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상납금 2800만 원 챙기고 여성 비하 발언 일삼아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창사 이후 60년간 결혼한 여직원에게 부당하게 퇴직을 강요했던 대구지역 주류업체 금복주가 연이어 하청업체에 대한 상납금 강요, 성희롱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금복주 측은 이를 은폐, 축소할 뿐 아니라 하청업체에게 막말과 폭언까지 해 지탄을 받는 가운데 논란에 대해 밝힌 입장도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전국 65개 단체는 금복주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고 경찰은 금복주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하청업체 100여 곳에 대한 자료 분석과 100여 명을 상대로 조사 중이다.
 
 
“임자 외국 손님들한테 대접할 우리 술을 다시 만들어 보지 그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주시의 관광자원화에 고심하던 중 했던 말이다. 이후 향토 술 경주법주가 만들어졌다. 1972년 9월에 설립한 경주법주는 금복주의 계열사다.

이후 금복주는 경주법주, 안동소주, 참소주로 대구에서 명성을 떨치면서 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향토기업으로 성장할 정도로 승승장구한다.

금복주 창업주는 김홍식 전 회장으로 ㈜금복주와 ㈜경주법주를 창업한 대구·경상북도 지역의 대표 기업가다. 그는 서울 경성공업학교를 졸업, 상주군청의 공무원, 주정회사 직원 등을 하다가 1957년 대구에서 ㈜금복주를 창업했다. 이후 ㈜경주법주를 통해 금복주를 경상도 지역을 대표하는 주류 브랜드로 키웠다. 하지만 2008년 9월 숙환으로 김 전 회장이 별세한다. 이후 장남인 김동구 금복홀딩스 회장이 회사 경영을 승계한 이후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직원 결혼하자 퇴사 종용
 
먼저 2016년 3월 13일 결혼한 여직원을 압박해 퇴사를 종용했다는 고소장이 노동부에 접수돼 조사를 받았다. 당시 회사로부터 퇴사를 종용받은 기혼 여직원의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표적인 갑질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언론 보도 이후 지난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금복주의 여성 직원 A씨가 진정한 사건을 조사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해당 업체의 성차별 관행이 지속된 전횡을 확보하고 직권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업체는 지난 1957년 창사 이후 2016년까지 약 60년 동안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퇴사시키는 관행을 유지했다. 또한 퇴사를 거부하는 여성에게는 근무 환경을 어렵게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처를 통해 퇴사를 강요 또는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여직원 A씨는 결혼사실을 팀장에게 알렸다가 퇴사 압력을 받았고 이를 거부하자 디자이너인데도 판촉부로 발령을 내 결국 회사를 떠나게 했다.

이에 인권위는 금복주에 시정을 권고했으며, 금복주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거짓이 되고 말았다.
 
폭언과 욕설도 서슴지 않아
 
금복주는 결혼한 여직원에 대한 성차별로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하청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상납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MBC의 한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는 금복주의 판촉과 홍보를 대행하는 하청업체가 금복주로부터 받은 그동안의 억압과 강요, 폭언과 상납에 대해 억울함을 드러냈다.

A하청업체 대표 한모씨는 금복주 본사 간부였던 전 홍보팀장 송모(46)씨에게 2013년부터 3년간 명절 떡값의 명목으로 노골적인 상납 압박을 받아 왔다고 폭로했다.

한 씨는 “송 씨가 ‘10년 동안 인사 한번 제대로 한 적 없지 않느냐’며 무언가를 요구해 회식비 정도의 지원인 줄 알고 말했더니 ‘세상 물정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5만 원권 현금으로 4일 이내에 300만 원을 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설과 추석에 각각 500만 원으로 금액이 높아졌으며, 다음해엔 아예 금복주로부터 수주 받은 매출액의 5%를 실제 계약이 이뤄지기도 전에 선납하라는 횡포까지 벌였다고 한 씨는 주장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송 씨는 한 씨에게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되지. 1년 거래 더 할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줬잖아. 왜 대답이 없어? 너는 고맙다고 눈물을 흘려도 모자랄 판국에”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열심히 일했는데 상납비를 수용 못하면 잘리는 것이냐고 항의하는 한 씨에게 “금액 못 맞춰 낼 것 같으면 못 하는 거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또한 “자꾸 그런 소리 하고 앙탈부리고 그럼 안 된다. 제발 뭐가 똥인지 된장인지 알고 덤벼. XX야”라는 말을 해 충격을 더했다.

한 씨는 때마다 수백만 원씩 상납하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꿔버리겠다는 협박을 듣는가 하면 ‘여자라서 눈치가 없다’ ‘하청업체 주제에 X랄한다’등 성희롱 발언과 폭언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감사팀은 오히려 계약 해지 통보서를
 
3년간 시달림을 받으며 2800만 원을 상납했다는 한 씨는 지난해 말 금복주 감사팀에 이를 폭로했다. 감사 담당자는 한 씨 외에도 여러 하청업체에 상납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계약 해지 통보서만 날아왔다.

