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능선 넘었다’…하지만 보복은 이제 시작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롯데와 정부가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놓고 정치권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고 있지만 정부는 이와 상관없이 연내 설치를 목표로 미국과 실무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반발해 보복을 시작했다. 부지를 교환한 롯데가 주 타겟이 되고 있지만 경제 분야를 넘어 사회·문화분야로까지 보복이 확대 되고 있다. 상황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눈치다.

정부…상황은 심각한데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민변…행정법원에 사드 배치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


정부의 사드 배치 강행 기조에 대해 중국 당국은 “뒷감당은 미국과 한국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계기로 한국 기업이 표적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현실적인 문제다. 지난해 사드 배치를 두고 있었던 지역 주민과 정부 간 마찰과는 비교가 안 된다. 당장 롯데는 중국 내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부지 교환이 결정적인 빌미가 됐다. 심지어 롯데가 중국 관영 CCTV가 방영하는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의 제물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완후이는 매년 ‘소비자의 날’을 맞아 중국에 진출한 특정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왔다. 지난 2011년 한국의 금호타이어가 완후이의 표적이 됐으며, 이후 미국의 애플, 일본의 니콘 등이 도마에 올랐다. 완후이에 의해 고발된 기업들은 중국 내 여론 악화로 인해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다. 

사드 배치
5~6월에 가능할 듯


부지교환 협상이 체결되자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고 관측했다. 국방부는 향후 실전배치까지의 과정에서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주한미군에 부지공여, 시설공사 등 대부분의 절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기간을 단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부지교환을 전제로 환경영향평가 업체를 선정, 용역을 진행해 왔다. 환경영향평가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일반 환경영향평가, 전략환경영향평가 3가지가 있다. 국방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소요기간이 적게 걸리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염두에 두고 용역을 의뢰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게 되면 사계절을 모두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12개월 이상 소요되지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6개월이면 충분하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20일에 시작된 용역은 늦어도 2개월 뒤면 끝난다.

미군은 기간 단축을 위해 국방부의 환경영향평가 기간 동안 사드 포대의 기본 설계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설계와 시설공사까지 향후 1~2개월이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프장엔 수도·전기 시설 설치돼 있고 기존 건물 개조해 군 시설로 이용 가능해 시설공사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절차를 밟다 보면 최소 5~6월은 돼야 실전배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사드 포대만 한국에 옮겨놓는다면 기간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 매티스 장관과 한민구 국방장관이 비밀리에 합의한 것도 이같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 있는 사드 포대
이미 한국 운송 채비 갖춰


사드는 크게 네 가지 장치로 이뤄져 있다. X-밴드 레이더, 발사대, 요격미사일, 발사통제장치 등이다. 사드 1개 포대는 6개의 발사대에 요격미사일 8개씩 장착, 총 48기의 미사일을 갖출 수 있다. 

이 중 레이더와 발사대, 통제장치 등 하드웨어 운송은 화물선을 이용해야 하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 C-130 등 미 수송기 등을 통해 운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언제든 텍사스 포트블리스에 있는 1개의 사드 포대를 한국으로 운송할 채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성주골프장에 직접 배치하지 않더라도 레이더·발사대 등을 한국으로 옮겨놓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미 육군 제 11방공포병여단은 알파·브라보·찰리·델타·에코·폭스트롯 등 6개 사드 포대를 운용 중이다. 이 중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 1개 포대를 실전 배치하고, 나머지 5개 포대는 텍사스 포트블리스에 순환배치 형태로 하드웨어 테스트와 운용요원 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티스 장관 방문 목적
사드 문제 논의였다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은 취임 보름만인 지난달 2일 첫 해외순방지로 한국을 택했다. 미국 국방장관이 취임과 함께 한국을 먼저 찾은 것은 최초였기 때문에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매티스 장관은 방한 직전 비행기에서 열린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사드 문제를 반드시 논의하겠다”며 방한 목적을 밝혔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 후에는 “우리는 한국 국민, 함께 서 있는 우리 병력의 보호를 위해 매우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사드 배치 등을 비롯한 방어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거듭 사드 배치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보복에 속수무책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기업에 대한 보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의 보복이 시작된다면 국내 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일본 이어 중국도
통화스와프 중단될 수도


오는 10월로 만기가 끝나는 한·중 통화스와프도 문제다. 통화스와프는 외환 보유액이 부족한 상황에 대비해 특정 국가와 통화 교환을 약속하는 협정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6개 국가·지역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그 중 중국과의 계약 규모는 약 60조2000억 원으로 가장 크다. 전체 통화스와프 계약 금액의 절반 정도다. 

정부로서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중단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달 일본과 추진 중이던 통화스와프 논의가 외교 문제로 중단된 상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한중 통화스와프가 정치·외교 문제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에서 사드 설치 강행 움직임을 보이자 성주·김천 주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달 28일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사드 배치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은 행정기관이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위법 여부를 가릴 때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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