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들 지난달 초부터 약 한달간 공격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이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가 지난 2일 예정됐던 입학식을 치르지 못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단체와 학부모 등의 시위 때문이다. 문명고한국사국정교과서연구학교저지학무모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반대 시위와 함께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전국 유일의 연구학교마저 없애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인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국정교과서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단체들의 도를 넘은 행동은 지켜보는 사람들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 “전교조 등 사람들…문명고에 집단적 압력 가해”
자유한국당 “문명고에 대한 집단테러에 경악한다” 성명 발표


국정 역사교과서(이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가 지난 2일 예정됐던 입학식을 치르지 못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단체와 학부모 등의 시위 때문이다. 문명고한국사국정교과서연구학교저지학무모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반대 시위와 함께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전국 유일의 연구학교마저 없애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인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국정교과서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단체들의 도를 넘은 행동은 지켜보는 사람들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문명고등학교 연구학교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처음부터 예견됐다. 연구학교 신청 당시 열렸던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처음에는 2대7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재표결 결과 5대 4로 뒤집히며 연구학교 신청안이 통과됐다.

국정교과서 자체가 논란거리였던 만큼 학교 측이 연구학교지정을 신청하자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이어졌다. 당초 경북지역에서는 문명고등학교 외에 오상고등학교와 경북항공고등학교도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두 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지 않고 신청하는 바람에 결국 철회됐다. 하지만 문명고등학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 학교 재단 이사장과 교장도 철회할 뜻이 없음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진보성향 단체들
교내 들이닥쳐 욕설

 
문명고등학교 측이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위 등의 반대 시위는 계속됐다. 문명고등학교가 위치한 경북지역이 보수색채가 짙은 지역인 만큼 상징성도 컸다. 하지만 계속되는 언론의 조명과 반대시위로 인해 재학생, 신입생, 학부모 등은 부담스러운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결국 입학을 포기하는 학생도 나왔다.

지난달 16일에는 문명고등학교 1층 교장실에서 10여 명의 외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단체들이었다.

학교 측은 이들이 이날 김태동 교장과 홍택정 이사장에게 심각한 언행과 욕설을 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문명고등학교는 신입생 입학식이 취소되기 전까지 지난달 초 무렵부터 약 한 달간 이 같은 단체들의 공격을 당했다.

김 교장은 진보 단체들이 문명고를 향해 “국정교과서는 불온서적”이며 “연구학교를 신청하면 학교에 불이익이 가도록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압력에 굴해 물러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또 “다들 국정교과서가 잘못됐다고만 하지 제대로 내용을 검토해 보지는 않았지 않나”라며 “그렇다면 검정에서 문제 있던 부분을 국정은 어떻게 다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테러에 가까운 행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치권에서도 나섰다. 지난 20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명고등학교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응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명고가 국정교과서 채택 결정을 철회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안 된다”며 “3개 학교가 국정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외부 압력에 밀려서 두 곳은 철회하고 한 곳만 남았다. 문명고에 대해서도 전교조나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가서 집단적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교과서 반대 논리가 사관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국정교과서 하나로 전국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검인정 교과서와 같은 조건에서 채택해 가르치는 것인데 이것을 막는 것은 평소 주장과도 반대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일에는 자유한국당이 ‘국정교과서 채택 문명고에 대한 집단테러에 경악한다’ 제목의 성명도 발표했다. 김경숙 부대변인은 “지난 3월 2일 경북 경산 문명고의 입학식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일부학생과 학부모들의 시위로 취소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지역 좌파단체들이 ‘경북교육연대’를 만들어,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명고에 대한 강력대응’을 주장하고 테러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것은, 문명고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침해하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채택은 교육부에 적법한 절차로 신청하여 연구학교로 지정된 만큼, 그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놓은 교육부
지원도 해결책도 제시 못 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가 진보 단체들의 시위와 항의로 곤경에 처했지만 정작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대국민담화에서 “정부는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을 방해하는 등 위법 부당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지만 문명고등학교 사태와 관련해 아무런 지원도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측은 지난달 22일 한 언론사 취재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을 때는 강경 대응할 수 있겠지만, 전교조 등 진보진영에서 학교를 방문한 것만으로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며 “현 시점에서는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성명을 통해 “끝내 국정교과서도 교학사 사태와 같은 운명을 맞고 있다. 어지러운 정국을 틈탄 레프트 훅에, 좌편향 역사 교육을 개선하겠다던 교육부의 당찬 의지는 온데간데없이 물러나 그로기 상태에 빠진 형국이다”라고 비판했다.
 
홍정택 이사장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문명고등학교 측은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홍택정 문명고 이사장은 지난달 23일 한 언론사의 취재에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친일미화, 군사독재가 어느 부분인지 이론적으로 비교 분석을 해야 하는데 ‘최순실 교화서’ ‘박근혜 교과서’라며 (감정적으로) 반대한다.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구학교도 국정, 검정 교과서를 비교 분석하자는 게 목적이다. 책을 보지도 않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나는 학사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 교장 선생님이 로봇이겠나. 교사 73%가 찬성했고 (학운위에서) 5대 4로 통과됐다. 민주주의는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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