가했다”며 “안철수 전 대표(후보)께서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게 양보했지만 얼마나 선거운동을 해줬느냐”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이 같은 마찰이 국민의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는 구심점이라는 계산으로 비친다.
하지만 현재까지 협상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경선 흥행요소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선거인단을 모집하지 않고 현장투표에서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탓이다.
민주당이 지난 2일 선거인단 모집 12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것과는 다른 상황이 국인의당 내에서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여론조사를 20%로 하느냐, 30%로 하느냐로 좁혀지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으나 손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당 대선기획단 산하 경선 룰TF는 오는 5일 오후 7시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최종안을 추인받을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조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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