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자유한국당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탈당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된 이후 집단 탈당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당에 마땅한 ‘충청대망론’을 이끌 인물도 없는 데다 대통령 탄핵으로 당에 남을 명분도 사라졌다는 평이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낙마 후폭풍에 뒤늦게 바른정당 입당도 힘들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충청권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 제3지대에서 충청권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화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내우외환에 빠진 여당 충청권 의원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물 건너간 ‘충청 대망론’ 내우외환 분위기
- 반기문 불출마 선언 후 ‘구심점’ 찾기 분주


현재 자유한국당내 충청권 의원들은 총 13명의 현역의원이 있다. 대전의 경우 이은권(초선 대전 중구), 이장우(재선대전 동구), 정용기(재선 대전 대덕구) 의원 등 3명이다. 충남의 경우 김태흠(재선 충남 보령시서천군), 박찬우(초선 충남 천안시갑), 성일종(초선 충남 서산시태안군), 이명수(3선 충남 아산시갑), 정진석(4선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의원 등이 당에 남아 있다.

‘낙동강 오리알’된 潘 지지 의원 선택 임박

충북은 경대수(재선 충북 증평군진천군음성군), 권석창(초선 충북 제천시단양군), 박덕흠(재선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이종배(재선 충북 충주시), 정우택(4선 충북 청주시상당구) 의원 등이 있다. 이들 대다수가 친박성향이 강하다. 다만 충남 이명수 의원과 충북 경대수 의원이 비박계로 분류돼 향후 선도 탈당할 것으로 점져치고 있다.   

충청도 의원들의 탈당설에 휩싸여 있는 것은 한국당 내 충청권을 대표해 나설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 대권에 도전하는 인사중에서 이인제 최고위원이 충남 논산 출신이고, 안상수 의원이 지역구는 인천이지만 고향은 충남 태안으로 충청도 인사다. 하지만 두 인사로 반기문 전 총장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실제로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 명단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이 밖에 충북 청양 출신의 이완구 전 의원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충청권 후보로 거론되지만 ‘충청대망론’ 불씨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오히려 반 전 총장에 머물던 ‘충청대망론’이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로 이동하면서 안 지사가 주목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은 조기 대선 정국을 맞이해 충청권 중심의 지역정당 내지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에는 1500여명의 향우들이 모여 세 과시를 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유한열 충청향우회 총재는 “이제 충청도가 나설 때가 됐다”며 “1200만 충청인들이 구국의 정신으로 한데 힘을 모아 국가를 구하고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시켜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특히 유 총재는 “국가를 위한 충청인들의 헌신과 대동단결을 호소한다”며 충청권 인사들의 결집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정 전 이사장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에서 ‘입당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 이사장은 “대선을 겨냥해 전국을 뛰고 있는데, 같은 말투인 고향 사람을 만나니 마음이 편하고 힘이 난다”며 “쉽지 않은 길이지만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 충청 의원 반기문 ‘빈자리’ 정운찬으로?

정 이사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오갈 데 없는 한국당 충청권 의원들 역시 그의 구심점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 충청도 지역 출신의 한 인사는 “반 전 총장의 하차로 인해 구심점을 잃은 상황에서 중도층 지지를 얻지 못하면 대선 필패는 자명하다”며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 일부 충청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탈당해 반 전 총장의 빈자리를 정 전 총리와 함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현재처럼 영호남 패권주의에 물려 맥을 못추는 분위기를 타파해 반전의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한국당 내 충청도 의원들이 탈당해 정치세력화를 꾀할 경우 바른정당에 입당보다는 제3지대에 머물러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충청권 의원 중 유일하게 탈당해 바른 정당으로 간 인사는 홍문표 의원 한 명이다. 홍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정운찬 이사장에 대해 바른정당 입당 가능성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의 바른정당 입당은 ‘반기문’이라는 대권 상품성이 존재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반 전 총장이 하차한 이상 바른정당 입당은 시기적으로 늦었고 정치적 실리도 없다고 보고 있다.

한편 충청권 의원들의 집단 탈당설 배경에는 박 대통령 탄핵뿐만 아니라 한국당 내 정치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됐지만 결정이 나기전 여당은 친박 강성파와 온건파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다. 특히 탄핵 심판일을 앞두고 친박 강경파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해소추를 기각 또는 각하시켜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3월7일 제출했다.

여기에 한국당 의원 58명이 참석했고 나머지 36명은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자 친박 강경파에서는 아예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나섰고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정우택 원내대표는 난색을 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특정 결론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탄핵심판에 절대 승복한다는 게 원칙”이라면서 친박 강경파의 요구를 일축했다.

친박 매파 vs 비둘기파
‘박탄핵’ 갈등 탈당 전조


한국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목소리가 갈리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충청권 의원과 비박계 의원이 주도적으로 친박 강경파와 각을 세우고 있어 박 대통령이 탄핵이 될 경우 집단 탈당설이 제기됐다. 결국 3월 10일 박 대통령이 헌재로부터 만장일치로 탄핵이 인용된 이상 충청권 출신의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될 공산이 높아져 재차 한국당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더 좁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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