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너 마저…’ “더 이상 애국보수 편 아냐” 성토

<정대웅 기자>
‘태극기’ 측 “조선 등, 최순실 게이트 사기극에 앞장섰다”
종편 재승인 심사 ‘TV조선’ 탈락說도…현실 가능성은 낮아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종편’이 위기감에 몰리는 모습이다. 특히 보수 언론의 상징 ‘조선’은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다. 조선일보사와 조선일보가 소유한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진보 진영은 물론 보수 진영에서조차 공격받고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보수 언론과 종편을 대통령 탄핵 핵심 주범으로 꼽으며 ‘배신’까지 운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1개 채널이 탈락했는데, 그 당사자가 ‘TV조선’이란 설이 파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까지 종편의 과도한 ‘편파성’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그간 보수언론과 보수정당 간 ‘한 식구’ 라는 관계가 지속돼 온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얘기도 나온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종편에 대한 비난과 원망 수위는 상당히 높다. 이들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을 언론, 특히 종편으로 꼽는다.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의 정광용 대변인은 “이 사태의 주범은 JTBC의 태블릿 조작 보도, TV조선 기자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등이 이번 게이트 사기극을 연출한 데서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 팬카페인 ‘박사모’ 회원들도 종편에 대해 대대적으로 성토하고 나섰다. 박사모의 한 누리꾼은 “Jtbc나 다른 언론들이 설쳐도 조선일보와 TV조선만 중심을 잡아줬으면 이 사태를 해쳐나갈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 최대 언론사인 조선일보가 애국보수의 편이 아닌 다른 편에 섰다”고 성토했다.
 
‘종편 보이콧’에 나선 이도 있었다. 다른 누리꾼은 “지금은 절대로 종편을 보지 않고, 조선, 중앙(일보) 다 구독 정지시켰다”며 “거짓된 정보와 편파적인 기사로 17년 독자를 세뇌시키려 한 것에 대해 (앞으로) 철저한 안티가 되겠다”고 했다.
 
최근 종편 재승인 심사
종편 3사 ‘긴장’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 심사는 종편들을 더욱 긴장시켰다. 방통위는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종편 재승인 심사위를 구성해 심사를 진행했고, 현재 발표만 남은 상황이다.
 
이번 재승인 심사는 2014년에 이은 두 번째 심사로, 승인 시점이 다른 MBN을 제외한 TV조선·채널A·JTBC 등 3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심사는 심사위원장을 제외한 12명의 위원이 책정한 점수의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평가점수 1000점 중 650점에 미달되거나 핵심 항목에서 50%이상 득점하지 못할 경우 탈락된다.
 
위원들의 심사 총평 결과, 성적이 좋은 종편과 그렇지 않은 종편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성적이 좋은 종편은 JTBC, 그렇지 않은 종편은 TV조선이나 채널A가 거론된다. 이 중에서도 재승인 탈락 위기에 놓인 종편은 TV조선이란 설이 파다하다.
 
TV조선의 보도 비중 50% 이상, 편파 방송 심화, 협찬성 기사 및 과도한 협찬 요청 등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알려진다. 방통위 기준에 따르면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42%를 넘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TV조선의 보도프로그램 비율은 44.4%로 나타났다.
 
TV조선 측은 당초 채널A랑 엇비슷한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와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TV조선 측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매체 취재진들이 국회를 돌며 재승인 관련 로비를 벌인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뉴시스>
   보수 정당도 비판 가세
‘조선’이 공격받는 까닭

 
12개 언론 단체가 연대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 7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해당 종편이 기자들을 앞세워 국회를 돌며 재승인 관련 로비를 벌인다는 말도 파다하게 퍼졌다”고 주장했다.
 
보수 입장을 대변했던 종편이지만 최근에는 보수 정당으로부터도 비판받는 상태에 놓였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종편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국민의 의혹이 제기됐다”며 “통계를 봐도 방송심의 위반 건수나 선거방송심의 위반 건수가 지상파의 3.5∼5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명박 정권 때 종편을 허가했던 여당 의원이 종편을 ‘믿을 수 없는 방송’이라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편은 오보·막말·편파방송 등 공적 책임 및 공정성 평가에 대한 심의조치를 매년 수십 건씩 받는다. 특히 TV조선은 지난해만 161건의 심의제재를 받았다. 경쟁사인 채널A 74건, JTBC 29건, MBN 27건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TV조선은 2013년 29건, 2014년 95건, 2015년 127건 등 매년 심의제재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시사교양으로 포장한 신변잡기와 정치잡담으로 시간을 때워 드라마, 오락, 뉴스, 다큐, 시사교양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울러야 할 ‘종합편성’을 무색케 했고, 전매특허인 막말·편파방송은 날이 갈수록 거세졌다”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에서 비판받던 종편이 이제는 ‘같은 진영’에서조차 공격을 받자 그 사연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종편이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로 연일 청와대를 몰아세우면서 대통령 지지 세력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수 언론의 상징 조선일보가 최순실 사태에 대한 비판에 최선봉에 서며, ‘좌향좌’ 행태를 보이자 지지자들이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수단체와 연령대가 높은 구독자들은 ‘조선 절독 운동’까지 벌였다. 조선일보 측은 이에 위기감을 느껴 절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재구독을 권유하는 등 ‘사고 수습’에 매달렸다.
 
한편, TV조선이 종편 재승인 심사에 탈락했다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실제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은 낮다. 평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재승인 거부’뿐 아니라 ‘재승인 기간 단축을 포함한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승인을 하되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 TV조선 등은 당분간 보도 비중이나 편파 방송, 협찬 등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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