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하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91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8:0으로 인용됐다. 70년 헌정사에 이승만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 째로 임기 중에 대통령이 물러나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헌재는 촛불세력과 선동 언론에 굴복해 헌법의 마지막 보루임을 포기했다. 아울러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내쫒아 조기 대선으로 정권을 탈취하려는 야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통진당을 해산할 때도 반대하는 소수 의견이 있었는데, 하물며 대통령을 파면하는 재판에 만장일치 행동 통일은 인민재판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대통령 측도 “가짜 기사가 탄핵을 불렀다”며 억울해 하고 있다. 무리한 탄핵소추를 주도한 국회, 거짓으로 국민을 선동한 언론, 인권을 유린한 검찰 및 야당 특검, 탄핵을 인용한 헌재 재판관들은 모두 오명(汚名)을 남겼고 ‘역사의 법정’에 서야 할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헌법 제84조(“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에 의거 각하되었어야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제 84조 전단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후단에서 형사상 문제가 있다면 퇴임 후에 처벌을 받으면 된다.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 훼손이 대통령 파면의 근거라는 헌재의 판단은 너무 추상적이다.

헌재는 당초 ‘4월 대통령 하야, 6월 대선’이라는 국가원로들의 중지(衆智)를 무시하고 6개월 재판기간 중 반만 사용하는 졸속 판결을 했다. 이에 따라 5월 초에 치러지는 대선은 대통령후보 검증이 시간상 불가능하다. 깜깜이 대선은 ‘정통성 없는 대통령’을 만들 것이며, 누가 당선되든 다시 불행한 대통령이 되는 역사를 되풀이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되기 이전부터 좌우익 이념 갈등이 뿌리 깊었다. 건국 과정에서 대구폭동, 제주4.3사건, 여순반란사건 등 남로당의 폭동이 1950년 한국전쟁 전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불행했던 좌우익 이념 전쟁의 현대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질곡(桎梏)의 역사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이름 하여 태극기와 촛불 간의 미증유(未曾有)의 이념전쟁이다. 태극기 세력은 ‘정권 찬탈 땐 내전’, 촛불 세력은 ‘탄핵 기각 땐 혁명’을 외친다. 이제 태극기와 촛불은 서로를 인정하고 불퇴전(不退轉)의 대립을 끝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표류를 막고 국민화합의 새 전환점을 만드는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87년 개헌 이후 직선제 대통령 중에서 대북정책에 가장 원칙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출범 초기 드레스덴 선언을 통하여 포용정책을 취했으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유화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개성공단 폐쇄, 금강산관광 중단, 통진당 해산,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민노총 약화 등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책무에 충실했다. 엄청난 타격을 받은 종북좌파 세력들은 최순실 사태를 기화로 촛불집회를 주도했고, 그 결과로 ‘리석기를 석방하라’, ‘사회주의가 답이다’, ‘우리의 희망은 북한이다’라는 반체제 구호가 광장을 가득 메운 것이다.
 
벌써 탄핵 반대 태극기 국민 중 2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더 이상의 인명 피해는 안 된다.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국민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군은 철통같은 안보태세를 확립해서 대통령 유고 시의 북의 오판을 막아야 한다. 검찰은 대통령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해야 한다. 대선에 영향을 미쳐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10월 경 15대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DJ비자금 의혹 사건’ 수사를 유보한 전례가 있다. 정치권도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정치 대연정’ 등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대선 전 개헌이 그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진보는 무능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진보는 개혁에 관심이 없고 정치 이슈에만 올인하기 때문이다. 진보 좌파 진영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개혁의 방안을 제시하기 어렵고 세상을 못 바꾼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혁이 실패한 것은 이념은 있었는데, 현실을 관리하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좌파 진영이 집권을 한다 해도 관료집단에 포위되어 무력화되고 타협으로 일관하게 된다.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 모든 윗자리를 낙하산 코드인사 했지만 하부 관료들과 유리되었으며 면종복배(面從腹背) 식의 아첨문화만 팽배했었다. 좌파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비판언론엔 재갈을 물리고 반개혁으로 몰아붙인다. 결국 개혁은 실종하고 ‘무능정권’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주류(主流)는 바뀔 수가 없다. 어느 시대든 현실을 개혁하는 것은 보수의 몫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보수세력에게 자유·인권·법치는 생명과 같다. 이것이 흔들리지 않는 한 파워 시프트는 일어나지 않는다. 비주류는 얼마 가지 않아 주류 쪽으로 복귀하고 만다.
 
북한은 지난해 9월 9일 5차 핵실험에 이어, 2월 12일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고, 3월 6일 탄도미사일 네 발을 발사했다. 뿐만 아니라 2월 13일엔 유엔이 금지한 신경가스 VX를 사용해 김정남 독살 사건을 일으켰다. 북한의 이 같은 ‘핵·미사일·화학무기’ 3종 세트 도발을 보고도 중국은 ‘경제적 선전포고’라 할 수 있는 사드(THAAD)보복을 계속하고 있다. 실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이 모든 것은 김대중·노무현 좌파 정권 10년 동안 ‘악의 축’ 정권을 현금으로 지원한 햇볕정책이 낳은 결과이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 정권은 다 포용정책을 썼지만 현금을 주진 않았다. 국가 간의 지원은 현물지원을 원칙으로 해야 된다. 과거 미국이 우리나라에 현금을 줘서 도왔던가? 지난 6일 밤 사드가 전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결단력이 돋보인다. 그런데 더민주당은 ‘알박이’ 등의 저속한 표현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명백한 주권침해”라며 한미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더민주당이 대한민국 정당이 맞는지, ‘중국 정부 대변인’은 아닌지 묻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의혹은 있으나 확증이 없는 상황이다(1998년 기자회견). 김정일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지키고 있다(2002년 인터뷰)”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북한의 주장은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2004년 연설)”고 했다. 햇볕론자들은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우파를 향해 “민족공조 반대하는 냉전주의자”라고 공격하면서도 자신들이 북의 기만 전략에 철저히 농락당해 ‘북핵 위기’를 만든 이적(利敵)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대북 제재는 분명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만약 야당이 집권한다면 햇볕정책이 되살아 날 것이며, 김정은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이는 영구분단과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자유 번영의 조국을 만드는 데 반 세기가 걸렸지만, 허무는 데는 5년이면 충분하다. 정권교체 보다 더 중요한 명제가 안보를 지키는 것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대북 전략이 우려된다. 이들은 거의 햇볕정책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대북정책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특히 문재인은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갈 것인지, 사드배치를 철회할 것인지, 북핵의 돈줄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것인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에 대해 또다시 북에 물어볼 것인지, 북 정권 교체·전술핵 재배치·선제타격 등 미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거부할 것인지, 전시작전권 이양시기를 앞당길 것인지, 남북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할 것인지, 주한미군 철수·국가보안법 폐지·국정원 해체를 밀어붙일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아울러 ‘대북송금 등 북한 핵 개발 자금 지원 책임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실시해 안보 우려를 불식할 용의가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냥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국민이 그것을 용납해서는 안 되고, 햇볕론자들의 기만전략에 농락당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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