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지난달 27일 열린 마지막 재판으로 모두 끝났다. 이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평의를 바탕으로 한 선고만 남겨둔 상황이다. 탄핵심판 재판은 81일 동안 총 20번 열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더 많은 재판이 열렸다. 노 전 대통령 때는 탄핵사유가 세가지에 불과했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 13개였기 때문이다.

탄핵사유는 총 13개, 법률 위반 8개·헌법 위반 5개
소추사유 모르는 국민 많아…헌재 선고 후유증 걱정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들도 찬성과 반대 둘로 쪼개졌다. 한반도가 반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국민들마저 반으로 갈라졌다.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이 왜 탄핵심판을 받아야 하는지 소추 사유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일요서울은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변론을 중심으로 소추 사유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국회 소추위원단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유로 적시한 것은 총 13개다. 법률 위반 행위 8개와 헌법 위배 행위 5개 등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재판부는 13개의 사유를 5개 쟁점으로 정리해 심리를 진행했다. 5개 쟁점은 국민주권주의 위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위반, 형법상 뇌물죄 등이다.
 
최순실에 대한 믿음
“늦은 후회 든다”

 
지난 27일 열린 헌법재판소 마지막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서는 이동흡 변호사가 대독했다.

최종변론서는 “존경하는 헌법재판관 여러분, 먼저, 국내외의 어려움이 산적한 상황에서 저의 불찰로 국민들께 큰 상처를 드리고, 국정운영에 부담을 더하고 있는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며 시작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저는 최종변론을 준비하면서, 지난 4년의 대통령 재임기간을 돌이켜보았습니다. 부족한 점도 많았고, 제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공무상비밀누설, 인사권 남용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최순실 씨에 대해 “최순실은 이런 제게 과거 오랫동안 가족들이 있으면 챙겨 줄 옷가지, 생필품 등 소소한 것들을 도와주었던 사람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종 연설의 중요한 포인트는 보좌진과 의논하여 작성을 하였지만, 때로는 전문적인 용어나 표현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가끔 경험을 하였습니다”라며 그래서 “저는 국민들이 들었을 때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최순실의 의견을 때로 물어본 적이 있었고, 쉬운 표현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하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씨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최순실은 제 주변에 있었지만, 그 어떤 사심을 내비치거나 부정한 일에 연루된 적이 없었고, 이로 인해 제가 최순실에 대하여 믿음을 가졌던 것인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그러한 믿음을 경계했어야 했는데 하는 늦은 후회가 듭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유출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설문 이외의 인사·외교·안보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제가 최순실에게 국가의 정책사항이나, 인사, 외교와 관련된 수많은 문건들을 전달해 주고,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하여 농단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부인했다.

최씨가 추천한 인사의 기관 임명에 대해서도 “저는 최순실로부터 공직자를 추천받아 임명한 사실이 없으며, 그 어떤 누구로부터도 개인적인 청탁을 받아 공직에 임명한 사실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공익적 목적 기부
오해받게 만든 점 안타까워“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모금에 대한 변론에 앞서서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해왔고, 문화융성을 통하여 한류를 확산하고 체육인재양성을 통하여 국위를 선양하여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면, 기업에도 이익이 되고, 이로 인해 일자리도 창출되어, 경제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재단 설립과정에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박 대통령은 “문화와 체육 분야의 성장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를 늘 강조해 왔습니다”라며 “저는 전경련 주도로 문화재단과 체육재단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관련 수석으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 기업들이 저와 뜻에 공감을 한다는 생각에 고마움을 느꼈고,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라고 지시를 하였던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재단 설립을 대통령 측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가발전에 공헌한다는 차원에서 공익적 목적의 재단법인에 기부한 것을,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오해받게 만든 점은 너무 안타깝습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또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어떤 기업인들로부터도 국민연금이든 뭐든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이를 들어준 바가 없고, 또한 그와 관련해서 어떠한 불법적인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특검에 의해 이 부회장이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지만 연관성을 부인했다.

중소기업 특혜와 사기업 인사 지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20대 시절 퍼스트레이디로서 수행했던 역할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20대 초반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를 도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했을 때부터 청와대에 들어온 민원을 점검하고 담당부서들이 잘 처리하고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만 마음이 놓였으며, 영세한 기업이나 어렵고 소외된 계층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원을 점검하고 잘 처리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게 특혜를 주거나 지시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민원 점검하고 일일이
확인해야 마음 놓여“

 
박 대통령은 “우수한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올바른 국정 수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중소기업들의 민원이나 지원 건의가 있으면 작은 부분이라도 챙겨주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을 하고 관련 부서에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를 지원할 방안을 찾도록 지시를 하였던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특혜와 인사 지시로 의심받고 있는 자신의 행동은 대통령의 의무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결코 누군가의 부정한 청탁을 위해서, 또는 누군가에게 개인적인 이권이나 이익을 주기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지나친 대통령
개입 구조 방해 판단”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1월경 세계일보에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기사 보도 후 진행된 언론사 압력과 조한규 사장 해임에 대해서도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초순경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로 문건을 유출하게 된 것은 국기문란’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있습니다”라며 “이는, 당시 청와대의 비밀문건이 외부로 유출되어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공직기강 차원에서 큰 문제라는 인식하에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취지였을 뿐, 세계일보에 보도 자제를 요구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 후 저의 비서진들에게 세계일보 조한규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도록 지시를 하거나, 이를 알면서도 묵인한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저는 관저의 집무실에서 국가안보실과 정무수석실로부터 사고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았고, 국가안보실장과 해경청장에게 ‘생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수 회에 걸쳐 지시를 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를 받지도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좀 더 적극적인 지시나 관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박 대통령은 “재난, 구조 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이 현장 상황에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구조 작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체계적인 구조 계획의 실행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원구조’라는 언론의 보도 및 관련부서로부터 받은 통계 오류로 당시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정정보고를 받은 뒤 “관계공무원들에게 ‘단 1명의 생존 가능성도 포기하지 말고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보다 세밀한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피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조치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말고 적극 협조하여, 사고 현장의 가족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살펴 달라’고 지시하는 등 구조와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을 독려하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세월호 사고 당일 미용시술·의료처치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대통령 변호인단
“탄핵소추과정 문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변론서 내용은 사실 기존 주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기보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각종 의혹을 부인하는 전략으로 재판을 마무리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재판과정에서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자료를 일부 증거로 채택하기도 했다. 특검은 탄핵심판 재판과 상관없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왔다. 특검 수사를 통해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최 씨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연루설을 부인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 탄핵사유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최종선고가 나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탄핵소추 과정상 문제를 지적하며 각하하거나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선고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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