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시선 잡기 위한 그들의 ‘리그’ 시작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번의 합동토론회를 끝마쳤다. 토론회를 앞두고 개최 시기, 토론 횟수 등을 둘러싸고 후보 간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결국은 토론회를 시작했다. 당초 이재명 시장 등은 문재인 후보에게 빨리 토론회의 응할 것을 주문했다.

문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 여부가 결정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신중론을 내세워 최대한 토론 시기를 늦춰왔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문 후보가 토론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네 명의 후보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지난 3일과 6일 두 차례 진행하며 당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했다. 일요서울은 토론회 주요 쟁점 중 연정론에 대한 후보들 간 의견과 토론회 뒷이야기를 살펴봤다.
 
문재인 “적폐 청산·새 대한민국 건설 위해 대개혁 원칙 포기할 수 없다”
안희정 “대연정과 선의 발언은 새로운 정치의 소신을 말한 것”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간 진행된 지난 3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토론회는 몸풀기 성격이 강했다.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후보들 간 색깔 즉 개성 알리기에 주력한 인상이다. 개헌, 일자리 정책 등 다양한 주제의 토론이 진행됐지만 누구 하나 낙제점을 받을 사람이 없을 만큼 토론회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6일 진행된 오마이TV 주관 토론회는 분위기가 달랐다. 일자리, 대기업 감세, 대연정, 국정원-검찰개혁, 사드 설치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후보들 간 설전으로 토론시간을 넘길 정도로 분위기는 뜨거웠다.
 
문재인·이재명·최성
개혁 세력과 대연정은 가능

 
토론회에서 후보들 간 설전이 뜨거웠던 주제는 연정론이었다. 1차 토론회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2차 토론회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연정론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예비후보 4인 모두는 개혁적 야권세력과 연대, 공동정부 수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표시했다. 하지만 소위 대연정으로 불리는 자유한국당과의 연정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날 이재명 성남시장과 최성 고양시장은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해 ‘적폐청산 대상과 연정을 추진하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문 전 대표도 ‘과거 반성 없이 자유한국당과 연정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안 지사는 여소야대 현실론을 들어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대연정론을 재차 주장했다.

이 시장은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함께 힘을 합해 야권연합정부를 만들어야 제대로 된 국정개혁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며 “반드시 야권연합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촛불민심이 참여하는 촛불 대연정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과 손을 잡겠다는 분도 있다. 우리가 저들 발목잡기를 피하기 위해 온몸을 내줄 순 없다”고 안 지사를 비판했다. 아울러 “기득권 대연정을 하겠다는 분도 있다. 주변이 기득권으로 둘러싸여 있다"며 대규모 특보단을 꾸린 문 전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최 시장도 “촛불민심에서 나타난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국정농단 세력과 야합적 연정이 아니라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개혁적 야3당 공동정부 수립이 중요하다”면서 안 지사를 비판했다.

문 전 대표도 “적폐 청산에 동의하는 함께할 수 있는 야권세력과는 힘을 모아갈 것이다. 지금 야권 세력과는 연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달리하는 정당들과도 끊임없이 대화, 타협하는 정치를 해나가겠다.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상설화하겠다”면서도 “그 타협 때문에 우리가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사회 대개혁이라는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고 안 지사의 대연정론을 꼬집었다.

그는 “자유한국당도 탄핵이 인용되면 받아들이고 통렬한 반성과 함께 국민들께 사죄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이 그 이후에도 지금 같은 태도를 계속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아서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희정 “협치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자는 것”

 
대연정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문 전 대표, 이 시장, 최 시장이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이 시장의 경우 문 전 대표를 향해 기득권 대연정을 하려는 사람으로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안희정 지사는 경쟁 후보들의 비판에 대해 “의회정치를 통해 가장 강력한 다수파와 새로운 대통령이 협치를 통해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 대연정 제안의 본질”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좋아서 그러는 것(대연정 주장)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이 국면에서 어떤 법 하나 통과 못 시키고 있다. 이 의회와 3년을 더 가야한다”고 대연정의 당위를 강조했다.

안 지사는 “자유한국당과 연정을 꾸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의회와 협치 정신이야말로 개혁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고 거듭 주장했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지만 안 지사의 주장은 탄핵정국과 맞물려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게다가 직전까지 안 지사는 ‘선한 의지’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던 상황이었다. 그 결과 상승일로를 달리던 지지세가 주춤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안 지사의 우클릭 행보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인 사람들이 많다. 계속되는 구설로 잘못된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안 지사는 9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한 의지 및 자유한국당과의 연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분명한 오해다. 우클릭이 아니다. 대연정과 선의 발언은 새로운 정치의 소신을 말한 것이지, 국정농단을 덮자거나 우클릭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시각 걷어낸 문재인
토론회 반짝 스타 최성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논란은 금세 사그라질 분위기는 아니다. 앞으로 남은 10여 차례의 토론회에서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다. 하지만 현실정치를 위한 대연정론은 그의 신념인 만큼 안 지사가 자신의 말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당초 문 후보가 경쟁후보들의 토론 제안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토론능력이 떨어져서 그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1~2차 토론회를 거치면서 오히려 ‘괜찮았다’는 평이 많았다. 문 후보 캠프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의식해 오히려 토론회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는 후문도 있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최성 고양시장은 토론회 최대 수혜자로 불린다. 이름도 잘 알지 못할 정도로 지명도가 낮았는데 토론회를 통해 ‘새로운 사이다’ 등의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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