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이식 수술 국내 최초 성공…머리 이식 시대도 곧 도래하나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팔 이식 수술이 국내에서 최초로 성공했고, 복지부는 합법적 수술이 될 수 있도록 법적 보완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말 시행될 예정인 세계 최초의 머리 이식 수술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과학계는 머리 이식 수술이 비윤리적 의료행위이자 ‘사이비’ 과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머리를 잘라내 다른 사람의 몸통에 이식하는 게 더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공포영화의 얘기가 아닐 수 있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다.
 
 
지난달 2일 오후 4시 영남대병원 수술실.

1년 전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왼쪽 팔꿈치 아래를 잃은 손모(35)씨에게 국내에서 첫 팔 이식 수술이 시도됐다.

집도의 우상현 W병원장을 비롯해 20여 명으로 구성된 수술팀은 약 10시간 동안 이식수술을 진행했다.

뇌사한 기증자의 팔을 떼어내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증받은 팔의 혈관과 근육, 신경 등을 이식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식은 팔 뼈 연결→근육 부착→혈관 연결→피부 봉합 순으로 진행됐고, 힘줄이나 혈관, 신경은 현미경으로 한 가닥씩 정밀히 봉합하는 ‘미세접합수술’을 시행했다.
 
복지부, 수술 성공하자 적극 지원 약속
 
수술 후 퇴원한 손 씨는 “야구장에서 시구를 해보고 싶다”면서 “처음에는 팔이 조금 어색했지만 이제는 내 손처럼 느껴진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술 하루 만에 손가락을 움직였고 열흘 지나 주먹을 쥐었으며 지금은 야구공을 쥐어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이식수술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술 후 20여일 동안 우려했던 신체 거부반응이나 면역억제제에 대한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수부외과 전문의 우상현 W병원장은 “아직 신경과 인대가 재생되는 시기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회복되고 감각이 되살아날 것”이라면서 “피가 잘 흐르는 등 조직 괴사가 없어 생물학적으로 되살아난 것”이라며 성공을 확신했다.

신경재생과 힘줄이 더 잘 움직이는 감각과 운동기능 회복이 남아 있지만 면역억제제 거부반응 조절도 잘돼 국내 첫 성공사례로 기정사실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손 씨는 대구 W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 영남대병원에선 정기적으로 면역억제제에 대한 거부반응 여부를 확인한다. 다른 사람의 팔을 이식 받은 데 대한 정신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심리상담도 받을 예정이다.

팔 이식 수술은 1999년 미국과 프랑스에서 처음 시술된 이래 세계적으로 70건 시술된 고난도 수술이며 국내엔 공여자가 없어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었다.

또한 우리나라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상 이식대상 장기목록에는 ‘팔’이 없다.

‘인체조직안전법상’ 기증 가능한 인체조직은 뼈ㆍ연골ㆍ근막ㆍ피부ㆍ양막ㆍ인대 및 건ㆍ혈관 등이다.

이에 우 원장은 “수술 후 혹시 불법이라며 잡혀가지 않을까 하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도 있었다”며 “그러나 법적으로 기증할 수 있는 피부, 근막, 골수, 뼈 등 여러 조직을 한꺼번에 받으면 불법이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인 문제는 법학자들이 따지겠지만 생명 연장이나 기능 회복을 위해 하는 수술 자체를 불법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도 지난 24일 손 씨가 퇴원하는 날 참석해 “팔 이식 수술을 절대로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으며 수술비와 치료비 등이 하루빨리 건강보험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보건복지부 측은 팔 이식 수술 시행 당시 불법일 수 있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팔 이식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환자가 퇴원까지 하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식수술 어디까지 왔나
 
이식수술은 1950년대부터 활발해졌다. 당시 인간의 신체는 외부에서 온 조직을 거부한다는 것을 알아내면서 대응방안으로 면역억제제가 개발됐다. 면역억제제가 발전하면서 1954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신장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이후 췌장, 간, 심장, 폐 등의 이식수술이 이뤄졌고 2000년대 들어 복합조직인 팔과 다리, 성기 등의 이식이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국내 의료계는 어떨까. 국내병원들의 이식수술 실력은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의료진 특유의 섬세하고 정확한 수술 능력 때문이다. 특히 뇌사자가 아닌 생체에서 간을 적출할 경우 3차원 복강경을 이용해 상복부에 수술 자국이 거의 남지 않을 정도로까지 이식 기술이 발전했다. 두 사람의 기증자로부터 간의 일부를 각각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옮겨 붙이는 2대1 생체 간이식도 서울아산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 가운데 이번에 팔 이식 수술이 성공함에 따라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안면 이식’이라고 말한다. 범죄자가 미국연방수사국(FBI) 요원과 얼굴을 바꾸는 영화 ‘페이스오프’처럼 화상 환자 등에게 얼굴 피부와 눈 코 입 등 형태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30차례 정도 이뤄졌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나아가 한 사람의 머리를 분리한 후 다른 사람의 몸에 통째로 이식하는 프로젝트가 이탈리아, 중국 의료 연구진 등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올해 12월 말에 세계 최초로 시도할 예정인 머리 이식 수술에 러시아 컴퓨터 과학자 발레리 스프리도노프(남·31)가 수술대상자로 자원했다고 미국 CBS 뉴스가 지난해 8월 보도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스피리도노프는 근육과 뇌 속 신경세포가 퇴화하는 희귀병 베르드니히-호프만 병을 앓고 있으며 증상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몸을 움직이게 하는 뇌와 척추의 신경세포가 퇴화하면서 그의 팔과 다리는 쪼그라들었고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하는 그는 먹고 타이핑하고 조이스틱으로 휠체어를 움직이는 정도만 할 수 있다. 그는 이미 예상 생존 기한(30년)을 넘겼다.

