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고 깨끗한 민선 대통령 쫓아내기? 대한민국 국민이냐”

<정대웅 기자>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압도적 분노 ‘분출’
“최순실 등 재판 진행되면 ‘실체’ 밝혀질 것”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헌법재판소가 의외의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 10일 오전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쉬이 예상할 수 없는 결과였기에 이에 대한 후폭풍도 상당하다. 헌재 주변에서 ‘탄핵 기각’을 외친 사람들은 헌재가 11시 20분쯤 인용을 결정하자 “헌재로 돌격”을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고, 집회 일대는 눈물바다가 됐다. 대리인단 측 서석구 변호사는 헌재 결정 이후 “언론이 탄핵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했고,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인격살인, 인민재판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 현실로 나타남에 따라 향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견이 없었다. ‘8인 재판관 체제’는 전원 일치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탄핵 찬반 세력이 극한 대립을 벌이는 만큼, ‘의견 통일’은 향후 발생할 국론 분열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한다. 그러나 ‘소수 의견’이 없는 결정은 한쪽에 재갈을 물리거나 반대 여론 동력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8-0의 스코어가 이 결정의 정당성을 보증하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의 행위가 5년 단임제라는 거의 신성불가침의 민주주의 대원칙을 훼손시킬 정도의 중대한 범죄였는가에 대하여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쁨의 눈물?
분노의 눈물!

 
이날 탄핵 인용 결정으로 90여 일간 탄핵 찬반을 외치던 세력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탄핵 찬성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헌재가 탄핵을 선고하자 헌재 주변 거리에서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탄핵 기각을 주장하던 집회에서는 고성과 탄식이 연이어 터져 나왔고, 분노가 들끓었다. 탄핵 결정을 지켜보던 집회 참가자들은 인용 소식이 알려지자 충격에 빠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오열하며 길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정광용 대변인은 “헌재 재판관 8명이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고 불의와 거짓의 선을 들었다”고 외치며 “박 대통령은 잠시 죽었지만 영원히 살 수 있는 예수님의 길을 선택했다. 우리는 살아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부르짖었다. 사람들은 “이게 말이 되냐” “결국 빨갱이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말도 안 된다” “헌재로 가자” 등 고성을 질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더니 결국 사고도 터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4분쯤 안국역 주변에서 김모(72)씨가 머리를 다친 상태로 발견돼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김 씨는 경찰 소음관리 차량 위에 설치돼 있던 스피커를 맞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슷한 시각 안국역 인근에서 김모(60)씨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한 50대 남성은 경찰버스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었으며, 현장에서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병원에 옮겨진 남성 2명도 상태가 위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기국 집회 무대에서는 한 남성이 할복을 시도하다가 저지당하는 일도 있었다. 탄기국에 따르면 이날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탄기국 측은 “오늘(10일) 경찰 차벽을 뚫다가 8명이 다쳤다”며 “2명은 사망했고 1명도 사망 직전이다. 나머지 5명도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중태”라고 밝혔다.
 
국민저항권 발동 예고
“황 대행, 계엄령 선포하라”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했다. 탄기국 정 대변인은 탄핵 선고 이후 집회 연단에 올라 “결국 고영태가 이겼다. 헌재 재판관들은 불의와 거짓의 손을 들어줬다”며 “이정미 소장의 판결문에는 고영태가 단 한 줄도 언급돼 있지 않다. 대한민국이 작전 세력에 넘어가서 이 날로 대한민국의 정의와 진실은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대변인은 “지금 대통령께서는 청와대 문을 나오셔야 하고 곧바로 자택으로 돌아가십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고, 우리는 국민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끝까지 싸우시려면 자해하거나 폭력 쓰지 말라.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이기는 길이다. 저 역시 할복 생각했고, 분신을 생각했지만 싸우기 위해서는 살아있어야 한다. 극단적 선택을 하지 말라. 우리가 사라지면 이 나라는 무너진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계엄령 선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겨우 1차전에서 졌을 뿐이다. 황 총리에게 권한다. 지금 즉시 계엄령을 선포해 국회 전원을 체포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반역 세력들의 도전”
제2의 건국 행군 시작

 
대통령 대리인단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제2의 건국을 향해 행군 시작’이라는 호소문을 통해 “이번 탄핵은 단순히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의 국시(國是)를 바꾸려는 반역 세력들의 도전”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검찰과 특검이 조사했다는 최순실의 비리와 부정, 언론이 말하는 ‘국정농단’이 아무런 실체가 없는 소설이라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최순실의 혐의와 관련된 판단이 내려지지 않고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올바른 결정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 고의 없는 인간의 개인적 실수, 허물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2012년 선거에 의해 적법하게 선출한 완벽한 민선 대통령이다. 이렇게 완벽하고 깨끗한 대통령을 쫓아내고, 생명까지 빼앗으려는 사람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이냐”고 되물었다.
 
서석구 변호사도 헌재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8:0이라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을 선고했지만 대한민국이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라며 “결과적으로 촛불집회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 판결에 국민들은 그렇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과 같은 그런 단체들이 주도하는 촛불집회가 얼마나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너무 너무 참담하다. 대한민국은 망한다”라고 했다.
 
선거의 여왕→인생 최대 위기
“재판서 억울함 밝혀질 것” 

 
탄핵심판이 인용되면서 박 전 대통령은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그의 정치 인생은 화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첫 타이틀’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은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지난 13대 대선 이후 역대 처음으로 50% 이상의 득표율을 받아 당선되는 영광도 안았다.
 
당이 어려울 때 구원투수로 등판해 수차례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겹치며 당시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지자 2004년 당 대표로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여당의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
 
이후 대표 재임 2년3개월 동안 지방선거와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40대 0’의 압도적 완승을 거두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2006년 5월 20일 서울 신촌로터리 지방선거 유세 도중 오른쪽 뺨 11㎝가 찢기는 ‘커터칼 테러’를 당했는데, 이후 병원에서 “대전은요?”라고 선거 판세를 물어보는 등 자신의 몸보다 당을 먼저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지지층을 결집시키기도 했다.
 
2011년 말엔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선 패배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며 개혁에 착수했고, 2012년 4월 총선에서 야권연대로 맞선 민주통합당을 누르고 과반의석(152석)을 확보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당내 경선에선 84%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하며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됐으며, 같은 해 12월 대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지난 10일 탄핵심판이 인용되면서 박 전 대통령은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측은 추후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영태 녹취 파일’이나 ‘태블릿 PC 의혹’ 등 누군가의 음모에 의한 사건일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조사가 안 됐다”며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음모의 실체는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억울함도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이 사태의 주범은 JTBC의 태블릿 조작 보도, TV조선 기자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등이 이번 게이트 사기극을 연출한 데서 시작됐다”며 ‘가짜 뉴스’의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 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재판 당사자인 국회와 대통령은 헌법절차 판결에 승복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할 종들이 주인인 우리에게 무조건 승복을 하라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태극기 애국집회에 나와 힘차게 선언하고 제2의 건국을 향한 행군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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