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구직 사이트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

.<뉴시스>
구인구직 사이트 1300여 개, 선두 기업 10년 새 12배 성장
“대책 없다…기업으로 둔갑한 범죄자 걸러내기 쉽지 않아”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등록한 이력서로 인한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의 피해가 꾸준히 늘고 있다. 범죄를 기도하는 이들이 인터넷구익구직사이트에 기업회원으로 등록해 취준생들의 이력서에 적힌 개인정보를 악용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취준생들을 유혹해 성매매·사기 등에 가담시키며, 심지어 신상정보를 금융사기에 이용하기도 한다.

인터넷구인구직사이트 기업은 자체관리시스템으로 피해를 막겠다며 구직자들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말한다. 하지만 오랜 구직난에 허덕이는 취준생들은 이력서 공개를 안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김모씨(28·여)는 최근 불법 아르바이트의 유혹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구직이 시급했던 김 씨는 인터넷구인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했다. 그러자 일주일에 두세 번 간격으로 불법 아르바이트를 권하는 전화가 왔다.

김 씨에 따르면 대부분 남성에게 전화가 와 “이력서를 보고 연락했다”며 “면접 보기 전 전신사진을 보내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

김 씨에 따르면 그들 중 여자도 있었으며 먼저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업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다가 김 씨가 관심을 보이면 그제서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과 같은데, 장소가 술집이라 생각하면 편하다”는 말을 한다. 

자신을 기업 인사담당자라 하는 사람이 개인 만남을 요구한 적도 있다. 김 씨에 따르면 자신을 한 중소무역기업 인사담당자라고 했던 사람은 처음에는 회사 위치도 알려주고 면접 일정도 안내해줬다.

그러나 면접 이틀 전 이 남성은 김 씨에게 면접에서 합격하는 법을 알려준다며 술 한잔 하자고 권유했다. 김 씨는 문득 겁이 나 제안을 거절했고 인사담당자라 자처하는 그 남성은 김 씨에게 “그러다가는 취직 못한다”며 계속해서 술자리에 나올 것을 강권했다. 

김 씨는 “비참한 기분을 느꼈다”며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담당자라 한 남성은 많은 돈을 주겠다며 계속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신고를 할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계속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에서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아 그냥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다수의 언론에서 김 씨와 비슷한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한 피해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인터넷구인구직사이트에 올린 이력서가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력서에는 증명사진과 전화번호, 학력, 거주지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인터넷구인구직사이트 기업들은 구직자가 이력서 공개를 안 하거나 정보 열람 기한을 줄여야 피해가 덜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력서 열람을 안 할 수도, 공개기간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대학원생 이모씨(28)는 “늦깎이 취업 준비생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열람하는 것”이라며 “주변에서도 이력서 올려놓으면 다단계 회사, 퇴폐업소 등 별의별 곳에서 전화가 온다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헤드헌팅기업에 유료로 이력서 열람을 맡겨야 하는데 다들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해 본인을 알리려면 별 다른 방도가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비대해지는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 기업들의 개인정보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부분의 구인구직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볼 수 있는 기업회원이 되는 것은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되기 때문이다.

사업자등록증 확인 등 기본 정보와 일정 금액만 제공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악용하고자 하는 이들은 사업자등록증을 허위로 조작해서 제출한다. 하지만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나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인터넷구인구직사이트 기업에서 지난해까지 근무한 한 직원은 “기업회원을 검증하는 절차는 기업마다 조금씩 상의하지만 대체적으로 작정하고 속이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해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를 이용하는 중소기업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공개채용 등을 하지 않으니, 인터넷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해 직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 회사와 이름이 비슷한 한 불법업소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우리 회사 소개란에 악플을 달아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이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많아서인지 면접 안내 전화를 하면 몇 번씩 되묻는 구직자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15~29세 청년 중 비경제활동 인구는 510만40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20대 중후반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보다 9.3% 늘었다.

구직난이 계속 될수록 인터넷구인구직사이트 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온라인을 통한 직업정보제공사업자는 총 1300여 개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업계 선두주자인 사람인에이치알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 737억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고 2006년 매출액 55억 원에서 10년 만에 12배 이상 성장했다.

이 밖에 또 다른 업계 선두주자인 비상장기업 잡코리아도 2015년 사모펀드 H&Q코리아에 지분 50.01%를 8500만 달러(약 1000억 원)에 매매하며 기업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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