그는 미 월간지 ‘어틀랜틱 몬슬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수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 방법 말곤 다른 치료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세계 최초로 머리 이식 수술을 할 예정인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 세르조 카나베로 박사가 2015년에 이 같은 수술 계획을 밝혔을 때에도, 과학계는 거센 논쟁에 휘말린 바 있다. 대다수 과학자는 세르조 박사가 하겠단 머리 이식수술은 비윤리적 의료행위이자 ‘사이비’ 과학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환자에게 헛된 희망만 주는 수술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세르조 박사는 머리 이식수술에 동참할 동료 의사로 중국 하얼빈대학교 주임의사인 런샤오핑(任曉平)을 영입했고, 이식수술을 받을 환자까지 모집했다.

발레리가 수술을 받게 되면, 그의 머리는 수술용 다이아몬드 칼날로 절단돼,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의 몸에 접합될 예정이다.

카나베로 박사가 밝힌 머리 이식방법은 이렇다. 먼저 화씨 50도까지 스피리도노프의 몸을 차게 해 몸에서 머리를 분리한 뒤 뇌 조직이 괴사하지 않도록 1시간 안에 특수 고분자 소재의 접착제로 다른 신체의 혈액 순환계에 연결한다.

이후 척수 신경 연결 등의 고난도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수십 명의 외과 전문의가 달라붙으면 성공적인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 카나베로 박사의 주장이다. 이식 수술이 끝난 후 3~4주 정도의 치유 기간 동안 환자는 움직이지 않도록 코마 상태로 있어야 한다.
 
원숭이 머리 이식 수술은 이미 성공
 
다소 황당하게도 느껴지는 이 수술은 그러나 전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동물의 머리 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처음 머리 이식수술의 대상은 원숭이로 지난 1970년 미국의 뇌 이식 전문가 로버트 화이트 박사가 처음으로 시도했다. 당시 다른 원숭이의 머리를 통째로 이식받은 원숭이는 수술 후 깨어나 눈을 뜨고 맛을 보는 등 일부 성과를 냈으나 9일 후 죽었다.

그리고 카나베로 박사팀이 지난 1월 원숭이 머리이식 수술을 했다. 카나베로 박사는 당시 수술에서 머리를 이식한 다음 혈액공급에 성공해 뇌 손상 없이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입증됐으나 척수 신경 연결에는 수십 명의 외과의가 필요해 척수 신경은 연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나베로 박사는 “머리 이식수술엔 수십 명의 의료진이 필요하고 130억 원이 넘는 돈이 들겠지만, 스피리도노프가 수술 후 살아날 확률은 90%”라면서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1년 내에 스피리도노프가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총 수술시간은 150시간, 의료진은 36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뉴욕대 의료센터 의료윤리위원장 아서 캐플런은 미 경제 잡지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머리 이식수술)은 과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의료윤리학자 안토니오 스파뇰로 등은 “수술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여러 윤리적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며 “수술에 성공한 발레리가 새로운 몸을 이끌고 아이를 만든다면, 그 아이는 누구의 자식이냐”고 반문했다.
 
‘면역거부반응’으로 사망하기도
 
한편, 이식수술을 할 때 가장 오랜 숙제가 면역거부반응의 통제다.

인체는 다른 동물 또는 다른 사람의 장기가 몸에 이식되면 이를 침입자로 여기고 공격하는 면역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식수술을 할 경우 그 부위와 상관없이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난다. 면역거부반응에는 이식 이후 즉시 혹은 수일 후 발생하는 급성 면역거부반응과 이식 후 수개월에서 수년 후에 발생하는 만성거부반응이 있다.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의사들은 이식 수술 전장기 기부자와 이식자의 생체적합성을 고려한다. 소위 HLA 매칭이라 불리는 이 생체조직적합항원조사 결과 환자와 가장 유사한 세포를 가진 사람의 장기를 선택해 이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생물학적으로 ‘똑같은’ 사람이 없듯 아무리 생체적합성이 높더라도 환자 자신의 세포와 동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때문에 이식 이후 환자들은 평생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신진대사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런 약물 복용이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면역억제제의 복용은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신체의 전체적인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로 지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감염에도 취약해진다. 면역거부반응도 문제지만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복용하는 면역억제제 역시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2005년 세계 최초로 안면 이식(facial transplant) 수술을 받은 프랑스 여성 이자벨 디누아르가 수술 11년 만인 2016년 4월에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지난해 디누아르에게 이식 거부반응이 일어나 입술 일부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또 그녀가 수술 후 이식된 부분의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복용한 약 때문에 몸 두 군데서 암도 발병했다고 보도했다.

그녀는 이식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강한 면역 억제제 처방을 받아왔다. BBC 방송은 이 때문에 신체 면역력이 떨어져서 결국 암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디누아르는 지난 2005년 5월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가 자신의 애완견에게 얼굴 아랫부분을 물어뜯겼다. 이 사고로 그녀의 코와 입술이 없어지고 잇몸과 아래턱이 모두 드러나는 상해를 당했다.

이후 이 여성은 뇌사 상태 환자의 얼굴을 떼어내 자신의 얼굴에 부분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받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