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3월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인용됐다. ‘자연인’으로 돌아온 박 대통령 앞은 가시밭길 투성이다. 역대 대통령중 첫 탄핵 사례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검찰수사도 앞두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도 거의 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되는 데 최대 공신으로 남는다는 점도 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탄핵인용 직후 ‘침묵’하고 있다. 헌재 판결 인정 여부뿐만 아니라 대국민발표문도 내놓지 않았다. 정치적 위기국면마다 ‘정면돌파’를 해온 박 전 대통령이다. 그의 선택지를 따라가 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침묵 시위’로 맞서는 朴, 압박하는 檢
- ‘野-野’ 구도짜는 범야권, ‘결집’하는 보수


朴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은 일절 헌재의 파면결정에 함구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측에서는 “삼성동 상황 때문에 오늘(10일) 이동하지 못하고 관저에 남는다”며 “입장이나 메시지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당분간 침묵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반응만 내놓았다

헌재가 7:1이나 6:2가 아닌 8:0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한 상황에서 입장을 발표하기가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의 침묵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자칫 ‘억울하다’는 불복 입장을 보일 경우 헌재 권위에 맞서는 것으로 비춰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침묵 시위’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야-야 구도 정권 교체 후폭풍 최악의 시나리오

당장 보수세력의 헌재 결정에 대한 반발로 항위시위 중 사망 사건이 터지는 등 ‘구심점 잃은’ 보수세력을 추슬러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정치적 위기 때마다 ‘정면돌파’를 해왔던 승부사적 기질 상 태극기 세력의 공권력과 충돌로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지기 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침묵이 오래가지 않을 이유는 또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의 인용 결정으로 5월 초 조기대선이 치러진다. 박 전 대통령 본인 때문에 개최되는 조기 대선에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세론’에 힙입어 여야 후보를 총망라해 독주하고 있다. 그 뒤를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10%대의 지지율로 추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경선후보 선출을 위해 3주 동안 1차 선거인단을 모집해 163만 명이 몰렸다. 앞으로 일주일간 더 모집에 들어갈 경우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7일 호남권 순회투표를 시작해 충청, 영남 수도권을 거쳐 4월3일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1위가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하면 1~2후보간에 결선 투표를 거쳐 4월5일 최종후보가 결정된다.

비록 15%대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 후보 다음으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통령이 탄핵된 이상 후보군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황 대행총리는 조기대선일까지 정부와 선거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조기 대선은 자칫하면 범야권 후보 간 대결로 치달을 수 있고 보수진영의 후보는 발을 디딜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야야구도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단순히 자택에 칩거하면서 침묵 시위를 벌이기에는 정권교체 후폭풍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측근, 참모 대다수가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에 친박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보수 후보가 정해지면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가만히 있지 않을 이유는 또 있다. 현직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상 불소추특권이 사라져 검찰수사도 받아야 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기존에 하지 못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할 수 있게 됐다. 특검팀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계좌를 압수수색해 금융거래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이 밖에도 특검팀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의 차명 휴대전화를 확인해 2016년 4월18~10월26일 국내외에서 총 573회 통화했다는 수사 결과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 명의의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조회 영장을 집행해 최 씨의 국정농단 사실이 더 밝혀질 수도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또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는 또 다른 배경이다.

검찰수사, 대통령 예우 ‘박탈’ 후폭풍

한편 박 전 대통령은 파면당한 이상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 대우만 받을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경호.경비를 제외한 특권을 박탈당하게 됐다. 연간 보수의 95%인 월 1200만 원 수준의 연금,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에 대한 임금, 국·공립 병원의 무료 의료, 사무실 유지비 혜택 등도 받을 수 없다. 또 국립현충원에도 안장되지 못한다.

경호의 경우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할 경우 경호 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필요하면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경호 인력은 전직 대통령 내외를 기준으로 통상 25명 안팎이 배치된다. 그러나 미혼인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명 내외로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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