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장만에 힘겨워하는 아시아 대도시 주민들

집값 비싼 세계 대도시 조사에서 홍콩이 1위 차지
가장 살기 편한 곳은 미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온라인 국제뉴스 전문 잡지 ‘더 디플로매트’는 최근 아시아·오세아니아 대도시의 비싼 주거비 실태를 심층 분석했다. 이 잡지는 홍콩과 시드니가 세계에서 집값이 너무 비싸 도저히 거주할 수 없는 곳으로 꼽혀 온 반면 도쿄와 싱가포르를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지역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 데모그라피아의 최신 연례 조사에 따르면, 홍콩은 전 세계의 조사 대상 대도시 406곳 가운데 가장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다. 홍콩에서 중간 소득 가계가 중간 수준의 주택(약 8억 원)을 장만하려면 소득을 18년간 모아야 한다. 호주 최대도시인 시드니 주민의 경우 평균 주택(약 9억 원) 장만에 걸리는 기간은 12년이다.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그 기간은 11.8년으로 세계 3위다. 
그 뒤를 잇는 도시는 뉴질랜드의 금융센터인 오클랜드(10년)로 나타났다. 호주·뉴질랜드와 대조적으로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집값을 감당할 만한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에서 집 장만에 걸리는 기간은 4.8년, 일본 도쿄·요코하마 지역의 그것은 4.7년, 오사카·고베·교토로 이뤄진 간사이 지방의 그것은 3.4년이었다. 데모그라피아의 조사 대상 국가는 호주, 영국, 캐나다, 중국, 아일랜드,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미국 9개 나라였다. 
이들 국가 가운데 미국이 가장 집 장만이 쉬운 곳으로 꼽혔고 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 호주, 뉴질랜드, 홍콩은 “집 장만이 엄청나게 어려운 곳”으로 분류됐다. 또 다른 컨설팅 업체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가 역시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따져 본 연구에서 홍콩, 뭄바이, 베이징, 상하이가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이들 4개 도시의 중간 소득자가 90제곱미터(27.3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려면 30년 이상 걸린다.
데모그라피아의 보고서 작성에 필자로 참여한 뉴질랜드 연구소의 올리버 하트위치는 지방 정부의 자금 조달이 호주에서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에 말했다. 그는 “새로운 개발로 이득이 생기겠다 싶으면 현지의 의사 결정자들은 개발이 발생하게 만들려고 훨씬 더 안달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반면, 독일과 스위스처럼 더 저렴한 주택시장의 지방정부들은 새로운 주민과 납세자를 유치해 그것을 바탕으로 예산을 충당한다. 이런 곳에서는 지방 정부가 주택 공급에 더 기민하게 반응하고 더 유연하게 대처한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이 내려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에 주택 구입 능력을 끌어올리라고 촉구했다. 
OECD는 그것이 빈곤 감축, 기회 균등의 향상, 사회적 포용과 이동성을 포함한 수많은 사회정책 목표들을 달성하는 요체라고 본다. OECD는 34개 회원국 가운데 뉴질랜드를 가장 주택 구입 능력이 낮은 국가로 꼽았다.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일관성 있는 정책의 결여가 주택 구입 능력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를테면 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 감면 같은 정책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OECD는 “주택 소유자들은 흔히 주택 구입에 따른 세금 감면으로 혜택을 본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세금 감면이 특히 그렇다. 그리고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유리한 과세도 집주인들에게 이득을 안긴다”고 발표했다. OECD는 이런 부동산 관련 세제가 실제로 잘사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며, 그것이 다른 형태의 부동산이나 자산에 투자하려는 유인을 왜곡한다고 보며 실제로 종종 주택 가격을 압박한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호주 총선 때 집권당인 자유-국민연합과 야당인 노동당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노동당은 주택 건설에 따르는 각종 인센티브를 줄이자는 입장이었는데, 자유-민주연합은 그럴 경우 집값이 떨어지고 대신 집세가 오를 것이라며 반대했다. 홍콩에서 비판자들은 정부와 금융 제도가 합작해 공급과는 상관없이 주택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은 홍콩의 살인적으로 높은 집값의 주요 원인으로 민간 주택에 대한 규제와 은행대출에 대한 통제를 들고 있다. 홍콩의 개발사업 컨설팅업체 마스터플랜의 이안 브라운리는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은 때 홍콩의 중간 소득 주민이 아파트 한 채를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신문에 말했다. 
그는 홍콩 주민의 주택 구입능력을 높이려면 공공택지 불하 때 정부가 가져가는 이문을 줄이고, 저소득 집단들에게 월세 보조금을 지급하며, 오래된 건물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데모그라피아는 많은 국가에서 정부가 주택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손 놓고 있는 사이에 집값은 소득에 비해 2배, 3배 뛰었다고 개탄했다.
데모그라피아는 이번 조사에서 주택 구입 능력을 토대로 ‘최고 도시들’ ‘가장 살 만한 도시들’을 선정했다. 데모그라피아 보고서는 “중간 소득 가계가 그곳에 살 형편이 안 되는 도시는 결코 살 만할 수 없으며 최고의 도시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데모그라피아가 모범 사례로 지목한 곳은 미국 텍사스 주의 최대도시인 댈러스포트워스다. 
이 도시는 2015년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해 “세계 최고의 도시‘로 선정된 캐나다 토론토보다 주민의 주택 구입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나다. 댈러스포트워스는 또 도심의 교통정체가 토론토보다 덜하다. 데모그라피아가 권고하는 바람직한 도시 계획의 핵심은 ‘장소보다 사람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인위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 즉 구체적으로 도시 억제와 관련된 도시계획 정책들을 피해야 한다. 
데모그라피아가 보기에 중간 및 저소득 가계 입장에서 최고의 도시는 유능한 정부가 현지 주택 시장을 감독해 온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주민의 주택 구입 능력이 높다. 이런 도시들에서는 생활비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어 주민들은 더 풍요한 생활을 누릴 형편이 된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경우 금리가 올라 주택담보대출이 더 비싸져 앞으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며,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서울과 도쿄 같은 아시아 도시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OECD는 금리가 오르면 가계가 단기적으로 의료비, 식비, 난방비 등을 줄이다가 결국 더 좁고 불편한 집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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