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으로 달아나는 자본은 대부분 ‘모호한 돈’
엄격한 법치 확보되지 않는 한 자본 도피 계속돼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상품을 해외에 팔아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렇게 얻은 달러 가운데 불법적으로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엄청나다. 이렇게 돈을 나라 밖으로 빼돌리는 ‘자본도피’는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포브스 500대 기업’ ‘포브스 500대 부호(富豪)’ 같은 용어로 일반 독자들에게 친숙한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최근 호에서 중국의 자본도피를 심층 분석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본은 어림잡아 3조8000억 달러(약 4300조 원)다. 같은 기간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조3000억 달러였다. 중국 밖으로 나간 돈에서 중국 안으로 들어온 돈을 빼면 2조5000억 달러(약2825조 원)의 자본 순(純)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2825조 원은 2017년 우리나라 정부예산 400조5000억 원의 약 7배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이처럼 엄청난 자본 도피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는 복잡한 자본 통제 장치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런 조처로도 중국은 자본 도피를 억제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중국 자본 도피의 원인과 가능한 대책에 대한 타당한 이해를 왜곡하는 세 가지 신화에 그 장치가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포브스는 분석했다.
첫째 신화는 근래 자본도피를 추동하는 것이 위안화 절하를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에 기초해 중국의 투자자들은 예상되는 절하로부터 이득을 취하기 위해 위안화를 달러화 또는 다른 통화로 전환하려 애쓴다.
하지만 2005~2014년 위안화는 거의 25% 절상돼 달러당 6.14 위안이 됐는데도 자본도피는 2005년 1250억 달러에서 2014년 4840억 달러로 더 많아졌다. 둘째 신화는 근래의 자본 도피 증가가 경제적 우려(중국의 실질 경제성장 둔화) 또는 정치적 우려(시진핑 주석의 반부패운동)에 의해 추동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2004~2010년 중국은 높은 실질 경제 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함께 달성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연간 자본 도피는 거의 2배로 늘었다. 셋째 신화는 설사 자본 도피 규모가 너무 커진다 하더라도 중국 당국이 통제를 가함으로써 그것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1998년 사례를 보는 것만으로 이 신화는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당시 전반적으로 엄격한 자본 통제가 실시됐지만 그것을 통해 자본 도피의 크기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자본도피 선호방법에만 영향을 미쳤을 뿐이라는 것이다. 금융 거래를 사용한 자본도피는 1998년 규칙 도입에 이은 5년간 약 1050억 달러 감소한 반면 엉터리 송장(送狀), 즉 대금청구서를 사용한 자본도피는 같은 기간 950억 달러 증가했다.
그렇다면 2005년 이래 자본도피가 가속돼 온 것은 무엇 때문인가? 불과 한 세대 만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국가들 가운데 하나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로 바뀌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소득·재산 불평등 정도에 관한 정보를 국가 기밀로 취급한다.
하지만 세계 부자 순위 매기기에 정통한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에는 억만장자(재산 10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1300억 원 이상)가 약 400명 있다. 이는 미국의 540명 다음으로 세계에서 둘째로 많다. 여기에 백만장자(재산 100만 달러, 우리 돈 약 11억3000만 원 이상)를 합치면 중국 인구의 0.5% 미만이 중국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25~33%에 해당하는 부(富)를 통제한다.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돈이 부정하게 얻은 것인지를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중국에서 축적된 재산 가운데 많은 부분이 법적으로 모호한 원천에서 나온 것으로 믿긴다. 현재 진행 중인 부패 단속에 의해 드러난 정보 하나는 많은 신흥 부자들이 정부 고위 관리들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중국 부자들은 지금 두 길 가운데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처지다. 국내에 그대로 눌러앉아 있으면서 다시 닥칠지 모를 반(反)부패 사정(司正)의 그물에 걸려 투옥되고 재산을 몰수당할 위험을 무릅쓰느냐, 아니면 돈과 가족을 챙겨 중국 밖으로 나갈 길을 모색하느냐가 그것이다.
중국 부자들이 해외 이주를 주된 목표로 삼아 자본 도피를 한다고 못 박기는 어렵지만 이런 짐작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 2011년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정부 관리 약 1만8000명이 1인당 거의 700만 달러(약 80억 원)를 갖고 중국을 떠났다고 추산했다. 같은 기간에 나온 한 조사결과에서 부유한 중국인 가운데 약 60%가 이민을 원한다.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의 투자이민 제도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매우 높다. 두 나라는 사회기반시설에 최소 50만 달러를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준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2015년 전체 EB-5(투자이민) 비자 가운데 약 84%가 중국 본토에서 온 사람들에게 발급됐다. 지난 10년간 중국 바깥의 중국 대학생 수도 급격히 늘었다. 미국의 경우, 중국에서 온 대학생 수는 10년 간 약 500% 증가해 2015년 30만4000명에 이르렀다.
이들이 한 해 지출하는 등록금과 하숙비는 100억~150억 달러다. 이 학생들 가운데 많은 사람은 졸업 후에도 미국에 남고 싶어한다. 중국으로 돌아가봤자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중국의 지독한 대기오염을 생각하면 귀국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민이 자본 도피의 주된 이유라고 본다면, 중국이 조국을 떠나는 사람들을 줄일 방법은 무엇인가? 이 대목과 관련해 포브스는 두 가지 방안을 권고한다.
첫째 법치를 강화하여 부패도 줄이면서 동시에 부패에 대한 마구잡이 식 처벌도 대폭 줄이는 것이다. 그러자면 중국공산당이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격이 되므로 중국공산당이 이 방안을 수용할 것 같지 않다. 첫째 방안이 실현 불가능하다면 둘째 정부가 중국에서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적극적으로 높여나가는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사람을 질식시킬 정도로 심각한 대기오염을 비롯해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고학력 중국인들에게 고임금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 두 방안은 실현하는 데 10년 넘게 걸린다. 그러니 당분간 중국은 계속해서 한 해 5000억 달러(약565조 원) 이상을 자본 도피로 잃는 수밖에 없으리라고 포브스는 전망한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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