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전문성 살리려 첫 배속부대에서 고정근무하게 해
‘토의’의 진중문화, 부대원 상하 간 의사소통 도와

북한군(北韓軍)의 인력 양성과 운용은 몇가지 면에서 우리와는 다른 독특한 일면을 갖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북한군의 군사칭호(군 계급) 서열상 최고 계급인 장령급(장성급)은 최하 계급인 하전사로부터 출발해 그 지위에 오르게 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말한다면 일반 병사가 하사관을 거쳐 위관급으로, 이어 영관급으로 진급해서 결국 별을 달게 된다는 것이다.

군관은 신병으로 입대한 뒤 2∼5년을 복무한 전사 가운데 선발된다. 이들은 군관학교로 보내져 2∼3년의 교육을 수료한 뒤에 소위로 임관되고 임관과 동시에 통상 원대 복귀, 소대장으로서 군관 생활을 시작한다.

현재 북한군 장령급의 상당수가 6.25전쟁 당시 하전사였던 데서 볼 수 있듯이 일단 군관에 발을 들여 놓으면 장령급까지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셈이다. 이렇듯 병사 생활을 직접 체험한 지휘관들은 일반 병사들의 근무여건은 물론 심리상태를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부대원들을 능란하게 지휘 통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군 인력 양성 제도에서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신병 현지입대제와 군관으로 임용된 뒤 원대 복귀시키는 고정배치제이다. 주거지 인근 부대에 입대하도록 하는 현지입대제와, 신병으로 입대한 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도록 하는 고정배치 제도는 배속된 부대 실정과 부대 인근의 현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귀순자들에 따르면, 이 제도의 시행으로 지휘관이나 병사 모두 부대 주변의 지형 지물을 눈을 감고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숙지하게 될 뿐만 아니라 부대 주변 민간인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됨으로써 실제 전투 발생 시 중요한 이점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철저한 계급사회의 특성을 띠고 있는 군대사회에서 계급보다는 맡고 있는 직무를 우선시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사단, 연대, 대대, 중대, 소대장 등 각 제대장을 맡을 수 있는 계급이 정해져 있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군은 계급보다는 직무 수행 능력을 우선시해 직책을 부여하고 권한 행사 역시 계급보다는 직무에 따른다.

예를 들어 사단장을 대좌(대령)가 맡고 있는 경우에도 소장(준장), 또는 중장(소장)급 다른 부대의 사단장은 계급을 따지지 않고 동급의 사단장으로 예우하도록 돼 있다.
이는 계급에 따른 위계질서보다는 직무 수행 능력, 구체적으로 전투수행 능력을 더 중시하는 북한군의 인력 운용 방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일찍부터 육·해·공 통합군(統合軍) 체제(體制)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나 인사고과에서 당성과 함께 지휘 통솔 능력에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바로 군 인력 관리 운용에 있어 무엇보다 ‘전투능력’을 중시하는 데서 나온 것이다.

북한군이 지휘관, 참모, 병사 모두가 참여하는 ‘토의(討議)’를 활성화, 부대원 상하간의 막힘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군인 대중의 지혜와 힘을 빌리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된다.

북한군의 대표적 진중문화(陣中文化)로 일컬어질 정도로 성행하고 있는 이 토의(討議)에서는 부대 관리에서 제기되는 문제점, 훈련 결과 평가 등 전투력 향상 방안 모색을 중심으로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누구든지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문제점이 제기됐을 경우에는 만장일치의 합의점을 도출할 때까지 토의를 계속하고 지휘관은 단지 그 합의사항을 결정사항으로 발표하는 권한만을 가질 뿐 강압적인 권한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귀순자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과거 김일성 부자만을 빼놓고 누구든지 도마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의견 개진이 자유롭고 실제로 토의를 통해 제기된 의견이 부대 관리 방침으로 채택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부대 지휘체계가 작전 지휘 담당의 군사지휘관, 당 사업 추진과 사상교육 담당의 정치지도원, 안전사고 방지와 동향 감시 담당의 정치보위원의 3자가 서로 견제하는 트로이카 체제이기 때문에 지휘부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귀순자들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토의 건에 대해서는 3자가 반드시 합의를 봐야 결정사항으로 되며 3자 가운데 정치지도원이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지휘권 행사에 균열은 생길 수 없고 오히려 3자 토의를 거친 합의라는 점이 결정사항 이행에 무게를 실어준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군인에 대해 중류층 이상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등 각종 사기 진작책을 시행, 군부의 불만의 소지를 없애는 한편 당(黨)과 과거 김일성 부자에 대한 자발적인 충성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급식의 경우, 일반인 성인이 하루 7백g인데 비해 군인은 8백g을 받고 있고 소좌(소령)급이 대학교수나 도(道) 인민위원장(도지사)에 준한 보수를 받는 등 보수 면에서도 민간인보다 월등히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

또한 북한 권력 서열에서 인민무력부장에게 3위, 총참모장에게 8위를 배정하고 북한 최고 정책 결정 기구인 당(黨) 정치국의 위원 25명 가운데 24%인 6명을 군인에게 할당, 정치 권력 지분에서도 군(軍)을 특별 배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군관 가족들은 1백% 군인 관사에서 생활하면서 물품 구입, 병원 이용 등에서 우선권을 부여받고 군 전역자들은 전역 후에도 직장 선택과 봉급 책정 등에서 특별 대우를 받기 때문에 군관들은 일등 신랑감으로 손꼽힌다.

윤광제 작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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