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술핵 재배치’ 얘기하니 韓 ‘확장억제력 강화’로 화답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6일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주일미군 기지 타격 훈련이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사실상 미국을 향한 선전포고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국방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 오바마 정부에서 축소됐던 국방비도 증액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를 전쟁 가능 지역으로 보는 코리아시나리오도 공식회의 석상에서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틀 전인 4일에는 백악관 국가안보 팀회의에서 대북 옵션을 논의하던 중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방법도 거론됐다고도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이 6일 발사한 미사일은 주일미군 기지 타격 훈련용
북핵 문제 주도권 잡기 위한 절호의 타이밍 ‘핵은 핵으로 막자’


미국 정부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관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미국과 우리나라 정부나 국방부 사이에 진행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지난 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이 미국 언론의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미국 언론에서 보도한 것일 뿐, 미국이 우리 정부와 무슨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미국과 한국 양 정부가 공식적인 논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식적인 논의를 하지만 않았을 뿐 양 정부가 전술핵무기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절묘한 타이밍에 나온
황교안의 ‘확장억제력’ 발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행은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또 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중대한 도발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조속히 완료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 대행은 “정부는 미국과 안보리 이사국, 우방국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 등 대북 제재조치가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 주기 바란다”며 “대북 억제력 제고를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실효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행의 발언 중 ‘확장억제력’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확장억제’는 미국의 동맹이나 우방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보복한다는 핵전략 개념이다. ‘핵우산’과 유사한 의미로 미국의 한국 방위공약 중 하나다.

미국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검토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 황 대행의 입에서 ‘확장억제력 강화’라는 말이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에는 타이밍이 절묘하다. 일각에서는 한·미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해 나간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정도로 보기도 하지만 주목할 필요는 있다.  

전술핵 재배치 반대 이유
북한 핵보유국 인정 문제 때문?


재미있는 점은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관련 정부와 국방부의 말이 조금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했던 한민구 국방장관은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술핵 재배치는 현재 우리 정부가 한미 맞춤형 억제 전략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며 “그리고 비핵화라는 정부정책을 견지하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어 ‘전술핵 배치가 현실화 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꼴’이라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지금까지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해왔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던 황교안 권한대행은 “이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실제적이고 임박한 위협”이라며 “김정남 암살사건에서 보인 북한 정권의 잔학상과 무모함으로 볼 때 북한 정권의 손에 핵무기가 쥐어졌을 때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끔찍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사실상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인정한 발언을 했다. 

황 대행이 북한이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보유국으로 인정한 만큼 언제든지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논의나 실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할 수는 부분이다.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
주도권 잡기 위해 ‘핵무장하자’


북한이 핵보유국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사실 정치적인 문제다. 해외 여러 나라들은 이미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지 오래다. 

우리 정부도 공식적인 발언만 하지 않았을 뿐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이 핵탄두를 10개 정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방부가 지난 1월 11일 발간한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수차례 폐연료봉 재처리 과정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50㎏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도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기술했다. 50kg의 플루토늄은 핵탄두 약 1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평가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정치인 중에는 한국형 핵 무장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다. 원 의원은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 대응 위한 전술핵 재배치와 한국형 핵무장의 필요성’이라는 긴급토론회를 열어 “사드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북핵 미사일 도발 억제를 위해서는 핵으로 핵을 억제하는 한국형 핵 무장만이 근본 해법이다”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국무회의를 거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는 등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지금의 국제정세가 한국이 전략핵 재배치는 물론 자위권 차원의 한국형 핵무장을 주장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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