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백화점 명동점. <뉴시스>
골목상권 죽이기· 재벌 지분승계 도구일 뿐
시민들은 환영하는 눈치 “광주도 발전해야”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광주신세계 특급호텔 복합시설이 인허가 과정에 돌입하며 인근 중·소상권과 갈등이 깊어졌다. 2015년 윤장현 광주시장이 신세계그룹과 이와 관련 업무협약을 채결하면서부터 시작된 논란은 현재 정치권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복합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 시설이 골목상권 침해뿐 아니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지분승계를 위한 도구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2019년 국제대회를 놓고 특급호텔이 없던 광주시가 먼저 부탁을 해와 진행된 일이기 때문이다.

광주신세계가 2년 만에 ‘특급호텔 복합시설’ 건립 인허가 과정에 착수했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2015년 윤장현 광주시장은 신세계와 특급호텔 및 복합시설 건립에 관한 업무협약(이하 MOU)를 맺었다. 이는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광주시가 외국인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특급 호텔이 없어 윤 시장이 신세계 측에 먼저 부탁해 맺어진 것이다.

당시 양측은 버스터미널 옆 기존 신세계 이마트를 허는 대신 지하 7층, 지상 21층 규모의 백화점 및 특급 호텔을 짓기로 합의했다. 또 호텔만 들어설 경우 공실 등의 문제로 적자가 발생할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면세점도 필요했기에 이를 통합한 특급호텔 복합시설이 들어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인근 중·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발을 낳고 있다. 신세계 측은 2년 만에 면적을 대폭 축소한 수정계획안을 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또한 백화점 면적 감소보다 호텔 면적 감소 폭이 커 중소상공인들과 부딪히고 있다.

수정된 계획안에 따르면 신세계는 광주시와 MOU를 맺을 때는 2만5782㎡에 특급호텔을 건립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다시 제출한 계획서에서는 호텔 규모를 1만8400㎡로 약 30% 축소했다. 호텔 객실은 250실에서 200실로 줄었고 각각 지하와 지상 2개 층이 줄어 지하 5층 지상 19층으로 축소됐다.

반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포함한 쇼핑시설의 규모는 2015년 11만4000㎡에서 9만3000㎡로 대략 18% 줄이는 데 그쳤다.

중소상공인이 만든 ‘신세계입점저지대책위원회(신세계저지대책위)’의 반발은 거셌다. 쇼핑몰 면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축소했어도 대기업의 공세에 중소상권은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저지대책위는 “신세계 복합시설이 들어서면 광주 전역 상권이 초토화된다”며 “현재 기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만으로도 인근 금호상가는 매출 하락과 늘어난 공실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임대료를 지불하고 인근 상가에서 장사를 하는 영세상인은 파탄에 이를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중·소자영업자들의 생존과 복합쇼핑몰을 맞바꾸는 행정은 시민의 생존권을 재벌에 넘겨주는 꼴이 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 밖에 신세계입점저지대책위원회는 신세계 복합시설 인근 극심한 교통 혼란 문제도 지적했다. 현재도 주말과 공휴일이면 고속버스 터미널과 쇼핑센터 등으로 극심한 교통혼란을 겪고 있는데 복합시설물이 들어서면 고객의 불만과 민원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광주신세계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승계 도구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주신세계의 최대주주는 52.18%를 보유한 정 부회장이다. 광주신세계의 수익이 높아지면 이는 거의 모두 정 부회장의 개인 자산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자금이 후에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증여할 지분 승계를 위한 자금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광주신세계와 중소상인들 간의 대립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신세계저지대책위는 지난달 26일 문재인·손학규·심상정·안철수·안희정·이재명·천정배 등 7명의 대선 주자에게 이와 관련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건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다른 대선 주자들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주신세계 건립 논란이 정치적 이슈로 계속 회자된다면 사업 진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 전망했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광주신세계가 정 부회장의 지분 승계 도구라는 주장엔 “아는 게 없다” “드릴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지금 광주시 측에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신청서를 낸 상태”며 “그 이후 아직 내부적으로 수정 지시를 통보받은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광주 소비자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신세계를 반기는 눈치다. 대형 복합 단지 등이 들어와 광주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지역 한 시민단체 대표는 “아직 정확한 설문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우리 쪽에서 파악한 소비자들은 거의 다 반기고 있다”고 답했다. 이 단체 대표는 “대구에도 올해 줄줄이 백화점, 쇼핑몰 등이 들어와 시민들이 만족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봤다”며 “광주도 발전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덧붙였다.

광주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교통 등이 혼잡해져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으로만 본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건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나주몽 전남대학교 지역개발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집적효과를 통한 경제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교수는 “이미 소비자들의 소비구조가 바뀌고 있는 데다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결국 소상공인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보였다.

한편 광주신세계는 지난 1일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신청서를 광주시에 접수했고 시는 이에 대한 행정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광주시청 관계자는 “지금 관련 각 부서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종합적인 의견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이 관계자는 “시와 신세계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인허가 과정에서 좌초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시민들의 의견과 광주시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 대한 윤 시장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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