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빈자리, 홍준표·김태호·이완구 ‘3각 편대’ 짠다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지위가 유지됨을 뜻함과 동시에 황 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희박해졌음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의 유고 상태에서 국정을 책임지는 황 대행이 국가수반 자리를 걷어차고 대선에 나서기에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자유한국당 내에선 황 대행의 빈자리를 메울 ‘3각 편대’로 홍준표 경남지사·김태호 전 경남지사·이완구 전 총리가 뜨고 있는 모양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親朴, 洪에 맞서 김태호 지사 출마 독려
- 이완구, ‘충청 대망론’ 불씨 살릴까


현재 자유한국당 대권주자들은 황교안 권한대행을 제외하면 지지율이 좀처럼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당에서는 이인제 전 경기지사, 원유철 의원, 김 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주자의 수는 충분하지만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10%가 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황 대행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 ‘공동책임자’로서 출마가 쉽지 않다. 출마를 강행한다 해도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여러 모로 황 대행의 대선 출마는 어렵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洪, 황교안 불출마 최대 수혜자 될 것

이에 한국당은 지난달 16일 ‘성완종 게이트’ 관련 2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이목이 집중됐던 홍준표 경남지사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자연스레 검찰의 기소와 함께 정지됐던 당원권 회복도 가시화됐다. 나아가 한국당은 황 대행에게 머물러 있는 잠재적인 지지표를 홍 지사 쪽으로 부드럽게 옮기려고 시도하는 양상이다.

홍 지사는 탄핵소추 사태를 막지 못한 친박 핵심들과 선을 긋고, 박 대통령 지지층은 포용하는 행보로 전체 보수층에서 이미지가 부정적이지 않다. 게다가 홍 지사는 황 대행에 이어 여권 내 지지율 2위 기록하고 있다.

그가 황 대행의 불출마로 인한 수혜를 받을 것임은 자명하다. 여기에 ‘보수의 저격수’로 불리는 홍 지사의 농도 짙은 발언이 탄핵 인용으로 울분에 가득 찬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이에 마땅한 대안 주자가 없는 한국당 전체가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얼마 전에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대선주자·경남 국회의원이 일제히 창원을 찾아 홍 지사와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홍 지사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엄용수(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역시 지난달 21일 KNN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여권에 유력 대선주자가 부족하지 않나”라며 “당 차원에서 홍 지사 당원권 회복을 추진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입장에서는 많은 대선 주자를 확보하는 게 좋다”고 홍 지사의 출마를 적극 독려했다.

개헌 촉구한 김태호, 출마 선언 임박?

한편 현직 경남지사가 뜨자 전직 경남지사도 최근 갑자기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민일보>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로부터 대선 출마를 강력히 권유받고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나온 뒤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김 지사의 언급을 추가하면서다.

김 전 지사 역시 자유한국당 안에서 대선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홍준표 경남지사와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친박(親朴)계를 중심으로 김 전 지사를 향한 출마 권유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대선에 출마할지 저 스스로도 모른다. 출마 선언하면 자기희생에 대한 각오도 어느 정도 해야 하고 모양새도 갖추어야 한다. 지금은 출마 여부에 대해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유보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의 최근 행보로 봤을 때 그가 대선 출마 결심을 어느 정도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그는 귀국 이후 하루에 1건 이상의 글을 올릴 정도로 ‘페북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명을 다한 정치 시스템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좋은 정치의 출발은 ‘헌법 개정’에서 시작한다”며 이번 대선의 키포인트인 ‘개헌’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PK 출신인 홍준표·김태호 두 전·현직 경남지사가 대선에 뛰어들 경우 이들의 정치경륜이나 노하우를 감안할 때 상당한 지지도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내에선 두 사람이 부산·울산·경남(PK)에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꺾이자 여권의 충청 잠룡 중 하나인 이완구 전 총리도 황 대행의 빈자리를 메워줄 유력 후보로 뜨고 있다. 한국당이 이 전 총리에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후 사그라든 ‘충청 대망론’의 불씨를 살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실제로 자유한국당 내에선 홍 지사뿐만 아니라 이 전 총리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풀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충청 민심이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이 불러온 민심이 대법원 선고로 회복될 수 있느냐 여부다. 또한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를 맡았던 지난 2015년 ‘충청 대망론’의 선두 주자였으나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휩싸여 재판을 받고 있다. 이후 그는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둬 왔다. 이는 당 내에서 이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이 약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친박계’이면서도 ‘이완구계’로 불렸던 이장우(대전 동구), 김태흠(보령 서천) 의원의 당내 입지가 약화 됐고, 원내대표 시절 원내 수석 부대표를 맡았던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야인으로, 당시 정책위 의장이었던 주호영 의원은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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