이에 한 씨는 올 1월 17일 대구경찰청에 ‘금복주 간부가 3년간 2800만 원을 상납받고도 거래를 끊었다’며 부사장 등 간부 2명을 고소했다. 이에 대해 금복주 측은 “상납 문제는 개인비리고, 거래를 끊은 것은 회사에서 이 업체에 지급한 교육비와 아르바이트생 행사비가 제대로 정산되지 않아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줄 우려가 커서 거래를 중단했다”고 허위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구여성회가 금복주 측에서 제출한 A업체 아르바이트생 행사비 지급 명세서를 기준으로 A업체 아르바이트생에게 사실 확인을 한 결과 금복주의 주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복주 측은 A업체가 경력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에게 차등 지급한 비용 중 최저 비용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여성단체 측은 “인력이 모자라거나 경력이 많은 경우 A업체는 금복주 지급액보다 더 주는 경우도 있었다”며 “교육비도 모두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한 씨도 “금복주 감사실 직원에게 ‘아르바이트생 행사비가 경력과 인원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얘기했는데도, ‘행사비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래가 끊겨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한 금복주 측은 자체 조사 결과 상납문제는 팀장 한 명의 개인 비리에 불과한 걸로 확인됐다며 송 씨를 사직 처리했지만 이 또한 거짓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송 씨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형사 고소를 당하고 1월 24일 사표를 낸 송 씨는 “대표이사 부사장 박모(62)씨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내가 죄인”이라면서도 “처벌은 달게 받겠지만, 나 또한 피해자”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송 씨의 주장은 이렇다.

2011년 부임한 박 씨는 2013년 가을께 송 씨를 불렀다. 10년간 금복주와 거래한 홍보판촉 대행업체 대표 한 씨에게 인사 명목으로 300만 원을 받아 오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1월에는 설과 추석 명절 떡값 명목으로 500만 원씩 받으라고 지시했고, 그해 연말에는 500만 원을 더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

송 씨는 “업체 연 매출이 3억 원에 가까웠고, 박 씨는 매출의 5% 상납을 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명절마다 업체에서 500만 원씩 받거나 업체가 거절할 경우 자신의 상여금으로 마련한 500만 원을 보태 연간 1500만 원의 상납금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송 씨는 “상납 때마다 심부름 값으로 100만 원을 받았다. 이 또한 잘못됐다”면서도 “사건의 몸통인 박 씨가 문제가 불거지자 나에게 모두 뒤집어쓸 것을 강요했다. 금복주 2인 자의 요구를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10월.

금복주는 홍보 도우미 인건비 정산 문제 등을 내세워 한 씨 업체와 거래를 끊었고, 화가 난 한 씨가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서 박 씨가 2500만 원, 송 씨가 300만 원을 마련해 상납 받은 2800만 원을 작년 11월 11일 한 씨에게 돌려줬다.

송 씨는 “박 씨가 나 혼자만의 범행으로 안고 가라고 했다. 대표이사가 연루되면 금복주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이 온다는 게 이유였다”고 털어놨다.

한 씨는 “송 씨가 상납 비리를 함구하는 조건으로 피해보상금 5000만 원까지 제시했지만, 박 씨가 사과 한 마디 없이 송 씨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에 화가나 형사고소했다”고 강조했다.

금복주 관계자는 “직원의 개인적인 비리가 감사 결과 적발돼 해고 조치했다”며 “예전부터 그렇고 지금까지 회사 차원에서 업주들에게 상납금을 요구한 일은 일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언론 등에서 너무 회사와 연관해서 보도하고 있는 부분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 A업체와 거래를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상황의 전후 관계가 잘못됐다”며 “우리가 제공한 아르바이트비를 A업체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거래를 중단했고 이후에 명절상납금 논란이 불거졌다”고 해명했다.

또 “아르바이트 급여 지급에 대해서는 A업체가 아르바이트생들의 경력 등에 따라 차등지급을 했는데 그것과 관련해 서로 오해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 성서경찰서는 지난 10일 하청업체에 상습적으로 금품을 뜯은 혐의(공갈)로 박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인력 공급업체, 쌀 도정 업체 등 2개 밑도급업체로부터 2억1000여만 원을 뜯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박 씨 범행에 일부 가담한 송 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금복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금복주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홍보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만뒀다고 밝힌 이모씨는 “같이 일하는 애들한테 보면 가슴이 크니, 몸매가 좋니, 이런 이야기를 하시고 대놓고 그렇게 얘기하시니까”라고 고백했다.

또한, “여름 유니폼이 단추가 이렇게 있는 유니폼인데 ‘단추를 하나 더 풀어서 손님들한테 보이면 (홍보가) 더 잘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금복주 아르바이트생 유모씨도 “술을 병뚜껑을 따는 것까지만 하면 된다고 교육을 받았는데 (금복주) 담당 직원분들은 항상 ‘이걸 따라줘라 여자가 그걸 따라줘야지 더 기분 좋게 마시지 그러려고 여자를 쓰는 것’이라면서 ‘애교부리라’면서 그런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
 
이렇듯 결혼 여직원 퇴사 강요에 이어 상납금 강요 그리고 성희롱 및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수사 대상이 된 금복주는 ‘성평등 걸림돌’에 뽑히는 불명예도 안았다.

대구여성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9일 대구 달서구 금복주 본사 앞에서 성평등 걸림돌상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직위원회는 “결혼한 여성에게 퇴직을 강요한 금복주는 성차별 기업의 표상이다”며 “인사규정에 여성노동자 차별 항목까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홍보대행사 아르바이트생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일삼는 등 성차별 문화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금복주에 성평등 걸림돌상을 수여해 말로만 하는 성평등 기업이 아니라 진심으로 노력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구경실련과 대구여성회, 부산여성회, 제주여성인권연대 등 전국의 65개 시민사회단체가 ‘금복주불매운동본부’를 구성해 금복주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결혼 퇴직 강요와 상납 비리를 일삼는 금복주를 시민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며 “지역 대표기업으로서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불매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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