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상가 소유자의 부탁에 따라 허위로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써 줬다가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자 자신이 유상임차인이라며 대항력을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에 관해 종래에는 유상임차인의 대항력을 인정해 왔기 때문에 이를 믿고 거래한 근저당권자나 낙찰자가 뜻하지 않은 손해를 보곤 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2006년부터 경기도 파주시의 한 상가 사무실을 빌려 운영하고 있었는데 2009년 건물 소유자인 C씨로부터 ‘은행에서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하니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들어줬다. C씨는 이를 근거로 은행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대출을 받았지만 갚지 못해 결국 상가가 경매에 넘어가게 됐다. 상가를 경락받은 A사는 B씨에게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했지만 B씨는 ‘보증금을 반환해주면 나가겠다’며 동시이행의 항변을 주장했다.

1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A사는 임대차 관계 조사서를 보고 대항력 있는 B씨의 임차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상가를 낙찰 받아 그 소유권을 취득했다 할 것이고 B씨가 경매 이전에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해 준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매 절차에서 임대차 관계를 분명히 한 이상 A사가 경매가격을 결정하는 데 어떠한 신뢰를 준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1심과 같은 취지로 A사의 돈을 들어줬다. B씨와 같은 유상임차인의 주장은 자기 스스로 모순된 주장을 하는 것이므로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의 상가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집행관이 작성해 경매법원에 제출한 현황조사서에는 B씨가 상가의 임차인이라는 사정이 나와 있지만 근저당권자인 은행은 경매 법원에 B씨가 작성한 무상거주확인서를 첨부해 임차인의 권리 배제신청서를 제출했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A사가 무상거주 확인서의 존재를 알고 그 내용을 신뢰해 매수신청금액을 결정했다면, 임차인인 B씨가 A사의 인도 청구에 대해 대항력 있는 임대차를 주장해 임차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것은 금반언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위 대법원판례가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지만 향후 경매절차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집주인이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요구하더라도 세입자는 함부로 이에 응하면 안 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보증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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